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총 8,387 건
"피고는…원고 2000만원과 지원 손해? 5분의 4는 원고와 피고가. 제1ㅎ…" 이달 13일 서울의 모 법정. 담당 판사의 속사포 랩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유명 래퍼처럼 '귀에 쏙 들어오지'도 않는다. 선고가 끝나고 노트북 화면에 남은 건 토막난 단어뿐. '어떻게 기사를 쓰지?' 현기증이 이는 와중에 옆자리 중년 남성이 말을 걸었다. "제 판결이 끝난 것 같은데… 잘못 들어서 결론이?…". 이날 듣기평가는 모두 낙제점이었다. 기자도, 원고도, 피고도. 이튿날 같은 법원의 다른 법정에서도 랩은 이어졌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비용 중 2분의 1을 원고가 부담한다." 한줄 선고에도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한 줄 문장으로 판결이 끝난 것을 판사 외에는 아무도 몰라서다. 이날 선고는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위험한 리프트 대신 안전한 승강기를 설치해달라며 서울교통공사에 제기한 소송과 관련된 것이었다. 아침 7시 집을 나서 휠체어로 힘들게 법정을 찾은 한 장애인은 "선고에 1
"이르면 하반기부터 공급원가를 포함해 전기요금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하겠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누진제 개편 공청회.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권기보 한국전력 영업본부장이 '폭탄 발언'을 꺼냈다. 영업기밀이라던 전기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 예고없던 발언에 일각에선 누진제 개편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된 한전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 발언은 하루 만에 뒤집혔다. 한전은 다음날 "용도별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용도별 원가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말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발언 자체를 못 들은 것으로 해달라는 것과 다름 없었다. 참고로 당시 현장에는 취재진과 일반인 참석자를 포함해 150여명이 있었다. 번복 과정에서 정부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뒷얘기도 나왔다. 이를 단순히 해프닝으로 볼 수 만은 없다. 누진제를 포함해 전기요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배경
유림과 보수의 고향 경북 안동.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차남인 앤드류 왕자(요크 공작)가 지난달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가 20년 전인 1999년 다녀간 코스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안동에서 73번째 생일상을 받고 하회별신굿도 관람했다. 이 이벤트는 한국의 전통미를 세계에 알리고 한-영 관계도 한 차원 끌어올린 계기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 장소는 전통 한옥 '담연재', 배우 류시원씨 부친인 고(故) 류선우 옹의 자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2005년 안동엔 다른 손님도 다녀갔다. 고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미국대통령(아버지 부시)이다. 그는 부인 바버라 여사와 함께 와 풍산고등학교에서 강연도 했다. 이 부부가 서애 류성룡의 뜻을 잇는 병산서원에 앉아 고즈넉한 한국의 풍광을 즐기는 모습은 돈독한 한미 관계를 보여준 걸로 평가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의 진가도 재확인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2009년엔 조지 부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는 데 반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는 종사자들과 간극이 커 벽에 부딪친 것처럼 답답함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벤처캐피탈(VC) 대표의 말이다. 정부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VC업계뿐만이 아니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만나보면 투자지원이나 규제개선도 필요하지만 공무원들이 신산업 전반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줬으면 한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국 순방길에는 젊은 창업가들이 동행했다. 대통령과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꾸려진 것은 처음이다. 과거 경제사절단은 국가를 대표하는 대기업 등 수출기업으로 짜여졌지만 이번엔 배달의민족, 야놀자, 직방, 타다 등 스타트업 53개사와 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 25개사, 대·중소기업 13개사 등 118개사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번 북유럽 순방을 통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유럽 진출 기반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을 그리
"기업들만 불쌍하죠."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반(反)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토로했다. 실제로 세계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며 한국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으로선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대부분은 궁여지책으로 모든 언론 접촉에 '무대응'으로 임하라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달 말엔 화웨이 본사 임원들이 우리 기업을 방문해 지속적인 부품 공급을 요청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최근엔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불러 노골적인 경고를 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지만 해당 기업들은 묵묵부답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냥 답을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이 상황이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냐"고 되물었다. 기업들은 각자도생의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번 사태가 초래할 시나리오를 놓고 손익 계산에 나서는 한편 피해를 최소화하기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잔에 75달러(약 8만8350원)짜리 커피가 등장했다. 한 커피전문점이 세계커피대회에서 우승한 원두로 만들었다. 원둣값만 1파운드에 803달러(약 95만원)에 이르며, 미국에는 단 80잔만 만들 양밖에 없다고 한다. 희소가치가 있으니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 판매자 측의 설명이다.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실제로 세계의 커피 값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소비가 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미 노동통계국 조사로는 1913년 한잔에 30센트였던 커피 평균 가격은 현재 5.90달러로 20배 가까이 뛰었다. 커피 원두 생산 농가도 그만큼 자산이 늘었을까? 불행히도 아니다.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커피의 대표 품종 아라비카 원두는 파운드당 1달러(약 1185원) 언저리에 거래된다. 5년 전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은 더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가격이 내려가면서 수확을 포기하거나 농장을 갈아엎는 농가도 늘었다고 한다. 