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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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향해 '인권과 포용'을 외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에게 국경 위기가 닥치자 냉혹한 현실 정치로 돌아섰다. 이들이 내세워 온 인권과 연대의 가치는 안보와 정치 논리 앞에서 빠르게 뒷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최근 스페인령 세우타의 이민자 월경 사태는 그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구 8만 명 남짓한 소도시에 사흘 동안 약 6만 명이 몰려들었고, 대처 과정에서 세우타 당국 집계로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안에는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고 수용시설은 포화 상태에 달했다. EU(유럽연합) 각국에서는 즉각 반이민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민자 문제는 경제 불안과 함께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에서는 이민 규제 강화를 내세운 우파 및 극우 정당의 영향력이 커졌다. 기존 주류 정당들 역시 국경 강화를 앞다퉈 강조한다. 이민 정책이 인도주의의 영역을 넘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정치 변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정부 정책을 믿고 수조원 투자했는데, 개장 2~3년 만에 사업의 전제가 바뀌면 누가 다시 투자하겠습니까. " 최근 열린 카지노 정책간담회에서는 관광진흥개발기금 부과율 상한 인상(매출액의 10%→15%)과 카지노 면허 갱신허가제 도입 등을 둘러싼 업계의 우려가 이어졌다. 업계는 제도 변화의 배경과 산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카지노 산업 제도를 손보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카지노는 공공성과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산업인 만큼 관리·감독 강화 역시 필요하다. 다만 이번 논의의 본질은 규제를 강화하느냐 완화하느냐가 아니다. 정부가 지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어떤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느냐다. 국내 카지노 산업은 여전히 '사행산업'이라는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영업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호텔과 컨벤션, 공연장, 쇼핑시설 등을 갖춘 관광 인프라이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투자 사업이다. 정부 역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영종도와 제주 등에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며 관광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예전엔 소비자들이 '내 차에 왜 쓰레기를 넣었냐'고 했습니다. 설계자들도 '내 부품에 쓰레기 넣지 말라'며 쫓아내던 시절이었죠. " 국내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20여년전 차량 소재를 재활용하는 업무를 하며 겪은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과거엔 재활용 소재를 쓰는 목적이 원가 절감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친환경 규제를 맞추려 쓰고 있다. 그 사이 이유는 달라졌는데 빠진게 하나 있다. '재활용 소재를 썼다'고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단 것이다. 최근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신차 발표회에서 실내에 어떤 재생 소재를 어디에 썼는지 설명하며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업체 홍보자료에선 그런 문장을 찾기 어렵다. 숨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재활용 소재를 썼다고 하면 오히려 이미지에 손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키나 파타고니아 같은 패션 브랜드는 재활용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제값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자산으로 취급되는 상품인 만큼 '재생'이란 단어를 붙이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인큐베이팅'(육성) 시스템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지난달 17일 세상을 떠난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청년 사무관 A씨가 생전 동료들에게 남겼다는 말이다. 공무원노조총연맹과 국가공무원노조가 지난 3일 청와대를 찾아 "간부는 단순한 업무 전달자가 아니라 업무를 조정하고 직원을 보호하는 자리"라고 한 것도 A씨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개인의 비극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후부 출범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기후부는 출범 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조기 달성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 △햇빛소득 마을 700곳 설치 등 도전적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보강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은 많아졌지만 사람은 늘지 않았고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그닥 주목받지 못한 목소리도 있었다. 이질적인 두 부처의 조직 문화 문제 말이다. 산업부 일각의 도제식 업무 문화가 새 조직에 그대로 이식될 경우 젊은 직원들의 업무적·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정부의 정책실패로 흘러가면서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다. 신중하지 못한 정책 도입과 늦은 대응이 도마에 올랐고,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자체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요구로 나온 상품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획한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과 부작용을 충분히 따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장 비중이 큰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시장 과열과 쏠림 확대라는 부작용을 곧바로 드러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34%에서 지난 4월 41%,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 전날인 지난 5월26일에는 49%로 치솟았다. 상품이 나온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5일에는 52%에 달했다. 상품 16종의 시가총액도 상장 첫날 4조4000억원에서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5일 12조원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최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과 이로 인한 증시 충격은 일시적인 호황에 취해 잠시 잊고 있었던 반도체 산업의 속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지금 당장 막대한 이익을 내더라도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금방 후발주자의 추격을 허용할 수 있는 무한경쟁 산업이라는 사실 말이다. CXMT는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1분기 3%였던 디램 점유율을 1년만에 8% 수준까지 확대했다. 올해 안에 10%, 2028년에는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주요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중이다. 수십년에 걸친 반도체 굴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이 나타나면서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반도체 초과이익 논쟁도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초과이익 논쟁의 배경에는 AI(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인해 반도체 기업들의 가파른 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익이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저희에겐 절박한 기회입니다. "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골머리를 앓던 국내 철강업계가 최근 AI 산업 확장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수요처로 삼기 위해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대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이터센터 구조재 못지않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분야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인클로저다. 