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日, 전쟁 전례 또 남기려나

[기자수첩]日, 전쟁 전례 또 남기려나

김성은 기자
2019.08.07 05:12

독일과 일본 등 2차 대전 전범국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구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 문명을 퇴보시켜선 안된다는 다짐이자 후대의 본보기를 만들기 위함이다. 전진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독일과 이웃 국가 관계에 비해 한일간 과거사 정리는 여전히 미흡하단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과의 총성없는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 1965년 수교를 맺은 지 반세기가 지나서다. 일본의 1차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경제 주요축인 전자산업을 정확히 겨냥, 포문을 연 격이었다. 이제 2차 조치로 전선을 넓히려 한다. 피해는 한국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도 우려가 나온다.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우리가 모르는 한일 외교적 마찰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 또는 외교적 문제를 경제보복으로 맞선 것은 일본의 실수다. 일본은 '안보 논리'를 들지만 외신조차 이번 조치의 배경에 지난해 말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불만이 있었음을 지목한다.

단지 부당하다고 느껴서가 아니다. 전 세계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자유무역 근간을 해칠 수 있으며 원칙과 질서를 밀어내고 힘의 논리만 득세하는, 과거로의 회기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불과 한 달 전,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게 공정하고 차별없는 무역정책의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된다.

일본과 과거사 정리가 어려웠던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역사에 대한 부인과 왜곡도 한 몫한다. 일본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협의의 자리는 거부하면서 교묘한 말바꾸기나 부인의 자세로 대응한다. 이는 갈등해결에 도움이 못된다. 지난 전쟁의 상흔이 아물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전쟁을 일으켜 반세기 동안 애써 좁혀온 간극마저도 일순간에 되돌려버리는 누를 범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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