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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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9일 네 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갓 수능을 마쳤다는 10대 소녀가 연단에 올라섰다. 얼마 전 집에 불이나 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산을 다 날려 버스비를 아끼려 50분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원서 접수비가 아까워 대학은 3군데만 썼다는 소녀는 "아르바이트 일당을 포기하고 집회에 나왔다"며 "지금 이 나라를 만든 게 정치를 하는 어른들의 책임이라면 어른이 되는 걸 포기하겠다"고 외쳤다. 따끔한 일침에 고개를 숙이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였다. 1972년 10월 유신 선포 당시 학생이었던 60대는 어린 시절 자신이 쓴 글을 들고 무대에 올라왔다. "유신체제만이 우리나라를 지켜줄 수 있다"는 문장을 읽어내려가며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땐 그게 맞는 줄 알았다"며 40년 넘은 후회를 내뱉었다. 떨리던 목소리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변하는 데 1분이 채 안 걸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분노와 책임감을 품고 나왔다. 교복 차림의 10대들은 최순실씨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범금융권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정치권 인사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 700여명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총출동해 덕담을 나눴다. 금융권 인사들은 올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을 꼽았다. 그런데 정작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초대은행장은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본인가를 받아 24년만에 탄생하는 신생 은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범금융권 신년인사회 실무를 담당하는 은행연합회측은 케이뱅크가 이달말 영업을 시작하다 보니 협회 등록이 마무리되지 않아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타당한 이유지만 인터넷은행장이 빠진 범금융권 신년인사회는 인터넷은행의 불안한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케이뱅크는 이미 자본금 2500억원의 절반을 사업 준비에 썼다. 2~3년안에 2000억~3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하지만 산업자본의 지분 제한을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스미다구에 위치한 문 닫힌 상점거리, 이른바 '셔터도리'를 찾았다. 소비절벽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한낮에도 점포가 절반 가까이 폐점한 풍경은 생소했다. 문득 이게 스미다구만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통역사를 비롯해 시민, 현지 전문가 등에게 "스미다구 셔터도리는 보편적 현상이냐"고 되물었다. 지역이 쇠락한 이유가 사회·구조적 원인이 아니라 스미다구의 지역 경쟁력이라는 개별적 요인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돌아온 답변은 한결 같았다. '도쿄는 셔터도리가 아직 많지 않지만 지방은 심각하다'였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점가 중 빈 점포 비율이 10%, 20%를 초과한 곳은 각각 전체의 47.8%, 29.0%를 차지했고 대부분 지방이었다. 일본의 변화는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에 이어 1996년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등이 촉매가 됐다. 인구구조 변화로 일할 사람은 줄었고, 경기불황으로 소비도 줄었다. 그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됐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묻혀 눈에 잘 띄지도 않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도 지난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상황은 기아차 '니로' 등 친환경차의 약진과 중형차, 소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시장에서의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의 선전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기억들은 대개가 아쉬움이 남는 일들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잊혀졌을지 모르지만 새해를 맞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아픈 상처'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진난해에는 안전·신뢰에 대한 논란이 유독 크게 다가 왔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일어났던 '싼타페 급발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충돌 전부터 "차가 왜 이러냐"고 다급하게 외친 목소리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으나, 급발진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판단에 따라 20년 경력 전직 택시기사였던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아 외교부를 향한 국민들의 성토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단순히 해당 합의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떠나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읽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윤병세 장관은 지난 2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본질 면에서는 정부가 24년간의 난제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진일보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본 내 진보적 인사들의 긍정적 평가를 소개하며 "시야를 넓혀 균형 잡히게 보면 다른 시각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60%에 가까운 위안부 합의 '파기' 여론(29일 리얼미터 조사)은 마치 '본질'을 제대로 읽지 못한 잘못된 평가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정부로서는 이번 합의가 과거 아시아여성기금, '사사에안(案)' 등에 비해 객관적으로 진전된 것이며, 상대가 있는 외교에서 일부 타협이 불가피하단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싶었을 수 있다. "'뜨거운 감자'처럼
"은행에서 내미는 모든 서류에 동의를 안 하면 거래가 안되는데 누가 거절을 하나." 전자등기 처리 과정에서 개인의 공인인증서가 위임된 형태로 쓰이는 실태가 보도되자, 누리꾼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위임서명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작성된 동의서는 면책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일부 공인인증서 발급업체들은 공인인증서 다운로드 기능이 탑재된 전자등기 프로그램을 앞세워 영업을 벌이고 있다. 법무사 등은 해당 프로그램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고 참조번호와 인가코드,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면 개인의 공인인증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같이 발급된 공인인증서는 법무사의 컴퓨터 등에 저장될 수 있으며, 고객을 대신해 최종 서명하는 '위임서명'에 활용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 모든 내용에 대해 고객 스스로 동의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임서명을 위해선 고객이 직접 '전자서명위임장 및 개인정보 제 3자 제공 동의서'에
