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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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티몬·위메프(약칭 티메프) 사태에서 답답함을 더 키웠던 지점은 마땅히 나와 사과하고 대책을 밝혀야 했던 기업 대표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단 것과 그지경까지 당국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였다. 두 가지에 대한 답은 국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는 티메프 사태 긴급현안질의를 실시해 티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를 불러내는 한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직접 경영 사정을 밝혔고 금감원이 2년전 업체와 맺은 경영개선업무협약(MOU)은 유명무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소상공인들로부터 제기됐던 판매대금 정산 주기 축소 필요성에 여야정 공감대가 형성됐다. 늦게나마 국회가 제 역할을 한 셈이다. 야당에서 먼저 질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빠르게 회의 개최를 주문해 성사된 자리였다. 일이 진행되려면 여야 합의가 중요하단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 대목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착이 쉽지 않다. 5월 말부터 시작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참여한 상장사는 16곳이다. 실제로 실적 목표와 주주환원정책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7곳에 불과하다. 9곳은 향후 공시를 내놓겠다는 의사만 밝힌 상태다. 그나마 참여 기업들도 금융당국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규제 산업인 금융업에 편중돼 있다. 일부 기업은 기존에 내놨던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국내 자본시장의 주축인 한국거래소의 최대 현안이다. 올해 2월 취임한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위한 가이드라인 및 해설서도 빠르게 확정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주요 상장사뿐 아니라 경제단체, 외국계 증권사 등과 만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밸류업 공시 참여율이 0.6%에 불과하다. 중간 성적표라고는 하지만 낯뜨거운 수준이다.
"독점 기업의 횡포죠. 하루 아침에 50%씩 가격을 올려 파는 회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희로선 방법이 없죠."(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프랜차이즈 업계의 요즘 가장 큰 화두는 배달비다.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면 사실상 국내 배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에 대한 비판이다. 우아한 형제들이 운영하고 있는 배민은 이달 초부터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기존 건당 6.8%에서 9.8%로 약 1.5배 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균형이 무너졌다'고 토로한다.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이미 배민에 입점하지 않고는 장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매출의 70~80% 정도가 배달로 나오는데,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울며 겨자먹기로 배민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앱 가맹점주 영업이익률은 2022년 기준 평균 6.6%로, 기존 중개수수료(6.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배민
최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글이 화제를 모았다. 야당 의원이 금투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의견을 낸 것 자체도 새로웠지만, 정치권에서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공개한 사례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의원는 금투세와는 연관성이 낮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그는 '부자감세' 불가론만 고집하지 말고, 우리 주식시장이 담세체력을 갖췄는지 관점에서 다시 봐야한다고 했다. 금융투자등 자본시장 관련 업계에서 정치권이 자본시장과 관련해 큰 관심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시장 최대 이슈인 금투세에 무심한 탓이다. 금투세 소관 위원회인 정무위원회(정무위)에 전문가로 꼽을만한 사람이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나마도 정무위 위원 24명 중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무위를 지낸 인물은 윤한홍·강훈식·민병덕·유동수 의원 등이 전부다. 시장은 애가 탄다. 금투세 시행은 불과 4개월여 남았지만 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이스라엘은 정말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을 원할까. 최근 전해진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협상 소식은 이런 의문을 들게 한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지구 전쟁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에도 가자지구 내 총성은 여전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도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카타르·이집트는 민간인 추가 피해와 중동 지역 안정을 위해 각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재국 역할을 맡아 가자지구 휴전 협상 추진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양보 없이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며 협상에 소극적이다. 중재국 주도로 15~1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협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당사자인 하마스는 불참하며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재국은 카타르 협상 후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고, 이집트 카이로에서 협상을 재개한다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화재까지···. 상황이 안 좋네요." 최근 만난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국내 배터리 셀, 소재 회사들이 일제히 처참한 실적을 발표한 직후였다. 얼리어답터의 구매 종료,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에 따른 '전기차 캐즘'이 실적 부진의 이유다. 기업들은 매출 목표를 내려 잡는가 하면, 투자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엎친 데 덮인 격으로 전기차 화재 사고까지 터졌고 이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더 했다. 전기차 수요가 되살아나도 모자란 시점에 생긴 대형 악재다. 이로 인해 전기차 시대의 도래 시점은 더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관련 기업들은 전기차 시대는 "정해진 미래"라며 강한 믿음을 보이고 있다. 그 근거도 적지 않다. 미국은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고, 유럽은 내연기관 퇴출시한을 2035년으로 설정했다. 특히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의 경우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202
