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교부·해수부, 분노의 '주황 리본'

[기자수첩]외교부·해수부, 분노의 '주황 리본'

이해진 기자
2019.04.02 13:32

"2년 넘도록 탁상공론과 책임 떠넘기기"에 분노하는 실종자 가족

"국회에서 공론화된다면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했어요. 2017년 9월27일 실종자 가족과 해양수산부 미팅에서요. 하도 기가 막혀서 제가 날짜까지 기억해요"

스텔라데이지호 2등 항해사 허재용씨의 누나이자 가족대책위 공동대표 허영주씨 귓가엔 2년 전 해양수산부 담당 과장의 말이 아직 또렷하다. "심해수색은 불가하다"고 같은 말만 기계처럼 반복하던 과장이 국회를 설득해오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때였다.

"공무원이 해야할 일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마음이 급했다. 남동생 재용씨가 남대서양 바닷속으로 사라진 지 벌써 6개월째였다. 다음날부터 한달 동안 국회의원실 100곳을 돌았다. 함께 했던 여동생 경주씨는 그때 만삭의 몸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에서야 드디어 외국 업체가 정부와 계약을 맺어 수색에 나섰고, 단 3일만에 블랙박스와 유해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번엔 계약서가 문제였다. 외교부는 "가족들이 요청한 적 없다"는 이유로 유해 수습 없이 9일 만에 수색을 종료했다. 구명벌을 찾아 실종자 생사를 확인해달라고만 했지, 유해를 찾아 수습해달라고는 안 했다는 것이다.

회수한 블랙박스도 2주만에 복구가 중단됐다. 외교부는 "해수부 관할"이라고 손을 놨고 해수부는 "중단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형적인 관료주의가 보여주는 떠넘기기 행태다. 53억원을 들인 수색작업은 그렇게 성과 없이 답보상태다.

영주씨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뭔가를 처리해 주지는 않았다. 항상 저희가 먼저 했다"며 "2년이 되도록 사고원인 규명도, 유해수습도 되지 않은 것은 탁상공론과 책임 떠넘기기에만 열심이었던 관료주의 때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씨 자매와 실종자 가족들은 결국 지난달 31일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꼭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얼마 전까지 노란색 리본 조형물이 서 있던 이 자리에서 가족들은 가슴에 '주황색 리본'을 달고 유해수습을 위한 시민 서명을 받고 있다. 주황색 리본은 스텔라데이지호의 구명벌 색깔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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