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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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생태계가 질적으로 풍성해지려면 글로벌 시장과 접하는 기회를 늘려야 합니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유관기관 행사에서 만난 글로벌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한국 벤처생태계는 규모에 비해 글로벌 교류가 부족해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정부가 창업 관련 정책과 예산을 늘리면서 외형적으로는 벤처생태계가 급성장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얘기였다. 글로벌 교류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목표로 잘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막상 해외에 나가서는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네트워크가 부족한 스타트업은 낯선 환경에서 현지 회사와 사업제휴나 투자일정을 잡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싱가포르, 프랑스, 이스라엘 등 다른 국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들도 뒤늦게 정부 주도로 벤처생태계를 키우면서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였다. 현재는
"지난달 8일 본계약이 없었다면 누가 수혜자가 됐을까요?" 조선업 '빅2 전환'과 관련, 끊임없이 제기되는 '수혜자' 논란에 대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되물었다. '골칫덩이'를 떼 내게 된 산업은행과 세계 2위 조선사를 외부 현금 유출 없이 끌어안는 현대중공업만 득을 본다는 것이 수혜자 논란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원래 거래의 기본 전제가 양측 이익 극대화다. 그렇다면, 정말 둘 만의 이익을 위한 거래였을까. 몇 가지 가정을 해보자. 우선 합병 자체가 없었다는 가정이다. 중국과 일본은 조선사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시황 침체를 겪으며 자국 조선소 간 출혈 경쟁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들도 다시 시황이 살아나는 지금을 산업 재편 적기로 봤다. 빅2 전환이 없다면 한국은 제살깎아먹기를 하며 덩치를 키운 중국, 일본을 상대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이 인수주체였다면 '거제 단일조선소'로서의 시너지는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조6000억원
"국회에서 공론화된다면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했어요. 2017년 9월27일 실종자 가족과 해양수산부 미팅에서요. 하도 기가 막혀서 제가 날짜까지 기억해요" 스텔라데이지호 2등 항해사 허재용씨의 누나이자 가족대책위 공동대표 허영주씨 귓가엔 2년 전 해양수산부 담당 과장의 말이 아직 또렷하다. "심해수색은 불가하다"고 같은 말만 기계처럼 반복하던 과장이 국회를 설득해오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때였다. "공무원이 해야할 일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마음이 급했다. 남동생 재용씨가 남대서양 바닷속으로 사라진 지 벌써 6개월째였다. 다음날부터 한달 동안 국회의원실 100곳을 돌았다. 함께 했던 여동생 경주씨는 그때 만삭의 몸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에서야 드디어 외국 업체가 정부와 계약을 맺어 수색에 나섰고, 단 3일만에 블랙박스와 유해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번엔 계약서가 문제였다. 외교부는 "가족들이 요청한 적 없다"는 이유로 유해 수습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문재인정부 출범 3개월 만인 2017년 8월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한 말이다. 이후 대출한도 축소, 보유세 증세 등 잇단 규제가 발표됐다. 정부는 “집은 사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며 현재 거주하는 주택 외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투기’로 낙인찍었다. 치솟은 집값에 속앓이 한 무주택자는 믿고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확산한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값은 정권 출범 전보다 수억원 올랐다. 전 정권 부동산 부양책을 고려해도 “집값을 잡겠다”는 말이 무색하다. 정책을 좌우하는 고위 당국자들도 집을 ‘사는(live) 곳’으로 보지 않는다. 김 장관 후임자로 지명됐던 최정호 전 국토부 2차관은 개각을 앞둔 올해 2월 중순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경기 성남시에 각각 아파트 한 채, 세종시에 분양권 1개를 보유한 ‘3주택자’였다. 잠실 아파트는 20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이 동일하다고요? 저를 포함해 제 주변 의사들은 국산 복제약을 크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20여년간 내과의원을 운영한 한 개원의의 말이다. 의료계는 2006년 생물학적동등성(이하 생동성)시험 파문 이후 복제약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 당시 보건당국은 일부 시험기관이 복제약의 약효가 오리지널약과 동등함을 입증하는 생동성시험 자료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때부터 ‘복제약=싸구려 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로 복제약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중국산 원료의약품(성분명 ‘발사르탄’)에서 불순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해당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만 170여개에 달했고 수많은 환자가 불안에 떨었다. 이를 계기로 보건복지부가 최근 복제약 가격을 차등적용하는 ‘복제약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복제약은 생동성시험에서 적합성이 판단되면 오리지널 대비 53.55%의 약값을 받을 수 있었다
“1주일에 두 번은 랜섬웨어 교육 차원에서 ‘피싱’ e메일을 발송해야죠. 그래야 ‘습관’이 됩니다.” 최근 진행된 ‘글로벌 정보보호 트렌드 세미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랜섬웨어로 위장한 ‘피싱방지’ 실전교육 횟수를 늘려 직원들이 의심스러운 e메일은 열어보지 않도록 습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들어 랜섬웨어에 감염됐다는 주변 사례가 많이 들려온다. 언론사 기자들은 기사마다 사진이나 이미지를 함께 올리다 보니 이미지 초상권이나 저작권에 민감하다. 그렇기에 더 “이미지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e메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실명으로 온 e메일. 의심없이 파일을 열어봤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랜섬웨어에 감염되고 만다.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며 경찰청에서 e메일이 오거나 법원, 국세청 등 국가기관을 사칭해 e메일을 보내는 고전 수법도 여전하다. 최근 들어서는 언론사를 상대로 이미지 저작권 관련 e메일을 보내거나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입사지원서 파일을 위
