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도 '가즈아~', 괜찮을까

[기자수첩]경찰도 '가즈아~', 괜찮을까

이동우 기자
2018.01.16 15:47

가상통화 광풍에 경찰도 "코인 사볼까" 확산…치안공백 우려,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한 달 전쯤이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과 밥을 먹었다. 비트코인 열풍이 본격화될 때라 밥상머리 화제는 자연스럽게 가상통화로 이어졌다. 형사과장은 뜻밖의 고민을 털어놨다. 부하 직원들이 가상통화 거래를 하는 통에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다.

형사과장은 "돈을 잃었다는 직원도 있고 많이 벌었다는 직원도 있다"며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알아보니 경찰 조직 내 가상통화 거래는 유행처럼 번지는 듯했다. 고위직들은 승진 등 인사에 영향을 줄까 봐 조심하는 눈치였지만 말단 직원들이야 거리낄 것이 없어 보였다.

가상통화 단체 채팅방에 서로 초대하는 건 물론이고 파출소에서 일과 중에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시세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야간 당직을 서면서 거래하는 풍경도 목격된다는 후문이다.

한 경찰관은 "호기심으로 투자해 200만~300만원씩 벌었다는 동료들이 있다"며 "어떤 직원들은 쥐꼬리만 한 월급을 극복하기 위해 진지하게 거래에 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불법도 아니고 경찰관도 생계를 책임지는 직장인들이다 보니 온 사회를 휩쓰는 가상통화 광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를 사실상 투기·도박으로 규정했다. 관계 부처가 모두 나서 강력한 규제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세를 미리 예측하는 '마진거래'처럼 도박성이 특히 강한 일부 거래에 대해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관의 가상통화 거래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365일 24시간 거래가 진행되는 특성상 경찰관 직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크다. 경찰관은 앞으로 규제 법안이 마련되면 단속 주체가 될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각 부처가 직원들의 거래 금지 지침을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한 중앙부처 직원은 "혹시 문제가 될 수 있어 가상통화 거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내부 지침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 경찰은 전국 15만명(의경·공무직 포함) 인력을 보유한 공무원 최대 조직이다. 경찰이 분초 단위의 실시간 거래가 생명인 가상통화에 빠져 '가즈아'(가상통화 가격이 올라가길 기원하는 뜻)를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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