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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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주식 거래량이 급증하면 한국거래소나 증권사에서 전산장애가 자주 발생합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한국거래소가 거래 시간 연장을 밀어붙이니 걱정입니다. "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거래소는 정규장 전·후에 프리마켓(오전 7~8시)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개설하고, 내년 말에는 24시간 거래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증권업계는 순차적으로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위해서는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거래소의 등장, 주식 거래 급증 등으로 이미 전산장애가 빈번해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서버 준비와 테스트 없이 주식 거래시간을 연장했다간 전산사고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증시가 급등락하고, 거래량이 급증하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등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 9일에는 한국거래소 주식 주문이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수능을 잘 보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 " 정부가 지난해 2월 '국가대표 AI(인공지능)'를 선발하겠다고 밝힌 지 1년이 지났다. AI업계에선 대기업도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자금을 정부가 지원해 국내 AI 생태계가 활성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대규모 AI모델 개발 노하우를 축적해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AI 인재양성도 이뤄진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벤치마크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져 자칫 시험 잘 보는 AI 선발전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다. 벤치마크는 AI모델이 특정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지 점수화한 지표로 여러 모델을 비교해 '줄세우기'엔 탁월한 도구다. 그러나 AI모델의 혁신성·효율성, 연구의 난이도까지 평가하진 못한다. 정부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35점)와 사용자(25점) 평가를 병행하지만 벤치마크 배점이 총 40점으로 가장 높다. 일각에선 AI가 시험을 잘 보도록 족보(평가문제)를 외우게 하는 '벤치마크 오버피팅' 의혹도 제기한다.
"다시 모이는 인파, 준비는 충분한가. " 15일 찾은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 대형 전광판에는 BTS(방탄소년단) 공연 광고가 쉴 새 없이 흐른다. 평소처럼 시민들이 광장을 오가지만, 화면 속에는 '3월 21일 라이브'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전 세계 26만명에 달하는 군중의 광화문 집결이 이제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도시 전체가 축제의 열기로 들썩이고 있지만, 환호의 이면에는 묵직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이 많은 인파를 정말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가'다. 대규모 인파 관리는 우리 사회에 각인된 뼈아픈 숙제다. 2022년 이태원 참사 후, 시민들은 밀집된 군중을 마주할 때마다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일종의 '사회적 트라우마'다. 그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예상되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과연 안전할까'라는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그간 정부는 매뉴얼을 정비하고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매뉴얼의 부피가 커졌다고 위험이 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 참사가 남긴 교훈은 매뉴얼의 부재가 아닌, 현장에서 이를 실행할 '지휘관'과 '소통'의 실종이었다.
중소기업인에게 기업의 성장은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 경제단체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규제는 94개 늘고, 대기업이 되면 규제가 329개로 증가한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각종 세제·금융 지원에서 제외되고 다양한 규제에 직면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책임과 규제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성장에 따른 규제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다. 규제의 쓴맛과 혜택의 달콤함을 맛본 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꺼리고 '피터팬'으로 남는다. 보호 중심 정책에 자생적 역량을 쌓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최근 '규제개혁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기구인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격상됐다. 다양한 분야의 경제·산업계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 구성도 눈길을 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구조라는 점에서 정부가 규제 문제를 핵심 경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규제는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문제는 규제의 존재가 아니라 과도하거나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부분이다.
지난달 강선우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 '오기' 논란 당시의 일이다. 한 경찰 간부는 한숨을 내쉬면서 "검찰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1차 책임은 경찰에 있지만 사실상 '복붙'(복사하고 붙이기)한 검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요구서 초안 격인 구속영장 신청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기재된 것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수사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던 때다. 경찰은 당시 온라인 기사 등을 참고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구속영장 신청서에 기술했다. 검찰도 제대로 된 확인없이 관행적으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고 이는 체포동의요구서 형태로 다시 검찰, 법무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가 체포동의요구서를 접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버는 사이 '경찰→검찰→법원→검찰→법무부'의 프로세스가 다시 작동된 후에야 논란은 일단락됐다. 오기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검찰의 이른바 '복붙' 행정이 제도화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민주당 강경파가 공소청의 예외적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근거한다.
"어제 리터당 1750원에 주유했습니다. " "저는 1740원대에 넣었어요. " 최근 한 업계 관계자와 가진 식사 자리에서 오간 대화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이 벌어진 후부터는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물론 결국은 "기름값은 왜 이렇게 빨리 오르는 거냐"는 푸념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유업계에서도 이미 책임 공방이 한차례 오갔다. 정유사와 주유소가 서로를 향해 '빌런'이라고 지목하면서다. 주유소업계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먼저 공급하고 가격은 나중에 확정하는 사후정산제를 문제로 꼽고 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일부 주유소가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물량을 비축하면서 가격이 더 빠르게 뛰는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처럼 중동 정세에 따라 움직이는 유가는 한국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하지만 그 때마다 우리가 대응하는 방식은 '빌런 찾기'에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냈지만 소비자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금융위원회가 갑자기 왜 지분을 규제하는 방안을 법안에 넣겠다고 하는거지요?" 금융위가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규제를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에 포함한 일이 알려진 뒤 업계 관계자들이 기자에게 쏟아낸 질문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지분 규제에 금융위의 의중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해답은 얼마 후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거래소 인가제가 도입되면 영구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게 된다"며 "공공 인프라적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소유 지분을 규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설명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우선 가상자산거래소는 공공재가 아니다. 정부의 지분규제는 사유재산 침해라는 위헌적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용을 위해 수수료를 내야 한다. 가입을 막을 수도 있고, 한정된 가상자산을 사기 위한 경쟁도 이뤄진다. 공공재의 조건인 비배제성과 비경합성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학계의 중론이다.