"올초에 선임돼 모르겠습니다. 경영진이 잘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에게 2017년 사업계획과 임원 인사, 주요 현안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답이다. 불과 며칠 전에 이사회에 참석해 2017년 경영계획안에 ‘찬성’ 의견을 밝혔지만 경영진이 제시한 내년 주요 경영키워드 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금융지주와 은행별로 매년 연 10회 이상 이사회를 열지만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개진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부터 9월말까지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NH농협금융, DGB금융, BNK금융, JB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사와 은행에서 총 85번의 이사회가 열렸지만 반대 의견은 단 2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안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경영진의 의견에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사외이사의 자질 문제도 제기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올해 2월 중순 한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장과의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다. 1주일 전 설 연휴 마지막날 정부의 기습적인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있었다. 화제는 자연스레 정부 조치의 적절성 여부로 흘렀다. 경직된 대북 정책 탓에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 여론이 많던 시기다. 그런데 당시 공공기관장의 발언은 놀라웠다. 개성공단 폐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일반적 수위를 넘는 노골적인 이념적 성향을 드러냈다. 예컨대 대북 정책과 연관 지어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 대해 '빨갱이 척결'이란 논리로 펼치는 식이었다. 당시 자리를 함께 한 후배기자와 귀를 의심했을 정도였다. 지난달 중순 그 공공기관장과 다시 만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온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넘치던 시기였다. 그는 뜨겁게 달아오르던 촛불집회를 일부 세력의 선동과 언론의 과장 보도에 따른 결과물로 판단하고 있었다. 최근 만난 취재원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 그 기관장과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기관장
고검장을 투입해 126일간 집중 수사를 벌였지만 기소된 사람은 0명. 결과물은 없었다. 남은 건 '황제 소환' 논란을 부른 사진 한장뿐이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의 가족을 두루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 같은 '빈손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스스로도 "민망하다"고 했다. 수사팀 출범 초기 검찰 안팎의 시각은 '반신반의'였다.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19기)인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수사팀장에 임명되며 논란이 일었지만 "나는 검사다. 수사대상이 누구든 정도에 따를 뿐"이라던 그의 말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우선 본격 수사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압수수색이 '코미디'였다. 여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지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우 전 수석 주거지는 쏙 뺐다. 우 전 수석이 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만 들렀다 나왔다. 가족회사 정강에선 압수물로 쇼핑백 1~2개를 달랑 챙겼다고 한다.
지난 2년간 줄곧 ‘노동 4법’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입장을 바꿨다.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장관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단독처리를 국회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내수침체, 청탁금지법, 조선업 구조조정 등 서너 가지 요인이 겹쳐 있어 내년 2~3월 고용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 고민에서다. 이런 발언은 지난 11월 정기국회에서 노동 4법 무산으로 사실상 좌초된 노동개혁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 보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노동시장이 더는 ‘노동 4법’의 패키지 통과에 연연해 할 만큼 녹록지 않다는 절실함에서 나왔다. 이 장관은 “가장 시급한 게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법”이라며 “노사정 합의만 해도 15만개 정도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제는 잊혀 버린 ‘9·15 노사정 대타협’의 본질은 일자리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돈은 있으신거죠?" 최근 공인중개소를 찾아 주변 아파트 시세와 분양 일정, 가격 전망에 대해 묻자 대답 대신 질문이 돌아왔다. 이 중개소 대표는 "지금 분양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데도 무턱대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어 물었다"고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분양권 시장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강남 재건축 등 입지가 좋은 아파트는 당첨만 돼도 수천만원에서 억원 단위의 웃돈(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었다. '묻지마 청약'이 판을 친 이유다. 하지만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서울 내에 아파트는 청약 당첨이 돼도 1년 6개월 동안은 분양권 거래가 안 된다. 강남4구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팔 수 없다. 가수요가 빠지고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웃돈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예전처럼 '웃돈'만 생각하고 청약에 나서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30대 초반의 한 지인 부부는 최근 마포구 A아파트에 당첨됐지만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11·3 대책으로
"또 인명진인가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분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새누리당이 지난 23일 비상대책위원장에 인명진 목사를 지명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이 위중한 시기에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영입이라는 해묵은 카드를 꺼내든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새나왔다. 이번 만큼은 혁신을 내세운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며 '새 인물'이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인명진 영입을 놓고 찬반이 엇갈린 가운데 기자는 문득 1년전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의원들과 탈당을 감행했던 시기가 오버랩됐다. 문재인 전 새정치연합 대표는 안 전 대표와의 결별 이후 대표자리를 물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 경제멘토'인 김종인 교수를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으로 영입, 대표의 권한을 모두 넘겼다. 그의 영입을 놓고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경제민주화'를 관철시킨 소신파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반면 여든살을 바라보는 정치인의 '노욕' '원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