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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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경찰 미담이라니 역겹다. " "장윤기 사건 물타기냐. " 최근 한 경찰관의 활약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고수익 일자리 제안에 속아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된 30대 남성을 구한 이야기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피해자와 어렵게 연락을 이어가며 구글 지도를 활용해 위치를 특정해냈다. 이후 외교부와 주태국 한국대사관, 현지 경찰의 공조를 끌어내 구조에 성공했다. 해당 기사는 현장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머니투데이가 2021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연재물이었다. 대개 응원과 격려가 뒤따르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기사의 의도를 의심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경찰관의 성과는 빛이 바랬다. "경찰이 잘하는 것처럼 세탁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박수받아야 할 일이 되레 비난받는 상황은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를 잃은 경찰의 현주소다. 범죄자 아들을 위해 증거를 없앤 경찰관, 이 경찰관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수사 정보를 알려준 수사팀원들, 핵심 증거물의 은폐를 지시한 수사팀장. 이들의 행태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한 국민을 정면으로 배신했고 공권력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최근 1년간 국내 과학기술계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빨리빨리'다. 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국정기조와 맞물려 생겨난 현상이다. R&D(연구·개발)는 목표 측면에서 보면 속도전이 필수다. AI(인공지능) 분야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양상이 변한다. 미국이 신형 모델을 내놓으면 고가의 자원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다가도 '키미 K3' 같은 '가성비' 중국산 AI가 나오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주목받는다.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없다. 미국·중국 주도의 AI 시장에서 한국은 흐름을 면밀히 살펴가며 필요한 자원과 기술을 빠르게 판단해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사업을 만들고 추진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속도전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작지만 꼭 필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야심차게 출범한 'K문샷 프로젝트'가 그렇다. K문샷은 과학기술에 AI를 투입해 2035년까지 원자력·양자·신약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혁신적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다. 미국이 '제네시스 미션'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계획한 사업이기도 하다.
정책금융은 민간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 민간 자본은 수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하지만, 정부의 정책자금은 산업정책과 국가 경쟁력이라는 목표를 함께 담는다. 정부가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단순한 투자 결정이 아니다. 해당 분야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는 것이며, 제한된 재원을 배분하기 위해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산업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그런 점에서 국민성장펀드의 리가켐바이오 투자는 단순히 한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바이오, 특히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영역으로 판단했다는 정책적 메시지이자, 리가켐바이오를 그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바이오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것도 바로 이런 정책적 신호였다. 일회성 지원이나 세제 혜택이 아니라 정부가 산업의 미래를 믿고 책임 있는 자본을 투입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그 첫 사례가 나왔음에도 시장은 이를 '호재 하나' 정도로 소비하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직접 실체를 파악할 방법은 없고 기록만 보고 판단해야 하니 당연히 보수적으로 일처리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엄격한 심사자의 길로 갈 수밖에요. " 며칠 전 만난 한 검사는 공소청 체제가 들어서면 기소율이 뚝 떨어지고 각종 영장 기각률은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요새 법조계에서 이런 전망을 하는 사람이 많다. 공소청은 수사기관이 넘긴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당장 기소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영장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소율 하락이 범죄 억제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웬만한 위법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대전제가 흔들리면 범죄가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범죄 수법이 교묘해져 수사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소 문턱이 높아져 발생하는 부담은 그대로 우리 사회 전반에 전가될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정황은 확실한데 초동 수사나 증거 확보가 부실해 기소하기 어려운 사건이 있을 수 있다. 각 기관이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에 범죄자들은 도주와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을 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무인가게로 전환하든, 폐업하든 둘 중 하나뿐입니다. "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펫산업, 편의점, 철근가공업 등 국내 중소·소상공인 업계 대표자들이 내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겨냥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굳은 표정으로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던 대표들의 목소리는 현장 사례를 털어놓으며 조금씩 격앙됐다.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직원들에게 줄 돈도 없어 몸을 갈아넣으며 일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하를, 어렵다면 최소한 동결이라도 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의 호소는 묻히고 결국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3. 7% 오른 1만70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매년 최저임금을 인상토록 제도를 설계한 건 물가 상승분을 고려해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끌어올리고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중소·소상공인들 역시 이 같은 의미를 모르고 인하·동결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이날 한 소상공인 대표는 "우리는 최저임금도 못 벌고 있다.
최근 이런 제보를 받았다. 쿠팡 일부 판매자가 '리뷰어'를 모집한 뒤 물건 대신 빈 상자만 보내고 판매자가 준 문구를 AI(인공지능)로 다듬어 별점 5점짜리 후기를 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배송기록이 남으니 겉으론 '실구매 후기'다. 수법 자체는 새롭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아르바이트생에게 빈 박스를 보내 거짓후기 3700여건을 작성하게 한 업체를 적발했다. 과징금은 1억4000만원. 4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처벌이 아니라 도구다. AI는 가짜후기를 더 빠르고 그럴듯하게 만든다. 트립어드바이저는 2024년 한 해에만 AI로 생성된 리뷰 21만4000건을 찾아내 삭제했다고 한다. AI 앞에선 언어장벽도, 문장력도 걸림돌이 아니다. 소비자는 먼저 산 사람의 경험을 믿고 결제한다. 그런데 후기에 대한 믿음엔 일부 금이 갔다. 일부 소비자는 자구책으로 별점 5점 후기보다 1~2점짜리부터 읽는다. 칭찬을 의심하고 불만부터 확인하는 시장은 비정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부터 AI 가상인물을 광고에 활용할 경우 '가상인물'임을 표시하도록 했다.
