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비맥주 가격인상. '외국계의 배짱?'

[기자수첩]오비맥주 가격인상. '외국계의 배짱?'

정혜윤 기자
2019.03.29 06:00

"외국계 기업이라 배짱이 다르네요.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고 부럽기도 합니다.“

오비맥주가 다음 달 4일부터 주요 맥주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주류업계는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주류 가격 인상 주기가 3년인 것을 고려하면 약 2년 5개월 만의 이번 가격 인상이 놀랄 만한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시기가 오묘하다. 정부가 주세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한 ‘4월 중’보다 한발 빨랐다.

업계 1위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2, 3위 기업들은 "땡큐"를 외치며 가격을 따라 올리지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복잡하다. 가격을 따라 올릴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점유율을 높일지 고민에 빠졌다.

오비맥주는 "원가 압박이 가중돼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짧게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여러 뒷말이 오갔다. 무엇보다 외국계 기업이라 여름 성수기 대비 수익을 올리는 게 가장 큰 목표였을 것이라는 얘기에 힘이 실린다. 수익 극대화 전략은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오비맥주 매각 이슈와 맞물려있다.

정부가 곧 내놓을 주세개편안에는 가격 기준의 종가세 체계를 알코올 도수 중심의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그럴 경우 그간 수입 신고가에 세율을 매겨 이득을 본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세금이 비슷하게 낮아져 국산 맥주도 출고가를 내릴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오비맥주가 미리 가격을 올리면서, 세제 개편이 되더라도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디 오비맥주의 행보가 일단 몸값부터 올리고 손 떼자는 전략이 아니길 바란다. 종전에도 외국계 주류업체의 '고배당잔치', '먹튀 경영' 논란에서 오비맥주는 자유롭지 못했다. AB인베브가 2014년 오비맥주를 인수하고 3년간 가져간 배당금은 7150억원에 이른다. 2015년에는 그 해 당기순이익(2537억원)보다 더 많은 배당금(3700억원)을 가져가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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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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