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송통신위원장 임기

[기자수첩]방송통신위원장 임기

김세관 기자
2019.08.01 08:19

“8월에 한 8일 정도 미국 출장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말이다. 현지 K팝 콘서트에 참석하고 디즈니 관계자도 만나 한류콘텐츠를 홍보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이랬던 그가 지난 22일 임기를 1년이나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8월 개각을 앞두고 대통령이 단행할 국정쇄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스스로 결정한 거취라지만 석연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가짜뉴스 대응과 일부 지상파 정책을 두고 교수 출신인 이 위원장과 현 정부 관계자들의 불협화음이 결국 이 위원장의 사퇴 수순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위원장이 직접 밝힌 사퇴의 변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폭넓은 내각 구성과 원활한 팀워크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바꿔말하면 현재는 팀워크가 원활치 않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청와대는 그의 사임 소식을 기다렸다는 듯이 후임자 검증 및 인선에 돌입했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직후 첫 방송통신위원장을 맡았지만 임기 1년을 놔두고 ‘자의 반 타의 반’ 중도하차를 선택한 것이다. 사실 국정운영에 필요하다면 적기에 국무위원을 교체하는 건 대통령의 당연한 권리다. 독임제 정부부처 장관의 임기가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송통신위원장직은 다르다. 대통령 직속기구이긴 하나 법적 임기(3년)가 보장된다. 방통위는 국회 여야 및 정부 추천인사 5명으로 구성된 합의제기구기 때문이다. 다른 4명의 상임위원도 임기가 보장된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다루는 소관업무의 특성상 진영논리보단 소신을 갖고 현안을 다뤄달라는 뜻에서다. 역대 방송통신위원장 중 비리에 연루돼 중도하차하거나 정권이 바뀌어 그만둔 사례는 있어도 특별한 이유 없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나간 인사는 없다. 때문에 이번 이 위원장의 사의표명은 여러모로 아쉽다. 법적 임기가 보장된 합의제기구의 수장 자리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자리를 내놔야 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긴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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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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