남미에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씨에 대한 경찰 초동 수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시각이 엉뚱하게 '자치경찰제'에 대한 우려로 발전되는 모양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관련 법에 따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경찰’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 사건을 '자치경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오해한다. 제주 자치경찰은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 '지역 경찰'이 '지역 토호들'과 유착돼 고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근거없는 비난에서 발전된 오해다. 하필 제주지방경찰청도 지난 7일 그런 의심에 불을 붙였다. “피의자 신상공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의자 가족' 보호팀을 운영하고 관련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공지가 그것이다. 피의자나 피의자 가족의 신상정보 등을 게시하거나 유포한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겠다는 ‘엄포'까지 한 제주 경찰은 스스로 불필요한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지난 5일 신상공개
올해 상반기 내내 부동산시장을 달군 이슈 중 하나가 공시가격이다.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이 컸던 만큼 공시가격 인상률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 높았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상승률은 14.02%. 12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높이기 위해 고가주택을 타깃으로 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려 반발이 거센 가운데, 개별주택 공시가 산정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돼 혼란도 나타났다. 이에 공시가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의견청취는 지난해(1290건)의 22배인 2만8735건에 달했다. 이중 6183건의 요청이 반영돼 6075건이 하향 조정됐고, 108건은 상향됐다. 이마저도 공시가에 관심을 둔 이들의 얘기다. 소유주 중에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얼마나 인상됐는지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공시가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몇 년 간은 우편으로 개별 통보했지만 이후에는 인터넷 사이트 고시만 하고 말기 때문이다. 생활이 바빠서, 혹은 인터넷 접근성이 낮아서 공시가
"대(大)셰일 시대가 얼마나 계속되느냐에 따라 배터리와 태양광도 분명 영향을 받을 겁니다." 사석에서 만난 한 개인투자자의 말이다.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와 태양광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기자의 말에 대한 반박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대체에너지 시장에 전적으로 기대서 성장하는 게 배터리와 태양광이다. 셰일오일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은 이미 글로벌 자원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중동의 콧대가 꺾였고 'G2'를 자처하며 미국을 도발하던 중국도 셰일오일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경제공세에 갈 길을 잃었다. 국제유가에 민감한 한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셰일오일 시추로 원유 정제마진이 출렁하자 정유4사가 지난해 4분기 모두 적자를 냈다. 대체에너지시장에는 더 큰 충격이 예상된다. 대체에너지는 말 그대로 석유에 대한 '대체'에너지다. 대체에 힘이 실리는데는 환경요인도 한 몫하지만 누가 뭐래도 연료비 문제가 핵심이다
“이제는 게임업계 큰 형님들이 나설 때가 됐습니다. 어느 때보다 현업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최근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란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게임업계 명운을 좌우할 중요 현안인 만큼, 업계 리더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요청이다. 김 의원은 웹젠 최대주주로, 현직 게임사 오너 중 최초로 국회에 입성한 인물이다.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질병코드 등재가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한 가운데, 정작 핵심 당사자인 게임사들은 한 발 떨어져 있다. 지난달 게임 질병코드 등재 이후 여러 차례 토론회가 열리고,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출범했다. 공대위에는 게임 관련 주요 협·단체와 학계,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까지 참여했다. 하지만 게임사들은 한국게임산업협회 소속으로 우회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에 그쳤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소극적으로 나선 탓에 게임 질병코드 논란에서 게임사들이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WHO의 질병코드 등재
"동성애는 죄악이다, 예수님께로 돌아오면 살 수 있다." 지난 1일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입구에서 한 중년 남성이 피켓을 들었다. 예수 복장을 한 다른 남성은 그 옆에서 맨발로 십자가를 짊어진 채 지나갔다. 단체로 한복을 갖춰 입고 트럭으로 만든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십자가 깃발을 들고 북을 두드렸다. 광장을 둘러싼 채 한목소리로 "동성애 반대"를 외쳤다. 이날 광장 밖은 퀴어축제를 향한 반대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들은 "동성애자를 사랑한다"면서도 "동성애자를 치료하고 예수님의 구원을 받아 새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죄악에 빠진 동성애자들의 영혼이 불쌍하다"는 표현까지 했다. 퀴어축제를 맞아 성소수자에게 보내는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경찰이 세운 벽을 넘지 못했다. 벽 반대편 광장은 말 그대로 축제였다. 벽 반대편 광장에선 그동안 사회에서 존재를 부정당했던 사람들이 이날 만큼은 자신들의 자유를 즐겼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국산맥주업계 호소에 맥주 세금 체계가 바뀐다.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세 가지 주세개편 시나리오에는 모두 맥주에 붙는 세금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4일 인근 편의점으로 나갔다. 국산맥주는 355ml 한 캔에 2000~2300원, 수입맥주는 2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500ml 캔은 국산맥주 1600~2700원, 수입맥주 2900~4400원에 판다. '4캔에 만원' 묶음으로 구매하면 수입맥주는 500ml 한 캔당 2500원에 살 수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수입맥주 355ml 다섯 캔을 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현행 종가세 기준 국산맥주 과세표준에는 제조사 이윤과 판관비가 포함된다. 수입맥주 과세표준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다. 따라서 국산맥주는 리터당 세금을 91원 더 부담한다. 역차별에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국산업체 호소도 일리가 있다. 최근 5년간 국산맥주 출고량은 연평균 2.1% 감소하고, 수입맥주는 연평균 35.5%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