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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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합니다.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나오게 된 것을 반성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환율 대책의 일환으로 서학개미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으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컸다고 시인한 셈이다.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자기반성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 규모는 상장 이후 한 달 만에 14조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92%로 압도적이다. 거래대금은 약 140조원으로, 전체 ETF 거래대금의 23%를 차지한다. 이에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은 강해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반도체 소부장 ETF, 반도체 레버리지 ETF, 타업종 ETF 등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코스피200변동성지수) 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평균 80.
안동 하회마을의 정취에 취해 골목길을 걷다 보면 뜻밖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고택 사진을 찍다가 '사생활 침해'라는 성난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 무심코 발길을 옮겼다 개인 사유지라며 제지당하기도 한다.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관광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개인 사유지다. 문화재의 공공성과 주민의 사적 권리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다. 서울 강동구의 A아파트 단지를 보면 문득 하회마을이 떠올랐다. 이 아파트는 최근 단지 입구마다 '입주민 전용공간'이라는 안내판을 배치했다. 공공보행통로에서 단지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출입문도 설치됐다. 이 단지는 지하철역과 인근 거주지를 잇는 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공공보행통로 이용자가 늘면서 소음과 쓰레기가 발생하고 단지 내 시설을 무단으로 드나드는 외부인도 증가했다. 이에 입주민 사이에선 "과태료를 내더라도 공공보행통로를 막아버리자"란 말이 나왔다. 지역 주민들은 "인허가 혜택만 받고 입주가 끝나자 약속을 뒤집는 셈"이라고 비판하지만 입주민들이 말하는 '안전한 주거권'도 이기적 생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솔직히 누구 하나 떨어져 나가길 바라고 있는 곳도 꽤 있을 거예요. " 요즘 항공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종종 비슷한 소리의 하소연을 듣는다. 고유가에 고환율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항공업계의 상황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지난해에도 '치킨게임'이다 뭐다 하며 항공업계에 안 좋은 소리만 가득했는데 올해는 중동 전쟁까지 터지며 첩첩산중이 됐다. 사실상 전쟁이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에서는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경쟁사의 이탈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마저 드러난다. 비상경영 상황에서도 버틸 체력을 갖춘 대한항공과 달리 자금력도 후방 지원도 약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말 그대로 가뭄에 목이 타는 처지다. 문제는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서 운임을 마음껏 올릴 수도 없다는 점이다.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곧바로 다른 항공사나 다른 여행지를 찾는다. 항공사 입장에서 유류비 부담이 커졌는데도 특가 항공권을 접기 어려운 이유다. 팔면 팔수록 남는 게 적지만 안 팔면 좌석이 빈다. 특히 중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린 항공사들의 고민은 더 깊다.
23일(현지시간)은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 '브렉시트'를 선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2016년 영국 유권자들은 "주권을 되찾자"며 찬성 51. 9%, 반대 48. 1%로 EU로부터의 독립을 선택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영국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주권 회복' 목소리가 울려 퍼졌던 광장의 열기가 식은 자리에 물가상승·무역위축 등 성장 둔화와 분열이라는 상처가 남았다. 브렉시트는 '주권 회복'을 내세운 결과지만 지난 10년간 그보다는 경제·통상·노동·정치를 동시에 흔든 사건으로 평가되면서 영국 내부에선 뒤늦은 후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15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는 브렉시트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봤고, 65%는 EU와 더 가까운 관계를 원한다고 답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를 후회하는 '브레그릿(Bregret)' 현상이 이제 영국 사회의 주요 정서로 자리 잡았다"라고 전했다. EU 재가입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다양한 실험과 성과가 나오고 있는데 제도는 여전히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최근 만난 한 사회적기업 대표는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연대경제 현장을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다. 지역에서 돌봄과 주거,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법안의 내용보다도 "언제 통과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올 정도다. 이 법안은 2014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이후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매번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선 상황이 달라지는 듯했다.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번번이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내용보다 정치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법사위 표결 처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무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본회의에 상정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결국 당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 오는 8월 신임 당대표 선출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가 '1인1표제' 정책을 둘러싼 당내 논쟁을 두고 한 말이다. 당을 걱정하는 의견조차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치부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이번 전당대회 구도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대 김민석 국무총리의 대결로 굳어지는 상황에서다. 1인1표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등가성을 회복해 당원 주권을 강화한다. 의원들 의사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대의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당심에 더 다가갈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중앙위원회에서 찬성 60. 58%·반대 39. 42%로 대의원의 표 가치가 권리당원보다 최대 20배 높았던 규정을 삭제했다. 새 제도가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전국정당화를 추진 중이지만 1인1표제는 일부 의견이 인구수 대비 과다 대표될 가능성을 내재한다. 2023년 민주당 혁신안에 따르면 호남(광주·전남·전북) 권리당원은 전체 33. 3%인 반면 TK(대구·경북)·PK(부산·울산·경남)는 8.
