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이 허무하게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미국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에 한국 투자자들이 수억원을 싸들고 달려들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상장 물량을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했다. 최소 10억달러(약 1조5145억원)어치 이상 물량 확보를 목표로 하는 등 자신감 있던 미래에셋증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금융당국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관련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추진한다고 했다가 전문·기관투자자 등 사모 방식으로 변경했다. 국내 일반투자자의 해외 공모주 청약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일각에선 당국이 관여한 영향 아니냐고 의심하지만 처음부터 자본시장법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표적으로 자본시장법은 국내 일반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하려면 발행인인 스페이스X가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스페이스X가 국내 투자자를 위해 일정에 맞춰 증권신고서 심사를 받는 일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래에셋증권도 관련 절차를 밟지 않았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일부 투자자는 외환당국의 눈치보기로 미래에셋증권이 청약 물량을 줄인 것이 실패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확보 가능한 물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단 한 주도 챙기지 못했다.
미국에선 주관사의 재량이 큰 만큼 미래에셋증권의 협상력이나 한국 자본시장의 위상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 증권사, 자본시장의 위상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투자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제2의 스페이스X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당시 요건에 맞지 않는 일반인을 전문투자자로 무리하게 등록하지는 않았는지 등 투자자 보호 실패 여부를 의심해 검사 중이다. 투자 열기를 이용한 무리한 영업행위·과장광고 등 문제가 발견되면 엄정 조치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