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소취소하는 사람이 중수청장(중대범죄수사청장) 된다는 말 많잖아요."
얼마 전 법조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말인데 최근 후배 기자 입에서 같은 소리가 나왔다. '서초동 호사가들 특유의 냉소겠거니'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잠시 뒤에 '오죽하면 이런 얘기까지 나오나' 하는 씁쓸함이 스쳤다.
공소취소는 검찰이 기소 자체를 없던 일로 무르는 것이다. "우리가 기소를 잘못했다"고 선언하는 자기부정이다. 다른 검찰청에서 동일 피의자를 중복으로 기소하는 등의 착오를 바로잡을 때나 쓰일 뿐이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공소를 거둬들인 전례는 사실상 없다고 한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였던 시절, 쌍방울이 지사 방북 비용 등을 북한에 대납했다는 의혹이 뼈대다. 수사와 재판 진행 과정에서 논란이 많고 시끄러웠다. 여권은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니 기소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실제 그렇게 볼만한 정황도 있다. 대검 감찰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사건 관계자를 지나치게 많이 불러 조사한 사실 등 부적절해 보이는 사정들이 드러났다. 수사 과정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정말 수사 결과에 영향을 줬는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서두를 일이 아닌데도 무리수를 두는 정치권이다. 여당은 이 사건을 들여다 볼 국정조사를 강행했다. 조작 기소를 수사할 특별검사를 도입하고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나섰다. 서초동의 한 검사는 "차분히 풀어내야 할 일인데 왜 어려운 길만 골라 찾아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리수는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왔다. 국정조사를 두고는 위헌 논란이 커졌다.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두고도 비판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이에 대한 반대 여론(44%)이 찬성 여론(27%)을 크게 웃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무리수는 과도한 충성 경쟁이 낳은 촌극이라고 믿고 싶다. 중수청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지명한다. 국회 인사청문을 거친 내정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중수청장 임명 과정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져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