4월 3일로 출범 2주년을 맞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가장 큰 고민은 알려진데로 자본금 확대다. 요즘 부상하는 새로운 고민은 '연체율'이다. 케이뱅크의 작년 말 연체율은 0.76%다. 0.2~0.3% 수준의 대형 시중은행은 물론 카카오뱅크(0.13%)보다도 높다. 시민단체에선 "부실이 심각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숫자 속을 들여다 보면 다른 평가도 가능하다. 케이뱅크는 가계신용대출만 취급한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과 직접 비교는 부적절하다. 올 1월 말 국내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0.47%로 주담대 연체율(0.2%)의 두 배 이상이다. 카카오뱅크도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지만 사정은 케이뱅크와 다르다. 카카오뱅크는 리스크가 큰 신용대출 상당 부분을 서울보증보험 보증에 기댄다. 자체 CSS(신용평가모델)를 주로 활용하는 케이뱅크보다 연체율이 낮은 게 당연하다. 케이뱅크는 또 중금리대출에 가장 적극적인 은행이다. 은행연합회의 가계신용대출 금리구간별 비중 조사를
"외국계 기업이라 배짱이 다르네요.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고 부럽기도 합니다.“ 오비맥주가 다음 달 4일부터 주요 맥주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주류업계는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주류 가격 인상 주기가 3년인 것을 고려하면 약 2년 5개월 만의 이번 가격 인상이 놀랄 만한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시기가 오묘하다. 정부가 주세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한 ‘4월 중’보다 한발 빨랐다. 업계 1위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2, 3위 기업들은 "땡큐"를 외치며 가격을 따라 올리지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복잡하다. 가격을 따라 올릴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점유율을 높일지 고민에 빠졌다. 오비맥주는 "원가 압박이 가중돼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짧게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러 뒷말이 오갔다. 무엇보다 외국계 기업이라 여름 성수기 대비 수익을 올리는 게 가장 큰 목표였을 것이라는 얘기에 힘이 실린다. 수익 극대화 전략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 경제가 중단기적인 'headwind'에 직면하고 있다."(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 미션단장)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 미션단장의 발언 가운데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headwind'란 단어다. 한국어로 '역풍'으로 번역됐다. 역풍이란 일상에서 '잘못된 일을 행하는 바람에 생기는 부작용'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IMF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바르게 번역된 걸까. IMF 근무경력이 있는 한 교수는 다른 의견을 냈다. "'배가 항해하는데 맞바람이 불어 진행하기가 어렵고 속도가 느리다' 정도로 해석하는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맞바람'으로 번역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하지 못한 번역으로 IMF 의도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번역 실수는 그렇다 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정책 당국자들의 모호한 어휘 때문에 다른 해석을 낳게 하는 일이다. 이
스티브 잡스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혁신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았다. 사후 7년. 사랑받는 기업가를 논할 때 여전히 그가 첫 손에 꼽히는 이유다. 반백년 인생이 평탄하진 않았다. 오히려 수식어가 모자랄 정도로 극적이고 파란만장한 길을 걸었다. 그는 엘리트이되 전형적인 모범생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난 게 대표적이다. 그를 성공가도로 이끌었던 맥북의 판매고가 떨어지자 이사회가 칼을 들이댔다. 13년 만에 애플에 복귀해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애플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을 때까지 줄곧 잡스는 언제 끝날지 모를 내리막에 시달렸다. 훗날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가장 절망적인 나날이었다고 회고한 그 시기다. 잡스가 남달랐던 것은 그를 공황으로 몰아갔던 이때를 눈감는 순간까지 인생에서 제일가는 가르침의 시기로 곱씹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합니다. 그래서 더 새로워지고 창조적이게 되죠." "실수를 빨리 알아내 고친 덕분에 애플은 세
주식시장이 요즘처럼 주도 종목 없이 ‘베어마켓’ 랠리를 이어갈 때, 투자자들의 눈은 정부의 입에 고정된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부터 수소차 등 정부의 신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정책 등이 발표될 때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정부는 집중 육성 산업이라 말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단순 테마주로 여긴다. 주가는 큰 폭으로 뛰었다가 다시 하락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정부의 역점 사업은 빛을 잃는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금융투자 상품은 정부의 정책 의지를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역대 대통령들은 펀드 가입을 정책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직후 ‘경제살리기주식 1호’ 펀드에 가입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코스닥 살리기 일환으로 코스닥 비중이 높은 주식형 펀드 8개에 총 8000만원을 투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펀드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적립식 인덱스 펀드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내내 나온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부동산 정책의 수장이 될 최 후보자가 집을 여러채 소유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총공세를 펼쳤다. 야당 간사인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와 국민이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같은당 민경욱 의원은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문제로 입방아에 오르는 것 자체로 자격 상실”이라며 “의혹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주거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 후보자는 “송구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청문회를 지켜보자니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부동산 관련 의혹을 받는 장관 후보자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해 3월 재산 기준 토지나 건물을 보유하지 않은 국토위원(같은 해 6월 재보궐 당선 송언석·이규희·이후삼 의원 제외)은 한 명도 없다. 건설회사 대표 출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