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권, 대선 이후가 두려운 이유

[기자수첩]금융권, 대선 이후가 두려운 이유

권다희 기자
2017.03.01 14:05

"예전엔 '쪽지' 들어와서 이거 처리하는 게 일이었는데 이번엔 전화도 한통 안 왔습니다. 이런 적은 처음이네요."

얼마 전 외부인이 주로 오는 자리의 인사를 마무리한 모 금융공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예전에는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부하다 곤란했던 적도 몇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인지 인사 청탁이 일절 없었다고 한다. 덕분에 자리에 맞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수월하게 뽑을 수 있었다고 한다.

비슷한 얘기는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들린다. 정권과 연이 있던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차지하던 자리가 공모를 통한 정식 인선 과정이나 내부 승진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최순실 사태로 인사 청탁에 대한 여론의 감시가 어느 때보다 매서워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인사가 정상화된 지금 상황을 생경해하면서도 환영한다. 동시에 "대선이 끝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대선 캠프 출신이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유력 인사가 또 다시 금융권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며 걱정이다.

대선 캠프에 몸 담았던 인물이나 관료 출신 중에서도 유능한 CEO(최고경영자)나 전문가가 있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가 대개 조직보다는 자신의 다음 자리를 우선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관료 출신의 금융공기업 CEO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한 관계자는 "다른 자리로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임기 동안 단기 성과에 연연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당시 몸집 불리기의 후폭풍을 지금 겪고 있다.

금융회사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기업이라도 규제산업이란 특성상 유독 인사 개입에 취약했다. 불투명한 CEO 선임 과정은 그 자체가 리스크일 뿐더러 정권이 바뀌면 CEO가 힘을 잃고 교체돼 경영의 연속성도 저하됐다. 경영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인물이 정권에 연인 있다는 이유로 인선된 뒤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조직원과 주주들이 받는다. 큰 대가를 치르고 어렵게 확보한 금융권 인선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대선 이후 다시 후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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