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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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 보강 문의요? 포항 지진 발생하고 나서도 한 건도 없었어요." 국내 한 내진 보강 공사 전문업체는 최근 내진 보강을 문의하는 사람이 늘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근 연이은 지진으로 내진 보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늘었지만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쉽게 공사에 나서는 건물주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 건축물의 내진 보강비용은 현 건물의 상태나 사용하는 부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우선 내진공사 전 어떤 부분에 어느 정도 보강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내진성능평가를 받아야 한다. 내진 보강공사는 이 성능평가 결과에 따라 이뤄진다. 공법은 내진벽 설치나 철골 보강, 완충장치인 댐퍼 설치 등이 있다. 가격은 공법에 따라서도, 장치를 몇 개소에 설치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성능평가에서 건물의 철근이나 콘크리트 양이 부족한 것으로 나오면 공사비용은 더 들어간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3~4층짜리 조그만 상가건물 하나 보강하는 데도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원캐싱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부업체를 다수 거느리고 있는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은 올초 금융당국에 2019년까지 미즈사랑과 원캐싱을 정리하고 2024년에는 러시앤캐시도 접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거느린 대부업체 자산은 올해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원캐싱의 자산은 올 상반기 말 기준 2조561억원으로 올들어 297억원 늘었다. 대부업을 정리하려면 대출자산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대부영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특히 미즈사랑과 원캐싱은 사업을 접기로 약속한 시점까지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아 시간 여유가 별로 없다. 혹 최 회장은 대출자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가 대출채권을 다른 대부업체에 팔아 넘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시라도 이런 생각을 한다면 이는 또 ‘꼼수’를 부리겠다는 의도밖에 안 된다. 최 회장은 재일교포로 국내 대부업 시장에 진출해 큰 돈을 벌어 2014년 옛 여주·예나래저축은행
“한샘, 좋은 기업 아니었어요?” 최근 만나는 취재원마다 한샘의 사내 성폭행 논란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38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업체, 최근 5년 평균 성장률 20%, 올해 예상 매출 2조원, 시가총액 4조원 등 숫자로 보면 한샘은 좋은 회사다. 한샘은 좋은 일자리 창출 기업이기도 했다.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직접 고용인력이 2012년 1400명에서 3500명으로 61% 증가했다. 매년 계약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도 진행한다. 이렇게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인력만 최근 3년간 500명에 달했다. 하지만 한샘의 조직시스템은 이 같은 ‘고속성장’과 ‘급속팽창’을 따라가지 못했다. 한샘의 사내 성폭행 논란이 불거졌을 때 대부분 사람이 경악한 건 사건 해결의 책임자였던 인사팀장이 제2의 성추행 가해자였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인사팀과 법무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지난해 9월12일. 대한민국은 국가 재난 경보 체계의 사각지대를 경험했다.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5.8)이 발생했음에도 위기를 알려야 할 재난 방송과 긴급 재난문자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지 않아서다. 재난방송은 속보 요청 7분 만에 첫 전파를 탔고,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발생 1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충격의 경주 지진 사태 1년 2개월 후. 우리는 지난 15일 또 한 번 규모 5.4급 포항 강진에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고, 경주 지진 당시 빈축을 샀던 긴급 재난문자가 수도권의 경우 지진파 보다 빨리 도착하는 등 달라진 재난 경보 체계를 보여 줬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주 지진 당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지진 조기경보 체계구축 예산을 올해 289억원(작년 89억원)으로 대폭 늘렸을 뿐 아니라 긴급재난문자 발송 업무를 기상청 한 곳으로 일원화했다. 내년까지 규모
지난 13일,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북한군 1명이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것이다. 귀순은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북한군 추격조가 40여발의 무차별 총격을 가하며 쫓아오자 우리 군도 전투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우리 장교들이 총상을 입고 쓰러진 북한군에 낮은 포복으로 접근해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현재 2차 수술을 마친 귀순 병사의 생사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 군의 대응을 문제삼지만, '위기의 한반도'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그보다 큰 시사점을 던진다. 비극적 휴전의 현실과 우리 군이 처한 무력한 현실, 이 두 가지 '불편한 진실'로 접근해 볼 수 있다. 북한군의 귀순은 종종 있었다. 지난 6월23일에도 북한군 병사 1명이 최전방 중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군 GP(최전방 감시초소)로 귀순했지만 크게 주목받진 않았다. 이번엔 2007년 9월 이후 10년 만의 JSA를 통한 북한군 귀순인 데다, 1984년
"저희도 정말 '광군제' 해보고 싶네요." 지난 11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쇼핑축제 '광군제'의 성공소식을 듣고 국내 이커머스업계 관계자가 내뱉은 푸념이다. 알리바바 채널들이 하룻동안 기록한 거래액은 총 28조3080억원. 지난해보다 39.3% 늘어난 사상 최고액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약 65조원 규모다. 우리나라 연간 거래액의 절반 가까운 실적을 하루만에 달성했다. 모바일커머스의 위력, 하루만에 진행되는 집중력, 파격적인 할인율, 그리고 즐길거리가 어우러져 낳은 결과다. 우리나라에 해마다 열리는 쇼핑행사로는 '코리아쇼핑페스타'가 있다. 정부 주도로 유통, 제조기업들이 참여해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여러가지로 광군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해마다 광군제와 견주어 제대로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행사기간이 너무 길어 집중도가 떨어지고, 할인율도 미미하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일반 세일행사와 차이를 체감할 수 없다. 알리바바처럼 기업들이