"의결권 행사가 미흡한 자산운용사는 실명을 공개하겠다." 금융감독원장의 한 마디에 자산운용사들은 당혹스럽다.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은 의결권 수탁자로서 기관투자자의 당연한 의무(스튜어드십 코드)지만 '제대로 된 행사'가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하냐는 것이다. 특히 최근 두산그룹의 계열사 개편이 주주이익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운용사로 하여금 특정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당국은 명확하게 두산의 개편안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운용사들은 이미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산의 안건에 찬성하면 불성실한 의결권 행사고 반대하면 제대로된 의결권 행사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두산은 현재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 내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밥캣이나 에너빌리티 주주들은 불합리한 개편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당국 역시 두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가 13일 채권단과 자구안을 두고 첫 논의에 나섰다. 2010년 설립된 지 14년만에 마주하게 된 파산의 기로다. 티메프 사태는 한국 오픈마켓 형태의 이커머스가 가진 구조적 모순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수면 위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정산 주기와 판매대금 관리 문제다. 이커머스의 정산과 대금 보관, 사용 등에 관한 법 규정이 없다 보니 플랫폼마다 정산 주기가 다르고 정산방식도 다르다. 판매 후 정산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주어지면서 이번처럼 다른 사업에 유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거래 대금을 묶어놓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법제화되진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오픈마켓 판매구조 자체에 있다. 오픈마켓이 활성화되던 무렵 이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중간 판매상이었다. 오픈마켓은 기존에 제조업체-대리점-판매점을 거쳐 소비자 손에 도착하던 유통과정을 줄여줌으로써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낮은 진입 장
오는 9월부터 서울시 가정에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투입된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양질의 외국 인력을 국내 가정에 공급해 부모의 양육을 돕고 출산의 기회를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영어 교육까지 가능한 필리핀 인력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신청 마감일인 지난 6일까지 751가구가 신청했다. 100명의 공급 인력 대비 수요자가 월등히 많은 셈이다. 다만 기대와 달리 실제 업무 영역에 대한 오해로 벌어질 우려도 적잖게 존재한다. 영어가 가능하면서 청소, 빨래, 음식 만들기까지 해주는 만능 가사 도우미로 인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과 필리핀 정부 간 협약 내용부터 '모호함'이 낳은 결과다. 양국의 협약 내용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유아·아동이나 임산부의 일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옷 입기 △목욕하기 △기저귀 갈기 △아동 관찰 △아동 거처의 청소 등의 업무를 한다. 다만 협약 내용 말미에 '가사 관리사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동거 가족 구성원을 위한 부
"이상한(weird) 사람들"이라는 한 마디가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달 한 아침 뉴스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 J D 밴스에 대해 "그쪽은 이상한 사람들이에요"라고 언급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이 표현을 써왔는데 TV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쓰는 이 '이상한'이란 단어가 가진 힘은 막강했다. 솔직하고 직관적인 표현에 앵커 역시 피식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영상은 SNS를 타고 퍼졌고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지며 트럼프를 공격하는 민주당의 비장의 무기로 떠올랐다. 월즈 역시 그 덕에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와 함께 뛸 러닝메이트 자리를 꿰찼다. 사실 이상하단 표현에 담긴 '비정상성'은 정치인 트럼프의 자산이었다. 그의 '이상함'은 미국인이 질색하던 엘리트 정치인과 결이 다르단 명예의 상징이었다. 교양 있고 고상하며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단 태도로 올바른 길을 가르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 이후 이질적인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의대 열풍으로 사교육 시장이 팽창했다. 수험생과 대학생, 직장인을 가리지 않고 의대에 가려고 입시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반면 의대생과 전공의는 한국 의료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며 거의 모든이가 휴학과 사직을 선택했다. 아예 한국을 떠나 미국 등 해외 취업을 준비하겠다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의대 증원의 결과물인 의사(전문의) 배출은 10년 후부터 시작된다. 좋든 나쁘든 동일한 미래일진데 의사가 아닌 사람은 의사가 되길 원하고, 의사인 사람은 의사이길 거부하는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똑같이 '미래의 전문의'가 될 이들이 한국 의료를 희망과 절망의 양극단에서 바라보는 건 왜일까. 의대 열풍과 의료대란 사이를 관통하는 용어는 기득권(旣得權)이다.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이미 차지한 권리나 권익을 말한다. 없는 사람은 갖고 싶고, 가진 사람은 뺏기기 싫어한다는 점은 기득권의 특징이다. 면허라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 결국 선정산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S사가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큐텐의 지속적인 사태악화와 환경변화 등으로 부득이하게 선정산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S사는 셀러들이 아직 정산받지 않은 매출을 채권화한 뒤 매입해 셀러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추후 이커머스에서 판매대금을 받아오는 '매출채권팩토링' 사업을 운영했다. 셀러들의 자금경색을 해결해줄 '포용적 금융'으로 임팩트투자사나 금융기관들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티메프 사태에서 미정산 피해를 한꺼번에 떠안으면서 가장 먼저 무너졌다. 피해는 S사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선정산 스타트업을 비롯해 PG(전자지불결제대행)사, 소상공인·중소기업 셀러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을 떼인 상태다. 티메프가 극적으로 회생해 대금을 정산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손실을 버틸 체력이 없으면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7일 '제2의 티메프'를 막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