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화 차별만큼은 없어야

[기자수첩] 문화 차별만큼은 없어야

이경은 기자
2018.01.16 05:30

가족 중 한명은 보았다는 1000만 영화와 수십만 관객의 뮤지컬을 즐기지 못 하는 이들이 있다. 주변에 한두명쯤은 있음직한 장애인들이 그들이다.

영화부터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 공연 극장에서 장애인 관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1년간 문화·예술행사 관람 경험이 있는 장애인은 100명 중 2명뿐이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국산 영화가 늘고, 화제를 낳은 클래식 스타를 보기 위해 수 분 만에 공연티켓이 매진되며, 뮤지컬 시장의 관객 폭이 넓어졌는데도 그렇다.

가장 보편적인 문화콘텐츠로 여겨지는 영화의 경우 시·청각 장애인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음성 화면해설과 한글 자막을 함께 제공하는 영화, 상영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개봉한 한국 영화 451편 가운데 장애인 편의를 제공한 배리어프리 영화는 28편에 불과했다. 지난달 시·청각 장애인들이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자들을 상대로 "영화 음성 서비스와 한국 영화 자막을 제공해 달라"며 소송을 내 이겼지만 사업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한 상황이다. 영화제작시 배리어프리 영상을 함께 제작하도록 하는 강제조항이 없는데다 상영관이 연간 일정 비율 혹은 일정 기간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해야 한다는 의무규정도 없어 법정다툼이 이어질 예정이다.

공연계도 마찬가지다. 수화 등 무대 해설이나 한글자막을 제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장애인들은 실질적으로 관람이 어렵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등 국내 대표 공연장은 한글자막을 띄우는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외국어 공연을 무대에 올릴 때에만 사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새 문화비전 '사람이 있는 문화'는 모든 국민이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24조에는 정부와 문화·예술사업자가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을 위해 공간의 편의는 물론 관련 정보, 점자안내책자와 보청기 등 필요 장비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요 행사에 장애인들을 초청해 공연을 보여주거나 장애인 예술단체를 위한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불러주는게 아닌 ‘가서 보고싶은’ 이들의 희망을 들어주는 것 그것이 ‘사람이 있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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