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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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이 바뀐 겁니다. 재작년, 작년까지 해외에서 K금융 영토를 넓히잔 분위기가 강했다면, 이젠 국내에 있는 국민들을 잘살게 하자는 '생산적 금융'으로 옮기다 보니 해외보단 국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 한 시중은행 글로벌금융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해외영업 분위기가 과거보다 다소 위축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유럽, 동남아시아 등 국외를 다니며 K금융 세일즈에 나섰던 지난 정부의 분위기와 여건이 많이 다르단 것이다. 당시 당국 주도로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외 투자설명회(IR)를 다니며 해외 투자유치·현지 영업 확대를 지원했으며, 이는 금융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선 'K금융'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1월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을 만나 우리 금융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지원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듣고 필요한 제도개선을 약속했었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창고', '공장', '팩토리'와 같은 표현을 약국 이름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약사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게 하고,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약국의 기능을 왜곡하거나 △소비자 오인 또는 의약품의 과다 소비를 유도하는 표시인데, 정부는 본회의를 통과하면 보건복지부령으로 구체적인 규제안을 만들 예정이다. 약국 중에 이런 표현을 쓰는 곳이 있나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 검색해봤다. '술 창고' '맥주 창고'는 익숙한 터라 비슷한 사례가 약국에도 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개정안에서 예로 든 표현 중에는 유일하게 '팩토리'를 쓴 약국만 검색되는데, 대한약사회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국내 1호 '창고형 약국'인 성남메가팩토리약국과, 이곳을 만든 정두선 약사가 올해 개소한 서울메가팩토리약국이다. 백화점, 마트같은 표현을 쓰는 약국은 이미 많이 있다. '제일 큰'이나 '메가' '대형'처럼 질보다 양(규모)을 강조한 약국 이름을 더하면 어림잡아도 수 백곳은 된다.
"운전자들이 아직도 많이 헷갈려하죠. 단속을 해도 '왜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되묻는 경우가 많죠. " 경찰 관계자가 전한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현장 분위기다. 2022년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가 도입된 뒤 여러 차례 계도와 단속이 이뤄졌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찰관과 운전자가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도 전국 교차로에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단속은 지난 4월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시행된다. 우회전 단속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우회전 교통사고는 보행자에게 치명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회전 교통사고는 1만4650건 발생했고, 이 사고로 75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은 56%(42명)였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36. 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멈춰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멈추는 방법이 직관적이지 않다. 차량 신호가 적색인지 녹색인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는지 또는 건너려는 사람이 있는지,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스타 감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스타 요리사, 스타 운동선수 역시 생각의 고리를 몇 번 거치지 않아도 가뿐히 떠오른다. 그런데 R&D(연구·개발) 예산을 매년 수십조 원 투자하고 그래핀, 태양전지, 메타물질에서 세계적인 성과도 많은 이 나라에 '스타 과학자'는 왜 없을까. 어느 집단에나 선망의 대상이 있다. 한 사회의 '아이돌'은 대개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순위로 드러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엔 1위 운동선수, 2위 의사, 3위 콘텐츠크리에이터였다. 이때 장래희망은 직업보다 꿈에 가깝다. 멋지고 부러운 존재이자 존경할 만한 대상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표 모델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게다가 이들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만년 '스테디셀러'다. 상황은 고교부터 달라진다. 지난해 고등학생이 꼽은 장래희망은 1위 교사, 2위 간호사, 3위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이었다. 생명과학자는 2023년에도 3위였다. 당시 4위는 컴퓨터공학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빅테크(대형 IT기업)가 개발자 채용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신약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때다.
"공약을 폐기하지도, 행동에 옮기지도 않는 게 베스트다. "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국가 대외 정책에 관여하던 고위 관계자는 주한미군 사드(THAAD) 확충 안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드 확충은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고 가능성만 열어두면 대중국 회유·압박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지렛대로 작용한다는 분석이었다.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이다. 실제 사드 확충안은 당시 인수위에서 국정과제로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식 철회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핵 억제 교리도 모호한 영역에 있다. 미국은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문구 채택을 검토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기준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미국이 핵 무기를 선제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국 등 동맹이 전략적 모호성을 요청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을 취재하며 사드와 NPR이 떠오른 건 전략적 모호성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전략적 모호성을 높이겠다며 환헤지와 관련한 탄력적 집행 방안을 의결했다.
중국은 한국의 수출 중심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그곳에는 방대한 내수 시장과 막대한 시장 자본이 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업계가 중국향 기술수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회보단 우려에 가깝다. 미국·유럽 기업과 계약할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과 최근까지 중국 기업과의 기술이전 소식이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을 이끄는 사례도 빈번했다. 바이오 산업 영역에선 중국이 미국·유럽의 차선책으로조차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같은 시각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 든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차세대 항암신약으로 부상한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선 한국을 앞지른 지 오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른 첨단 분야에서의 존재감 역시 두드러진다. 달라진 중국 바이오 위상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공격적 기술자산 도입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는 중국이 더이상 단순한 생산기지 또는 판매시장이 아닐 뿐 아니라 혁신 기술 공급처로 부상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소취소하는 사람이 중수청장(중대범죄수사청장) 된다는 말 많잖아요. " 얼마 전 법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말인데 최근 후배 기자 입에서 같은 소리가 나왔다. '서초동 호사가들 특유의 냉소겠거니'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잠시 뒤에 '오죽하면 이런 얘기까지 나오나' 하는 씁쓸함이 스쳤다. 공소취소는 검찰이 기소 자체를 없던 일로 무르는 것이다. "우리가 기소를 잘못했다"고 선언하는 자기부정이다. 다른 검찰청에서 동일 피의자를 중복으로 기소하는 등의 착오를 바로잡을 때나 쓰일 뿐이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공소를 거둬들인 전례는 사실상 없다고 한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였던 시절, 쌍방울이 지사 방북 비용 등을 북한에 대납했다는 의혹이 뼈대다. 수사와 재판 진행 과정에서 논란이 많고 시끄러웠다. 여권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니 기소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실제 그렇게 볼만한 정황도 있다. 대검 감찰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사건 관계자를 지나치게 많이 불러 조사한 사실 등 부적절해 보이는 사정들이 드러났다.