경찰개혁위원회가 삼성화재 산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교통정책 수립 참여를 문제 삼고 나섰다. 삼성연구소가 기업의 입장만 대변해 공익을 해칠 것이라는 이유다. 교통분야 전문가들의 첫 반응은 "황당하다"다. 교통안전심의위원회의 균형 잡힌 정책을 위해 해당 분야의 민간 최대 연구소를 초청한 것인데 화살의 방향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는 것이다. 심의위에 참여하는 연구기관이 정부 정책에 반하기 어려운 국책연구소 일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일부러라도 삼성연구소를 넣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찰개혁위 일부 위원이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삼성'이라는 간판에 집착해 엉뚱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 있다. 비슷한 경우를 몇 년 전에도 본 적이 있다. 참여정부 초반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제보고서가 정책 초안으로 활용됐다는 게 과녁이 됐다. 보고서의 신뢰도나 깊이, 비전과 상관없이 당시에도 '삼성'이라는 간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정기업', '특혜의혹', '기업
“근거 없이 주장만 늘어놓지 마라.” 수습기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선배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조언이다. 기사에 어떤 주장을 담으려면 합당한 논리적 근거를 찾아 제시하라는 말이다. 논리적 근거 없이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취재원을 경계하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근거 취합과 사실 여부 파악이 취재의 시작이자 끝, 결국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국감 발언을 계기로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을 사이에 둔 구글과 네이버의 공방전이 화제다. 이 창업자는 국감장에서 구글의 불투명한 세금 납부, 고용 등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구글의 국내 매출 규모와 납세 방식, 고용 규모 및 형태 등 대부분 정보가 베일에 싸여 있다. 구글은 ‘국내 세법과 조세 조약을 준수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수백명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이 창업자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구글에 국내 실적과 세금 납부액, 고용 및 투자 방식, 통신망 사용
2011년 7월 금융위원회는 초대형IB(투자은행)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은행권의 높은 문턱에 막혀 대출 사각지대에 놓였던 기업들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6년여가 지났지만 도입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 더욱이 초대형IB가 활성화되면 창업 초기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최근 발표한 혁신 성장 정책과도 지향하는 점이 같다. 하지만 지난 13일 금융위원회가 5개 대형 증권사를 초대형IB로 지정한 직후 업계에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다. 5개 사업자 중 초대형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곳이 한국투자증권 1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6년4개월 만에 공개된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들인 시간과 거창한 명칭에 비해 초라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4조3450억원(6월말 기준)이다. 초대형IB 출범으로 가능해진 발행어음 규모는 자기자본의 2배인 최대 8조6900억원 수준이다. 50% 이
"다들 '쉬쉬' 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이번 '광군제'도 '다이궁(보따리상)'이 없었으면 이런 실적 못 냅니다. 당장 매출만 챙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다이궁이 가뭄의 단비이긴 하지만 송객수수료 등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 올해 면세업계 화두는 다이궁이다. 중국 보따리상을 뜻하는 다이궁은 이른 아침 출근길 면세점 앞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빈 가방을 들고 문도 열지 않은 면세점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다이궁이다. 다이궁은 3월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일환으로 금한령 정책 기조를 펼치기 시작한 이후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실제 온라인 면세점들은 이번 광군제 기간(11월 1일~11월 11일) 다이궁 구매력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15~30% 상당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고,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산업 매출은 12억3227만달러(약 1조4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질수록 고객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바라는 혁신도 상당히 지체될 것입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이하 카뱅) 대표가 이달초 열린 출범 100일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8월 영업시작 2주일만에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만 해도 은산분리 완화 시기에 여유로운 입장을 보였지만 3개월여 지나자 좀더 절실해진 모습이다. 윤 대표가 걱정하는 것은 은산분리 완화가 곧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카뱅과 케이뱅크는 사실상 KT와 카카오가 주도해 설립한 은행으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통과되면 대주주로 올라서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은산분리 완화 법안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내 통과될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 한 관계자는 "이달과 다음달에 안건으로 상정되기 어렵고 논의를 한다 해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이 여전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안건 상정조차 언제 될지
20대 남성 A는 최근 한 공공기관 채용 면접장에서 두 번 놀랐다. 필기시험을 봤던 이들이 대부분 면접까지 본 데 우선 놀랐다. 블라인드인 필기시험은 요식행위였던 것이다. 그는 면접관 모두가 자신의 출신 학교와 경력을 모두 알고 있어 또 한번 놀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공무원과 공공부문 채용 때 지원자의 인적사항과 스펙을 가리고 실력으로만 선발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지 5달이 지났지만 322개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에선 계속 잡음이 난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7~9월 블라인드채용을 진행한 127개 기관 중 22곳은 정부의 블라인드채용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 사진은 기본이고, 출신학교를 쓰라고 한 기관도 부지기수다.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기 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의견을 교환한 기관은 322개 중 15곳에 불과했다. 블라인드 채용 형식을 갖췄으나 사실상 무력화시킨 경우도 많았다. 앞의 사례처럼 지원자의 스펙을 볼 수 없도록 한 서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