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소문만 무성하던 인터넷은행 설립 방안이 처음으로 공개 논의된 자리인 만큼, 공청회가 열린 서울 명동 은행회관 2층은 행사장 밖 복도까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세미나는 금융당국, 은행, 시스템통합(SI), 로펌, 컨설팅 회사 관계자들이 모여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고 나름대로 생산적으로 논의할 내용들을 내놓은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인터넷은행이 '왜' 한국에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는 이미 제기하기 늦은 시점이 됐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 관련 논의는 당연히 도입돼야 함을 전제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로 넘어간 상태다.
해외 사례를 언급하지만 해외와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인터넷은행이 처음 시작된 미국은 전체 인구의 25%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 핀테크(금융+기술)가 우리보다 발달한 중국은 많은 인구가 금융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사업이 나오며 시장 스스로가 인터넷은행을 만들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금융 인프라를 공적자산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다 지급 결제 시스템도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다. 당장 은행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들의 인터넷뱅킹과 차별화될 게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 핀테크가 은행권의 새로운 먹거리로 '지정'된 뒤 은행권에는 핀테크를 활용한 수익원을 만들어야 하는 임무(?)가 부여됐다. 그리고 인터넷은행은 핀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선후관계가 뒤바뀐 채 흘러온 논의가 지금 같은 애매한 상황으로 이어진 셈이다. 당국 역시 기껏 인터넷은행을 만들기로 했는데 성공모델이 나오지 못할까봐 전전긍긍인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혁신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선택'돼 하향식으로 만들어지는 인터넷은행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높다. 2금융권, IT업계 등 특정 업권에만 유리한 사업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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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월 인터넷은행 설립방안을 최종 확정한다. 두 달 남았다. 이 기간 아래에서 위로의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뤄져 인터넷은행이 진정 사회적 후생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