유튜브의 시대다. 궁금한 것을 검색엔진이 아닌 유튜브에서 검색하기 시작한 것도 오래전 일이다. 유튜브 생태계가 커질수록 유튜버들은 전보다 새롭고 관심받는 주제를 찾아나선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가 생기기 전엔 주목받지 못한 분야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도 있다. 그중 하나가 게임이다. 언더그라운드 문화였던 게임은 이제 유튜브의 핵심 콘텐츠가 됐다. 유튜버들은 게임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한다. 스테이지 공략법부터 일반적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고가의 유료아이템 구매, 새로운 게임소개, 출시 전 게임리뷰, 게임 내 여러 캐릭터 소개 등 게이머가 좀 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도록 돕는 콘텐츠가 쏟아진다. 이런 분위기에 게임업계가 발을 맞추며 산업이 커졌다. TV나 도심광고처럼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게임 유튜버들을 통하면 타깃광고를 할 수 있어 저비용·고효율 마케팅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중소 게임사도 대형 게임사와 비슷한 수준의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텍스트로만 이뤄지던 게임리뷰나 공략법이 영상으로 시각화하면서 정보공유도 훨씬 빨라졌다.
"그 정도의 브랜드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할 줄은 몰랐죠. " 최근 식음료·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터져 나오는 공통적인 탄식이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누가 봐도 논란이 될 법한 문구를 스타벅스 정도의 브랜드가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업계 내부에서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논란은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며 정치권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결국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대국민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5대 5 합작법인으로 출발한 한국 스타벅스는 2021년 미국 스타벅스의 지분매각으로 이마트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신세계그룹에 완전히 편입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정 회장의 2022년 '멸공' 발언으로 호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그 어떤 기업보다 세밀하게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어야 했다. 그 수많은 마케팅 기획 과정에서 이 부분을 공백으로 둔 것은 큰 패착이다. 신세계그룹은 조사결과 결제 라인 일부에서 문제가 된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3월 'AI 고속도로 구축 본격화'를 선언하며 GPU(그래픽처리장치) 추가 확보와 AI 컴퓨팅 자원 공급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고속도로의 진입로가 막혀 있다.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서도 전력계통영향평가 단계에서 '공급 불가'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른다. 최근 접수된 데이터센터 1차 기술검토 신청 건수 총 736건 중 522건은 수도권이다. 그런데 본심사에서 58. 3%가 탈락했다. 수도권 전력망이 신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GPU는 확보하는데, 그 GPU를 돌릴 공간은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언은 넘쳐나는데, 인프라는 제자리다. 더 큰 문제는 불투명성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는 도입된 지 2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법정 고시 없이 시범운영 중이다.
"어떻게 젊은 사람들도 한 당만 찍는지 모르겠어. " 최근 취재차 찾아 간 전북 전주의 한 택시기사가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곳인데 이른바 '묻지마 투표'가 지역 발전을 가로막다는 얘기로 들렸다. 이 택시기사는 "잘못했을 땐 싹 갈아 엎어야 정치권이 지역 발전을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선거 결과는 늘 한 쪽의 압승이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그나마 좀 사정이 낫다. 여야 후보가 예단하기 힘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야가 텃밭인 일부 지역에선 경선에서 승리한 몇몇 후보들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당선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캠프 관계자들도 벌써부터 '자리' 얘기로 들떠 있다고 한다. 올림픽 본선보다 국가대표 선발전 통과가 더 어렵다는 한국 양궁과 같은 꼴이다. 이른바 '김칫국 선거' 행태의 근저는 자만심과 오만이다. 당만 보고 표를 주는 유권자의 '묻지마 투표'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되돌아간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 11일 밤 10시14분. 다음날 새벽 1시12분까지 한 사람의 SNS(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물 55건이 잇따라 올라왔다. 약 3시간동안 평균 3. 2분당 1개꼴로 글을 올린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자신이 엑스(옛 트위터)에서 퇴출됐던 시기 직접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다. 여러 도전을 받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다.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쓰고 댓글, 리트윗(인용)도 적극적이다. 깊은 밤 약 2시간 동안 160개 게시물을 연이어 올린 적도 있다. 그는 1946년생, 한국 나이로 만 80세다. 그는 게시물을 직접 올리거나, 보좌관 나탈리 하프가 작성을 도와 트루스소셜을 관리하는 걸로 알려졌다. 100% 직접 쓰지 않는다 해도 대단한 열정과 집중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즐겨 사용한다는 자체를 문제삼을 순 없다. 중요한 건 그 내용과 스타일이다. 특정인을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저격하기 일쑤다. 최근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민주당 리더들이 오물에 빠진 모습의 AI(인공지능) 이미지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