배터리와 전력 제어장치를 보호하는 구조물인 ESS 인클로저엔 열연·냉연강판 등이 사용된다. 국내 철강사들도 극한의 기후 환경을 견딜 수 있는 특수 강판 등 글로벌 요구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국내 주요 배터리사와 부품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인클로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이나 현지산 철강재를 조달하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해외에 생산된 저가 인클로저가 국내 시장까지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인클로저 제작업체 공급 물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들어 주요 해외매체들이 부쩍 코스피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증시가 시가총액 4조달러로 급성장하면서 영향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외신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열풍을 다루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슈를 뉴스 홈페이지 최상단에 장식하곤 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투자팀을 대상으로 한국 증시를 주제로 한 발표에 나서는가 하면 코스피를 글로벌 주요 지표로 대접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코스피의 위상은 월가의 투자 관행을 바꾼 듯했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시아증시와 반도체주 하락의 이유로 지목된다. 외신은 국내 증시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며 극단적인 리스크에 노출된 시장이라고 평한다. 하루는 폭락해서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터지고, 다음 날은 급반등하는 양상이 주요국 증시 중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성장한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크고 위험천만한 시장이란 꼬리표가 붙은 배경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시가총액이 대형주 위주로 쏠린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장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증시 부양책이 투기 과열을 제어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 등이다.
3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 혈세와 국가 재정이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가 세운 '상업적 합리성'이란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야 할 시점이다. 현실의 협상 테이블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지난 관세 협상에서 목도했듯 이번 대미 투자 협약의 구조 역시 유사한 결을 보인다. 양국 협약에 따르면 투자 추천 권한을 쥐고 있는 곳은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다. 위원회가 사전 협의를 거쳐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결국 어떤 사업을 고르고 결정할지의 주도권은 미국에 쥐어져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기준을 바라보는 양국의 입장차는 존재한다. 협약상 상업적 합리성은 투자위원회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일정 수준의 분배액을 충당할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로 정의된다. 즉 수익성과 타당성을 평가하는 잣대 자체가 미국 상무장관의 손끝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이 지방이전 이슈로 뜨겁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로드맵을 하반기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후보군이 거론되면서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엔 농협중앙회를 전남 나주로, NH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부산으로 각각 이전한다는 문건이 돌면서 내부 동요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없단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NH농협지부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지방 이전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농협중앙회는 법적으로 공공기관이 아닌 협동조합인 데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돼 있다. 더욱이 농협은 이미 전국 17개 시·도에 지역본부와 지역 조직을 운영하며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말 기준 농협은행은 전국 1065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3분의 2 가량(666개)이 지방에 위치한다. 농협이 이미 군소 도서지역까지 점포를 촘촘히 운영하며 고용 등 지방균형발전에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업무 효율성을 포기하며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조용한 의료개혁'을 칭찬했다.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갈등과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며 "잘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의료개혁은 전(前) 정부의 의제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등 현재 정책은 '의료혁신'으로 추진된다. 대통령이 '혁신'이 아닌 '개혁'을 언급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 의아했다. 말꼬투리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다. 혁신이든 개혁이든 정책이 좋고 효과적이면 그만이다. 시끄럽게 대립하는 것보다 대화하고 설득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2024년 2월 '2000명 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개혁이 2년 반가량 이어지는데도 환자는 여전히 불안하고, 의사는 아직도 화가 나 있다는 점이다. 의료개혁이 이름만큼이나 강력하고 효과적이라면 고위험 산모가 갈 병원이 없어 아이를 잃고, 아픈 아이가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줄어 뉴스에 드물게 나와야 하지 않나. 의사들이 지역·필수·공공의료 대신 집회장을 찾고, 신생아 의사가 대통령 앞에서 8분간 "절벽에 서 있다"고 울분을 쏟아내는 일도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15년. 국민성장펀드가 새로 내놓은 '초장기기술투자펀드(이하 초장기펀드)'의 존속기간이다.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양자컴퓨팅처럼 성장이 오래 걸리는 딥테크 분야에 투자금이 조급하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통상 7~8년이던 벤처펀드의 만기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방향은 타당하다. 기술의 상용화 속도와 자본의 회수 주기 사이에서 발생하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다. 그런데 이 '기다림의 펀드'가 정작 벤처 생태계에서 가장 오래 기다려온 주체들을 초대하지 않았다. AC(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일 산업은행에서 열린 공청회의 참석 대상은 VC(벤처캐피탈)와 PEF(사모펀드), LP(민간출자자)로 한정됐다. 극초기 딥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온 AC는 논의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단순한 자리 배치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초장기펀드의 운용사(GP) 선정 대상에서 AC를 제외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