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변호사들의 '밥그릇 싸움' 피해자는 국민

[기자수첩]변호사들의 '밥그릇 싸움' 피해자는 국민

황재하 기자
2015.04.17 06:20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변리사 시험을 폐지하라."

지난 15일 오후,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보낸 이메일을 읽다가 눈을 의심해야 했다.

변협이 내세운 이유는 '지식재산 분야 전문성을 지닌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어 제도적 의미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 이같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보다는 불과 2주 전 대한변리사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주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변협이 '맞불'을 놨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변협이 내세운 이유에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변리사 시험을 폐지해 '고도의 법률지식을 갖춘' 변호사들로부터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변협의 주장은 다분히 이기적이다. 무엇보다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인 국민의 입장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송 당사자들은 차별화된 시험을 통과하고 지식재산권을 전문 영역으로 하는 변리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쪽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변협의 주장처럼 변리사 시험을 폐지하면 국민의 선택권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변협이 국민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한 사례는 또 있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라는 이름으로 논의 중인 변호사 강제주의가 그것이다. 민사소송 당사자가 대법원에 상고할 때 변호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안 개정이 발의된 상태다.

전 변협 집행부는 이에 대해 "변호사의 적절한 법적 조력을 통해 당사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며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럴듯하지만 어디까지나 변호사들의 이익에 근거한 생각이다. 현재도 누구나 원하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데 굳이 이를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소송 당사자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변리사 자격과 변호사 강제주의를 둘러싼 변협의 억지스러운 주장은 그만큼 어려운 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 하창우 변협 회장은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주요 현안으로 꼽은 바 있다. 매년 변호사 수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려움이 이해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한 변협이 정작 '밥그릇 싸움'에 눈이 멀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앞으로 누가 변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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