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같은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어요."
"최고 경영진이 내린 결정이어서 실무진은 그 과정을 몰라요."
전자업계 '라이벌' 삼성과 LG가 대화합을 선언하며 전격적으로 화해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지난해 해외 전시장에서 벌어졌던 세탁기 파손 사건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화해했고,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법정 분쟁을 접기로 했다.
전격적인 화해가 이뤄졌지만 양사 임직원들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오랜 기간 치열한 경쟁을 벌여오면서 '숙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탓에 갑자기 찾아온 '평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는 모습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최고위층에서 기업 간 화해를 결정했다고 해서 일선 직원들의 감정까지 풀리는 것은 아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 두 그룹의 이번 '화해'는 질적으로 크게 성숙된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전격적인 '화해' 발표 이후 기자들은 이번 대화합을 주도한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두 그룹의 오너 경영진이 내린 결단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지만, 과연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느냐에 대해서는 양측은 철저히 함구했다.
심지어 이번 합의가 청와대의 중재에 의한 것이라는 등 각종 루머도 돌았지만 양측은 철저히 입을 닫았다.
한 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저희가 밝힌 내용 그대로만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는 "100년 엠바고(보도유예)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입장에서는 맥이 풀리는 답변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담긴 입단속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들 라이벌 간 '건강한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희망한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전시를 선보였다. 당시 한 외국인 바이어는 "한국의 두 전자기업이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이처럼 성장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두 기업은 '좋은 라이벌'이다. 한국산 전자제품의 질을 이처럼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벌이는 경쟁은 '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