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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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무겁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대부금융협회 총회에서 새롭게 선출된 임승보 신임 협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짧게 소감을 말했다. 전임 협회장, 신임 이사진, 속속 모여드는 회원사 관계자들과 축하 인사를 주고 받는 임 회장은 밝은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 속에서는 다소 긴장한 모습 역시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풀어가야할 과제들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소감을 묻는 말에도 말을 아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임 회장은 대부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해 진정한 소비자 금융으로 자리 잡느냐, 아니면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지 못해 발전이 정체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업계를 대표하게 됐다. 대부업은 2002년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이 시행되면서 하나의 금융 서비스 형태로 인정을 받았다. 이전까지는 말그대로 고금리와 불법 추심의 이미지가 가득한 '사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업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국민들을 경악케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태가 발생한 5일 오전. 언론의 관심이 이 사건에 쏠려 있을때 눈에 띄는 제목의 보도자료 하나가 이메일로 왔다.'박근혜 정부, 그랜드슬램 달성'이란 자료였다. 경기지표가 계속 추락하고 있는데다 대통령 지지율도 바닥을 치고 있고, 어느 것 하나 좋을 게 없는데 무슨 그랜드슬램일까. 메일을 열어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최근 내정한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4명 모두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배포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위장전입 그랜드슬램'이란 보도자료였다. 생각해보니 오는 9~11일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돼있다. '김영란법'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벅적해서일까. 최근 언론보도 흐름을 보면 이들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관심은 온데간데 없다. 장관을 새롭게 맞이할 부처들도 청문회를 앞뒀다고 할
소문만 무성하던 차기 한국금융연구원장 내정자가 4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의 임기가 오는 15일까지였던 탓에 몇달 전부터 자천타천의 하마평이 이어지던 중이었다. '예상대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던 인물이 낙점됐다. 금융연구원 정관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장은 은행연합회 회장(금융연구원 이사회 의장)의 추천에 의하여 총회에서 선출된다. 현재 금융연구원에 돈을 댄 금융사 22곳이 총회를 구성하고 이 중 5곳의 은행장들이 이사회 멤버다. 하지만 은행연합회장 뿐 아니라, 금융연구원에 출자하는 이사회 멤버인 시중은행장들도 최종 후보가 내정되기 직전까지 누가 차기 금융연구원장인지를 '모른다'거나, 심지어 금융연구원 이사회 멤버 중 한명인 한 은행장은 내정자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에도 "금융연구원장 선출 과정에서 의견을 내거나 후보를 들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연구 분야에선 국책의 성격이 있지만, 은행이 돈을 댄다는 점에서 민간 연구원에 가까움에도
"편리, 안전, 돌봄이라는 이익을 이유로 감시를 허용하는 것은 프라이버시의 자유의 유예 혹은 포기를 의미한다." 세계적 석학인 지그문트 바우만은 자신의 저서 '친애하는 빅브라더'에서 '안전에 대한 욕구'를 이유로 '감시의 자발적 용인'이 제도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감시에 대한 도덕적 무감각이 배제를 용인하고, 국가는 자발적으로 제공된 감시 정보를 기초로 '사회적 쓰레기들'을 구분해 배제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상황에서 개인은 저마다 배제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게 된다. '감시의 자발적 용인'은 '사회적 공감대' 형태로 나타난다.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이 물의를 일으키자 '어린이집 CCTV 의무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어난 것은 '감시의 자발적 용인'의 전형적 사례다. CCTV 설치 의무화를 강제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정치권은 '감시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머리를 거듭 조아리고 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설기현(36)이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은퇴다. 그는 왜 서둘러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을까. 설기현이 4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은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오랫동안 간직한 지도자로서의 꿈, 그리고 축구 선수로서 열정이 사라진 부분이 가장 컸다. 분명 선수로서 할 수 있는 판단이다. 하지만 뒷끝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설기현의 은퇴 소식은 3일 오후 처음으로 전해졌다. 구단 관계자들도 뒤늦게 이야기를 접했다. 부랴부랴 은퇴 기자회견 장소와 시간이 결정됐다. 은퇴 사실이 알려지고 24시간도 지나기 전인 4일 오전 10시였다. 5일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일정이 잡힌 상황이라 시간적 여유 없이 기자회견을 치러야했다. 그만큼 설기현은 갑작스럽게 유니폼을 벗었다. 설기현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서는 정규시간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영웅으로 칭
국회가 진통 끝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여야 지도부는 김영란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약속은 지켰다. 그러나 이번에도 '벼락치기'로 쫓기듯 통과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늘 구호로 떠돌았던 '상임위원회 중심 국회'는 이번에도 실종됐다. 김영란법은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적용대상 범위를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언론인과 사학 교원 등 민간영역으로 넓히는 것에 대한 위헌 가능성, 모호한 '부정청탁'의 개념 등에 따른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법사위는 법률의 체계 및 자구심사권을 쥐고 있다.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 전에 위헌성은 없는지, 기존 법체계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게 법사위의 의무다. 소관상임위인 정무위원회 만큼이나 법사위가
