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책당국자의 발언

[기자수첩] 정책당국자의 발언

안재용 기자
2019.03.29 04:01

"한국 경제가 중단기적인 'headwind'에 직면하고 있다."(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 미션단장)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 미션단장의 발언 가운데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headwind'란 단어다. 한국어로 '역풍'으로 번역됐다. 역풍이란 일상에서 '잘못된 일을 행하는 바람에 생기는 부작용'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IMF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바르게 번역된 걸까. IMF 근무경력이 있는 한 교수는 다른 의견을 냈다. "'배가 항해하는데 맞바람이 불어 진행하기가 어렵고 속도가 느리다' 정도로 해석하는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맞바람'으로 번역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하지 못한 번역으로 IMF 의도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번역 실수는 그렇다 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정책 당국자들의 모호한 어휘 때문에 다른 해석을 낳게 하는 일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거시경제 측면에서만 보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해당 발언은 추경 편성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으로 읽혔다.

하지만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방법으로 추경만 있는 게 아니다. 내년도 예산을 보다 확장적으로 가져갈 수도 있고 소득세와 법인세 등 주요 세금을 덜 걷는 방법도 있다. 예산 집행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재정의 적극적 역할' 범주에 들어간다. 이 총재는 4시간이 넘는 국회 업무보고 동안 명시적으로 추경에 동의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 등 추경에 대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이 총재 발언을 놓고 전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정책당국자의 발언은 '경제 신호등' 역할을 한다. 정책당국의 말을 듣고 파란불인지 빨간불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서는 곤란하다. 당장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노란불' 발언을 내놓더라도 그 뜻이 오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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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안재용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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