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촛불을 경험한 국민들은 자발적이다. 공정하지 않은 것에 분노한다. 누군가의 선전·선동에 의한 게 아니다. 공유하고 참여하고 흐름을 만든다.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 이후 한달 남짓 기간동안 벌어진 ‘노 재팬(NO JAPAN)’, 불매 운동도 그렇다.
7월 한 달 동안 국내 마트에서 인기를 끌던 일본 담배와 맥주 판매량이 한 달새 급감했다. 일본 패키지 여행과 항공권 판매도 전년동기대비 30% 넘게 급감했다. 일본 신차 상담건수는 반토막이 났다. 간혹 ‘선’을 넘으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집단지성의 힘으로 조정된다. 한일 갈등이 ‘혐일’의 감정으로 번지지 않는 배경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 과잉’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반일 감정’에 기댄, 자기 정치 움직임이다. “일본 여행 금지 구역을 확대해야 한다”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 대표적인 예다.
정점은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의 행보다. 그는 광화문과 서울시청, 명동 일대에 내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노 재팬’ 깃발 1000여개를 설치하다 6시간여 만에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서 구청장은 당초 ‘임진왜란’에 비유하며 “관군, 의병 따질 상황이 아니다. 전쟁을 이기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깃발 설치를 강행하다 여론의 강한 뭇매를 맞았다.
중구청 홈페이지에 반대글 수백개가 올라오고 나서야 서 구청장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반나절만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그는 ‘노 재팬’의 본질은 자발적 참여라는 점, ‘관(官)’의 전면적 개입이 불러올 파장 등은 전혀 알지 못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대놓고 ‘여행 금지’를 시킨 적이 있던가. 일본의 어떤 도시가 반한(反韓) 플래카드를 걸었던 적이 있던가.
‘노 재팬’ 깃발 대신 한일 갈등이 최고조인 이 시기에 서울 명동을 찾은 일본 관광객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구청장이었다면 그 자체로 ‘극일(克日)’이었을텐데. ‘자기 정치’만 꿈꾸는 이들은 본질을 놓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