지난해 벤처펀드 조성액은 2조5000억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돈이 몰리자 벤처기업수는 올초 사상 첫 3만개를 돌파했다. 벤처산업 육성책 덕분이다. 벤처 열기로 뜨겁던 2000년대초와 견주며 제2의 벤처붐이 조성되고 있다는 정부의 자평도 들린다. 벤처업계 활성화를 보여주는 수치들이 호전되고 있지만, 왠지 미덥지 못하다. 좀 더 확실하게 피부에 와 닿는 지표가 나와야 한다. 예컨대 벤처기업에 대한 취업 선호도나 배우자 선호도 같은 수치다. 4년 전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 직장인을 상대로 '배우자가 근무했으면 하는 기업형태'를 조사한 결과 공무원이 41.8%로 가장 높았다. 벤처기업은 고작 1.3%로 중소기업(5.5%)보다 뒤쳐진 꼴등이었다. 지금도 대동소이할 것 같다. 또 신랑감 인기직업으로는 공무원, 금융·자산운용사, 의사·한의사, 교사, 건축가, 세무사·회계사 순이었다. 그런데 2002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1위로 꼽힌 바 있다. 벤처붐의 영향으로 격세지
"타이밍 한번 잘 잡았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선고가 있던 지난달 9일 오후, 기자실 곳곳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 전 원장의 법정 구속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마감을 서두르던 기자들은 갑자기 전해진 또 다른 소식에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오후 대법원은 자신이 연루된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채업자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민호 전 판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를 결정, 발표했다. 모두의 눈이 원 전 원장에게 쏠린 때에 전해진 소식에 기자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최 전 판사에 대한 비난 여론은 매서웠다. 그런데 이 '적절한 타이밍' 덕인지 최 전 판사에 대한 징계 소식은 말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각 언론사들도 간단히 징계 소식을 전할 뿐이었다. 원 전 원장의 유죄 소식을 전하는 게 더 시급했던 탓이었다. 이같은 법원의 '적절한 타이밍' 선택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최 전 판사의 첫 공판준비기일 전날인
"명품 광고에 노인 모델이 등장한 것을 노년층 소비 확대의 지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패션시장 전반에서 노년층 수요는 사실상 줄었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가 국내 광고에 '할머니' 모델을 발탁한 것을 두고 패션대기업 A사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TV 예능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끈 데 이어 광고에 할머니 모델까지 나와 외모에 관심이 많은 노년층인 '액티브 시니어'가 패션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령화로 노년층 인구가 증가해 이들의 의류 관련 소비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2010년 무렵부터 제기됐다. 당시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2%를 기록, 고령사회 진입이 시작됐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도 노년층으로 대거 유입됐다. 노년층이 당장에라도 패션 소비의 중심으로 부상할 분위기였다. 그래서 2015년 현재 "노년층 수요가 줄었다"는 패션 업계 반응은 선뜻 이해되지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엔 ‘불닭’ 열풍이 불어닥쳤다. 시내 곳곳에 불닭 음식점들이 들어섰고, 프렌차이즈 업체도 우후죽순 생겼다. 불닭의 선풍적인 인기는 자영업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지금 불닭 음식점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상당수 음식점은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갈아탔다. 살아남은 음식점은 극소수다. 불닭 열풍은 10년도 안 돼 사라져버렸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생태계가 새로운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잘 만들면 세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성공사례는 이제 지겨울 정도고, 세계적인 스타트업 열풍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기회의 확대가 '핑크빛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무한경쟁을 의미한다. 지난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각각 143만개와 121만개에 달한다. 구글에 따르면 이용자가 설치한 앱 중 95%는 한 달 만에 방치된다. 전체 앱 중 20%는 내려받은 뒤
세종시에 위치한 대형상가 중 한 곳인 '해피라움'은 대표적 학원단지다. 인근에 세종국제고가 있는데다, 초·중학교도 몰려 있어 상권 조성 전부터 학원단지로 각광받았다. 해피라움에는 다양한 학원이 존재하지만, 태권도학원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세종시에 유독 '태권소년'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통학버스와 관련한 현상이다. 지난해 말 전국을 강타했던 유치원 추첨의 과열 양상은 세종시에서도 일어났다. 기존 유치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추첨에선 경쟁률이 평균 4~5대 1을 기록했다.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을 보내길 원했던 부모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추첨에 나섰다. 하지만 추첨 현장은 환호보다 탄식이 많았다. 탄식을 내뱉었던 부모들이 가장 먼저 알아본 곳 중 하나가 태권도학원이었다. 세종시 유치원은 현재 통학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 1차 추첨에서 떨어진 후 집에서 먼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부모라면 아이들의 통학수단이 걸림돌이었던 것. 운전면허가 없는 엄마들의 고민은 더 컸다. 부모들의 가려
"나도 예전에는 유행을 따라 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현실주의자가 됐습니다. 유행 따라했다가 제대로 뽐내지 못할 바에는 따라가지 않는 것이 맞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최근 한 코스닥 업체의 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 '핀테크(Fintech)와 같은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 있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대표이사가 한 답변이다. 코스닥 시총 20위권 IT(정보기술)업체인 이 회사는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에 따라 실제 회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몰두하고 있다. "기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류를 따라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왔다"는 이 수장의 논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유행을 따라 가서 잘 할 수 있으면 가야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바에는 아니 간 것보다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상반된 시각도 있다. 이 회사와 경쟁업체는 아니지만 '떠 오로는 샛별' 축에 드는 한 소프트웨어 업체는 "우리도 핀테크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대략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