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지 않은 길 가는 삼성…'이제 시작'

[기자수첩]가지 않은 길 가는 삼성…'이제 시작'

김성은 기자
2017.03.02 16:01

"이제부터는 언론이 잘 감시해 줄 때입니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약속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요."

삼성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가 공식화될 때쯤 만난 한 미전실 소속 직원 말이다. 그룹의 한 치 앞은 물론, 대기발령 상태로 자신의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 속에서 한 직원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냉정하게 들렸지만 울림이 컸다. 원망도, 호소도 아닌 감시라니.

삼성은 익숙한 모든 것들과 빠르게 결별 중이다. 58년 역사의 미전실은 물론 사장단회의, 대관조직 등 그룹 차원의 업무를 폐지했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는 당분간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삼성은 더 과감한 길을 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의 구속'이 약속의 빠른 이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랐을 거라는 내부 해석도 나온다.

삼성은 아픈 수술을 진행 중이지만 대중은 '반신반의'다. 미전실 해체 기사에는 이름만 바꾼 같은 조직이 탄생할 것이라는 냉소적 댓글들이 달렸다. 삼성이 숙제로 삼은 '반(反)삼성' 기류가 여기서도 감지됐다.

삼성은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 출연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재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또 미전실의 7개 팀 수장이 전원 사표를 제출했다. 어찌됐건 최순실·정유라 모녀에 대한 부적절한 지원으로 총수까지 구속된 것에 대한 실질적·도의적 책임을 진 셈이다.

삼성은 가보지 않은 길의 첫발을 뗐다. 총수가 수감된 채 아직 재판도 끝나지 않은 힘든 상황 속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모험을 시작한 셈이다. 이 상황에서 새 시도는 위험이 크겠지만 그만큼 쇄신 의지도 크다는 뜻이다.

결국 '잘 감시해 달라'는 말은 몸담은 조직이 유례없는 위기를 지나고 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팎으로 인정받는 제대로 된 쇄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그 어떤 청탁보다도 짙은 호소로 읽힌다. 동시에 정권이 권력을 앞세워 기업에 부당한 요구를 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도 언론의 몫이라는 당부도 담고 있는 듯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성은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