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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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지원을 받는 '지역형 의사'가 내년부터 본격 양성된다. 지방으로 유입되지 않는 의료인력을 일종의 '강제성'을 부여해 키운 뒤, 응급실 뺑뺑이(수용 불능) 등 반복되는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의사전형 신입생은 면허 취득 후 선발 당시 공고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 기간을 채워야 한다. 서울을 제외한 의대 32곳은 2027년 490명, 2028~2031년 연간 613명의 지역의사를 양성하게 된다. 문제는 교육이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2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대규모 증원이 이뤄진 의대 30곳 중 60%(18곳)가 전임교원 확보 미달 상태였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 교원 채용률은 국립대 38%, 사립대 34%에 그치며 지방으로 갈수록 부실한 교육 시스템이 재확인됐다. 정원이 늘어난 의대의 카데바(해부학 실습용 시신) 1구당 평균 실습생 수는 증원 이전 7. 79명에서 이후 8. 12명으로 늘었다. 일부 대학은 2030년 내 보유한 카데바가 소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부 노동조합을 향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하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해온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낸 것은 일부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사회적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45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성과급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구성원과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하다. 한 해 실적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미래 투자와 재무 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더 많은 배분만 요구한다면 기업의 체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 실적은 노동자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시장 수요, 글로벌 경쟁 환경, 협력사 공급망, 연구개발 성과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현대차도 올해 1분기 매출(45조9389억원)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뒷북 평가'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기 하루 전까지 신평사들은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인 BBB+ 등급으로 유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평사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 신평사들의 늑장대응을 문제삼는 것은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가 터지기 전 이미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벨기에 자산 담보대출 약정상 캐시트랩(현금유보) 사유 발생 가능성을 밝혔다. 캐시트랩이란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기준치 이하로 하락하면 임대수입 등을 배당하지 않고 대출 상황에 우선 사용하도록 묶어두는 조치다. 결국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16일 캐시트랩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주가뿐 아니라 채권 가격도 하락했다. 그러나 신평사들은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AAA~BBB-등급)으로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회생신청 당일인 지난달 27일에서야 무보증사채 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한 후 다시 'C'로 낮췄다.
"몇 곳을 지키더라도 지금 노선대로 가면 끝이죠. "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자리를 어느 정도 지켜낼 경우, 지도부를 중심으로 현재 노선이 옳았다며 쇄신을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남에서 보수가 결집하고, 서울의 경제 선거 프레임이 작동하면 야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더라도, 당 개혁의 기준이 '몇 곳을 지켰느냐'에 연동돼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유권자에게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보수 정당이 스스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고 자부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이 두 가치를 모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절윤하고 새 길을 걷는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보완수사' 대책 없이 수사기관 개편을 밀어붙이고 '공소 취소' 모임까지 띄워도 야당의 비판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윤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체제에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는 생각에 많은 유권자가 귀를 닫고 있다. 그 사이 민주당은 '중도'와 '실용'을 내세운다.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의 언어는 세계 질서를 지탱하는 신뢰 자본이다. 여러 동맹들과 결속력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대통령 자신과 백악관에서 나오는 메시지들은 권위보다는 당혹감을, 신뢰보다는 피로감을 안긴 게 사실이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 잦은 정책 번복은 대통령 소통 방식의 차원을 넘어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는 리스크 요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신뢰는 2기 취임 직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가안보, 펜타닐 문제 등을 이유로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가 이를 다시 유예하며 시장에 혼란을 줬다. 콜롬비아에는 불법 이민자 송환 비협조를 이유로 하루 새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렸다가 당일에 이를 보류한다고 밝히는 변덕을 보였다. 미국 무역적자를 이유로 세계 각국에 적용한 상호관세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의 변덕은 안보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평화주의자'로 자처했던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 관련 종전 협상을 주재하며 합의 가능성을 키우다가도 협상 당사국을 번갈아 가며 비판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퇴근 후 매일 1시간가량 온라인 '바이브코딩'(AI를 활용해 자연어로 코딩하는 것) 수업을 듣는 직장인 A씨는 "AI(인공지능)를 배울수록 오히려 불안감만 커진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AI를 활용해 부수입을 올렸다는 성공사례가 넘쳐나는데 자신은 수업을 따라가기 바쁠 뿐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막해서란다. AI 자체보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경쟁자에게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자기계발을 멈춰선 안된다는 강박감이 든다는 설명이다. AI가 일상을 파고들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넘어 '포보'(FOBO·Fear of Becoming Obsolete)를 호소하는 이가 급증한다. 새로운 트렌드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칫 나만 도태될 수 있다는 생존의 위협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공포는 기업들이 AX(AI 전환)를 핵심성과지표로 설정하면서 더욱 심화한다. AX가 기업 경쟁력의 척도로 떠오르자 직무가 아닌 개별 팀과 개인에게 AX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성과평가로 직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 시장은 해볼 만하다는 겁니다. "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의 이 말에는 위기감과 탄식이 섞여 있었다. 각국이 중국의 전기차 물량 공세에 대응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을 앞다퉈 마련하는 동안 우리 정부만 '무혈입성'이 가능한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은 물론 인도와 같은 신흥국들까지 정부가 직접 나서 자국 산업을 방어하고 있다. 보조금과 관세 장벽을 동원해 자국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산 자동차에 비교적 관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의 과잉 생산된 전기차 물량이 밀려 들어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관련 보조금 기준은 이런 공세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 3대 중 1대가 중국산이라는 점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물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우월하다면 소비자들에게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 시장에서 수년째 기부금 0원을 기록하며 사회적 기여도 측면에서는 비판받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대비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판매량을 무섭게 늘리고 있는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동맹 관계를 정원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지역으로 구성시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한미 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시각에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놓은 답이다. 정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한미 간 의견 불일치는 동맹관계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안 중 하나로 과도하게 정치쟁점화해선 안 된다는 게 위 실장의 당부였다. 청와대와 관계당국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정 장관과 미국 측의 시각차는 발언의 출처에 기반한다. 미국은 정 장관이 한미가 공유하는 이른바 '연합 비밀'에 근거해 구성시 발언을 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 장관은 관련 내용을 '오픈 소스'(공개된 정보)에서 취득한 것으로 연합 비밀에 대한 보고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최근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발언의 당사자인 정 장관의 직위와 위치에 있다. 구성시 사안이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 등에서 알려진 내용이더라도 관계부처 장관이 직접 언급하는 순간 정보의 무게는 달라진다.
