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뎌진 한국은행, 흔들리는 공신력

[기자수첩]무뎌진 한국은행, 흔들리는 공신력

유엄식 기자
2017.03.01 05:12

“경제상황 인식이 정부보다 낙관적이다”

최근의 한국은행 행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이렇게 촌평했다.

정교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던 한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요즘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은의 시각변화는 얼마 전 발표된 생활물가 점검 보고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보고서는 달걀, 채소 등 밥상물가 주요 품목 가격이 단기간 50~100% 크게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 전달에 치중했다.

그러나 마트에서 고물가를 체감하고 있는 다수의 국민은 이런 한은 분석을 받아 들이기보다 공허한 ‘뒷북치기’로 볼 공산이 크다.

한은의 첫 번째 책무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보고서 발표 시점이나 분석 내용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한은이 그동안 정부보다 중립적 시각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총액 1300조원을 돌파해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모호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가계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현황을 볼 때 채무 상환능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거나 “가계부채 질적인 측면은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생중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나눈 대화에서선 “거시경제 관점에서 봐도 가계부채 총량이 너무 많다”고 했다. “가계부채 위험성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나온 답변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2금융권 풍선효과’ 위험을 어떤 기관보다 빠르게 경고했던 이 총재답지 않았다.

이러면서 시장의 신뢰도는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시장은 10개월째 지속된 금통위의 만장일치 결론과 이 총재의 뻔한 발언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금통위 금리결정 당일 환율과 금리 움직임은 평소보다 잠잠할 정도다. 그만큼 한은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시기가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한은의 분위기는 ‘정부보다 더 정부 같은’ 느낌이 든다. 경제현안에 대해 할 말은 제대로 하는 본연의 날카로움도 되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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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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