"교섭 테이블이 무한정 넓어진다면 정작 협상이나 제대로 되겠습니까. " 현대차가 회사 안팎으로 다양한 노조 압박에 직면한 모습을 바라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5일 구내식당 노동자, 공장 경비·보안직원, 판매대리점 카마스터 등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노동당국의 판정이 나왔다. 같은날 원청 정규직인 현대차 노조는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파업 수순을 밟았다. 이날의 풍경은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시작은 SK하이닉스였다. 지난해 9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못 박으면서 대기업 노조 사이에 새로운 기준점이 생겼다. 삼성전자 노조가 같은 방식의 요구를 내걸며 올 상반기 파업 직전까지 갔고 현대차 노조가 그 뒤를 잇는 것은 업계에선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이 맞물리면서 더 복잡해졌다. 원청 대기업의 교섭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정규직 노조의 성과급 요구, 하청 노조들과의 교섭 의무, 중노위 재심과 행정소송까지 감당하게 생겼다.
지난 4월부터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이 허무하게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미국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한국 투자자들이 수억원을 싸들고 달려들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상장 물량을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했다. 최소 10억달러(약 1조5145억원)어치 이상 물량 확보를 목표로 하는 등 자신감 있던 미래에셋증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금융당국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관련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추진한다고 했다가 전문·기관투자자 등 사모 방식으로 변경했다. 국내 일반투자자의 해외 공모주 청약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일각에선 당국이 관여한 영향 아니냐고 의심하지만 처음부터 자본시장법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표적으로 자본시장법은 국내 일반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하려면 발행인인 스페이스X가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스페이스X가 국내 투자자를 위해 일정에 맞춰 증권신고서 심사를 받는 일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원유 수입이 끊기면 어떡하죠?" 지난 2월말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과 이로 인한 전례 없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봉쇄로 대다수 국민들은 이같은 걱정에 휩싸였다. 석유는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재화지만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다. 중동전쟁이 발발하고 나서야 '석유 없는 세상'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중동전쟁으로 인한 우리나라 원유 수급은 초비상사태였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국내에 입항한 것은 3월20일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홍해 우회 항로를 이용한 유조선이 5월 초 입항하기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원유 공백상태였다. 정부가 발 빠르게 조치한 덕분에 중동 외 지역에서 대체 원유를 공수할 수 있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휘발유·경유 가격은 리터당 1600원대에서 순식간에 2000원대로 치솟았고 석유를 원료로 하는 국내 주요 산업도 가동 중단 위기에 몰렸다.
'설상가상이다. ' 최근 만난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가 처한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고 무관세 수입 쿼터 축소에 나서면서다. 미국과 EU만의 일은 아니다. 전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워 철강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철강 시장의 판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철강 수출국인 한국으로선 뼈아픈 변화다. 실제 지난해 국내 철강 제품 수출액은 303억달러로 전년보다 9%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처럼 대규모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수출 감소분을 흡수할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각국이 앞다퉈 철강 수입 장벽을 높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철강산업이 단순히 하나의 업종이 아니라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기반 산업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조선, 건설, 기계, 방산에 이르기까지 철강이 쓰이지 않는 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철강산업이 흔들리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공지능(AI)이 물가를 끌어내릴까 오히려 올릴까.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를 비롯, 생활 물가가 전반으로 뛰자 통화정책을 결정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민이 깊다. 오는 16~17일(현지시간)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주재하는 첫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연준의 독립성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 물가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호주, 노르웨이 등 각국이 금리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연준의 2% 목표를 넘어선 지 오래다. 경제지표들은 일단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연준이 금리 결정에 중요하게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은 4월 기준 지난해 대비 3. 8% 상승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4. 2% 올라 3년1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이란 전쟁 때문에 급등한 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렸다. 금리를 통해 경제와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 하는 연준이 결정의 순간을 맞고 있다. '매파적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란 평가를 받아왔던 워시 신임 의장은 그간 금리 인하 필요성을 시사해왔다.
초여름의 길목, 바야흐로 금계국의 계절이다. 도심의 아스팔트 틈새부터 시골의 거친 국도변까지 지천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노란 물결이 일렁인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누구 하나 따스한 눈길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내는 강인한 자생력. 세상 어디에서나 척박함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그 끈질긴 생명력이 문득 지금 전 세계 시장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소비재 수출 전선과 닮았다. 최근 K-뷰티와 K-푸드로 대표되는 농수산식품의 수출 기세가 딱 그렇다. 국가가 거대한 자본을 선제적으로 대거나 정교한 청사진을 그려주지 않았음에도 중소·중견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친 황무지에서 홀로 자생하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움과 맛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탄탄한 자생력 하나로 전 세계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중이다. 수치도 이들의 당당한 홀로서기를 증명한다. 지난 5월 한 달간 화장품 수출만 11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2% 증가하며 역대 5월 최대치를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