ETF(상장지수펀드) 순자산 규모가 400조원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으나 업체 간 경쟁과열로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허위·과장광고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자 자산운용사들은 너도나도 우주항공 ETF를 출시했다. 스페이스X 상장시 이를 최대치로 편입하겠다고 광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실제와 달리 스페이스X를 국내 최초로 편입했다고 홍보해 문제가 돼 금감원이 현장점검을 벌였다. 금감원의 이런 행보는 스페이스X 관련 경쟁을 자제하라는 일종의 경고장으로 풀이된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액티브 ETF 홍보 과정에서 상장 전에 구성종목을 사전공개한 일도 논란이었다. 일부 종목 주가가 크게 뛰면서 금감원이 점검에 나섰고 제도개선 방안도 검토 중이다. 커버드콜 ETF는 금감원이 ETF 관련 유의사항 안내시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다. '1억원을 넣으면 월 150만원씩 따박따박', '약 17% 분배율 기대' 등 실현되지 않은 목표수익률을 제시하고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주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광고문구가 끊이지 않으면서다.
그동안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대한 여러 우려들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과도한 우려"라는 것이었다. 사용자성 판단이나 노동쟁의의 범위 등과 관련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사실과 다름" 혹은 "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표현으로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인간을 전제로 한다면 정부의 설명도 이해는 간다. 갈등이 있어도 노사가 합리적 대화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고,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 양보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과도한 교섭 우려나 무차별 파업 등은 발생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고 인간의 행동은 합리성만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최근 CU 물류센터에서 벌어진 화물연대 조합원의 사망 사고는 정부가 예상하던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개정 노조법으로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과 원활히 교섭하고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되길 바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CU 사태의 책임을 오롯이 개정 노조법탓만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기름값이 묘하다. "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관계 부처와 정유업계가 술렁였다. 국제유가는 급락하는데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현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당시 정부는 '혼합판매 주유소'라는 해법을 내놨다.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들여오는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섞어 판매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15년이 지난 2026년, 혼합판매 주유소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정유사와 상표주유소간 전속계약이 가격 경쟁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정유업계와 주유업계는 상생 협약을 맺었고 이에 따라 주유소는 기존에 거래계약을 맺은 정유사 외 다른 브랜드 제품을 최대 40%까지 혼합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간에도 주유소는 혼합판매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번에 혼합 비율이 확대되고 공론화됐을 뿐 2012년 제도 손질 이후 이미 열려있는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널리 확산되지 못한 것은 정작 주유소들이 이를 선택하지 않아서였다.
지난달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을 5일간 보류하겠다고 밝히기 15분 전.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수상한 거래가 포착됐다. 우리 돈으로 1조원 이상의 원유 선물거래가 별다른 이슈 없이 2분만에 체결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통해 전쟁이 잠시 멈춘다는 소식은 사실이 됐고 유가는 급락했다. 지난 1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발표하기 직전엔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계약이 쏟아졌다. 체결 규모는 1분 동안 7990계약, 7억6000만달러(약 1조1150억원)어치다. 누군가는 '뉴스'를 미리 알고 수상한 거래에 참여한 것 아니냔 추측이 나왔다. 전쟁은 투자 기회를 넘어 게임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란 전쟁은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황이 뒤바뀌었다. 예측 시장은 이것조차 '베팅'으로 전환한다. 주요 예측시장에선 누구나 손쉽게 스포츠부터 세계적인 사건까지 결과에 베팅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사건의 확률이 곧 가격이 되는 구조이다보니 생명조차 판돈으로 계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