2022년 대선 직후 더불어민주당에 10만명이 넘는 새 당원이 입당했다. 당시 새 당원의 주축이던 20·30대 여성들은 "2030 여성들이 집토끼가 아님을 명심해 달라""고 했다. 지지하겠지만 백지 위임은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4년이 지났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뒤 민주당은 "2030 여성이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4년 전 2030 여성들이 보낸 경고를 흘려들은 결과다. 2030 여성의 배신이라는 프레임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데이터에서도 나타났다. 머니투데이 the300과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정이 옥소폴리틱스와 함께 온라인 콘텐츠 등 12만여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보도한 결과 2030 여성은 12·3 계엄 직후 '국민의힘 심판'을 외치면서도 이를 '민주당 지지'로 환원하지 않았다. 심판과 지지를 분리한 셈인데 정치에 둔감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당에 표를 맡기지 않고 사안마다 직접 다져보겠다는 능동적 의지와 정치적 민감성에 가깝다. 이런 태도는 지선을 앞두고 더욱 선명해졌다. 민주당을 지지할수록 검증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한 선 넘은 조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SNS(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과 문구는 한 나라 정상이 다른 나라 정상을 겨냥했다고 보기에 믿기 어려울 정도다. 자신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멜로니 총리 이미지를 조작해 '접근금지 명령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마치 자신에게 집착하는 사람인 듯이 희화화한 것이다. 멜로니 총리를 향한 조롱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엔 이탈리아 매체 인터뷰에서 "(G7 정상회의에서) 멜로니 총리가 나와 사진 촬영을 애원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한때 가까운 사이였으나 이탈리아가 이란전쟁에서 미군에 기지 사용을 불허한 것을 계기로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을 공격하고 멜로니 총리가 이를 비판하면서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정상 비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알레산드로 마로네 로마 국제문제연구소 국방프로그램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감정과 인식이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89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수요 급증이 만든 결과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실적이다. 이런 호황 속에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도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가장 냉정해야 할 시기다. 반도체는 이익의 정점이 높을수록 하락의 골도 깊은 산업이다. 물론 이번 AI 사이클은 과거와 다르다. 주요 빅테크들은 AI 메모리를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하려 하고, 일부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생산설비 투자까지 지원할 의사를 보인다. 메모리 업체들이 중장기 수요를 이전보다 예측하기 쉬워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클러스터를 포함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배경이다. 이미 기업들은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P5 팹 2개를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팹의 첫 클린룸 오픈을 계획 중이다.
"유튜버 한 사람이 국회의원도 못 하는 십수만 당원의 표심을 좌우한다" 여당 고위 관계자가 정치 유튜버의 영향력에 대해 한 자조적 평가다. 당원 개인이 어떤 유튜버를 선호하고 어떤 채널을 구독하느냐에 따라 오는 8월17일 전당대회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 담론 영역에서 유튜버의 권력이 세진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2022년 대선 경선 이후 가장 치열한 내부 전투로 평가되는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서도 정치 유튜버가 결과에 미칠 영향력이 큰 관심사다. 이른바 '증축론'과 '재건축론'으로 갈린 친민주당계 유튜버의 순위와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권력화, 상업화한 유튜버 파워를 실감한다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정치인을 줄 세우고, 정치인보다 당원들에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데도 왜곡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정치 유튜브를 통해 대거 확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진보 성향 한 유튜버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인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말을 방송에서 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 증시는 '변동성' 한 단어로 요약된다. 올해 들어 코스피 사이드카가 32번, 서킷브레이커가 6번 발동됐다. 이 중 사이드카 14번과 서킷브레이커 4번은 지난 5월 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이후 약 한 달 사이 발생했다.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는 총 12번인데 이 중 절반이 올해 터졌다. 변동성은 불확실성을, 불확실성은 불안을 낳는다. 불안한 시장을 투자자는 견디지 못한다. 하루 오르면 하루 내리는 상태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전쟁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일 때도 코스피는 다시 오를 거라 믿었던 투자자들이 하나둘 지쳐간다. 오를 땐 펀더멘털 덕을, 떨어질 때는 시장 신뢰 탓을 한다. 언제는 주가가 실적이랑 같이 움직인 적 있냐고 말하면서. 증권업계조차 변동성 장의 끝을 섣불리 예단하지 못한다. 입 모아 지목하는 주범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시가총액 1, 2위이자 코스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두 기업이 가파른 성장세에 들어가면서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 불안의 '범인'은 계속 바뀌었다. 어느 날은 국민연금이었고 어느 날은 서학개미였다. 올해 들어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지목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원화가 맥을 못 출 때마다 외환당국은 새로운 설명을 찾아냈다. 범인이 자주 바뀐다는 것은 진짜 원인이 따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화를 들고 있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 당국이 범인 색출에 열을 올리는 동안 시장은 한미 금리 격차를 장기간 방치한 통화정책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투자자는 수익률과 위험을 보고 움직인다. 미국 금리가 높고 한국 금리가 낮다면 달러 자산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도체 수출이 아무리 좋아도 국내외 자금이 동시에 달러를 찾으면 원화는 강해지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확대 및 외환스왑 확대, 구두개입,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중 어느 것도 원화 약세의 흐름을 돌려세우지 못했다. 더욱이 서학개미를 국내 증시로 되돌리겠다며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