"작전 승인, 행운을 빈다. " 지난달 28일(미국 동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 이란 군사작전으로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점화했다.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이란 공격을 최종 승인했다. 표면적으로 지금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끝에서 나왔다. 하지만 공격의 방식과 궤적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습적인 수뇌부 암살과 압도적 무력 과시는 이스라엘이 수십 년간 고수한 '선제 타격' 독트린과 궤를 같이 한다. 때문에 이번 공격은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설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의 화력이 동원됐지만, 전쟁의 설계도는 이스라엘의 이론에 의해 그려졌다"고 했다. 트럼프가 내놓은 메시지가 혼란스러운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는 공습 직후 "제한적 대응"이라며 전면전에 선을 그었으나, 이내 이란 민중의 봉기를 촉구하며 정권 교체를 요구했다. 집권 1기 시절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최대 압박'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군사 공격에는 신중했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합니다. " 한국전력을 비롯한 전력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전기요금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인상' 보다는 '현실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현실화가 곧 인상을 의미한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인상이라는 말을 직접 입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탓이다. 전기요금이 국민의 일상과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다보니 전기요금을 올리자는 얘기를 꺼내긴 쉽지 않다. 특히나 전기는 공공성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요금에 시장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정부는 국민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공기업은 적자가 나더라도 불만을 얘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전력업계가 '현실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현 요금구조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의 일반원칙 중 하나가 원가주의 원칙이다. 전기요금 산정에 적정원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적정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연료비다.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 생산원가가 오르고 그만큼 요금도 올려야 한다. 하지만 2022년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3~4배 급등했어도 전기요금은 그대로였다.
새만금은 그동안 대규모 개발과 환경 보존이 충돌하는 현장이었다. 33. 9㎞의 방조제가 갯벌의 숨구멍을 막았다는 비판과 함께 생태계 파괴 논란은 착공 이후 35년 동안 이어졌다.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라는 수식어 뒤에는 정권마다 바뀌는 계획과 설익은 청사진만 난무했다. 2023년에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사회적 비용과 피로감은 국민의 몫이었다. 정체됐던 새만금의 시계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9조원 규모의 전격적인 투자 결정은 새만금의 존재 이유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재정의했다. 실제로 새만금은 로봇·인공지능(AI)·수소에너지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를 통해 1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와 7만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 회장을 향해 "국가와 국민이 함께 키워낸 현대차그룹, 정주영 회장님께서도 자랑스러워 하실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정 회장의 조부이자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이 사실상 주도한 국가개발 사업이다.
미국이 이란의 37년 통치자를 '제거'하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압도적 군사력과 더불어 인공지능(AI) 기술을 가진 미국은 이란 정권 수뇌부의 회의 시간을 파악, 토요일 대낮 정밀 타격으로 공격력을 높였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공습 당시에도 미국은 작전 개시 3시간만에 대통령궁에 진입,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생포했다. 이 기습 작전들에는 AI가 활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간의 행적 등을 분석해 위치를 추적하고 정밀 타격하는 데 AI가 위력을 발휘했다. 이런 기술이 없던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붙잡은 건 전쟁 시작 9개월만이었다.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 속에서 이 같은 AI의 군사적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 균형에 대한 논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은 주요국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일조했지만, 그만큼 민간인 피해 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해서다. 최근 군사적 활용을 거부한 앤트로픽을 '국가안보에 대한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겠다는 미 정부의 '엄포'는 그만큼 AI가 군 역량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작전명 '에픽 퓨리')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정학적 상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사건 발생 이튿날 산업통상부가 긴급 소집한 '제2차 실물경제 점검회의'의 풍경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에너지 안보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이란 정권 교체의 기회"로 명명하며 중동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공급망은 유례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의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은 막연한 우려가 아닌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관리돼야 한다. 다행히 2023년 홍해 사태 이후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 항로를 운용하고 있어 당장의 물류 대란은 피했으나 장기화 시 운임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산업부는 이미 여수와 거제 등 9개 비축기지의 방출 태세를 점검하며 비상 매뉴얼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비축유는 '버티기'를 위한 수단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중동 지역 수출 비중이 2025년 기준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이터는 자칫 안일한 판단을 부를 수 있어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