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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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예측이 안 되고 불안한데 외국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계엄령 사태'로 더 커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재계 관계자의 얘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내수 부진 장기화 등 다각화된 대외변수에 기업 부담은 이미 가중됐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기업들은 하나같이 임원 승진 인사를 대폭 축소할 정도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처절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국무위원 반대를 무릅쓰고 확고한 의지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추론해보면 일면 타당한 표현으로 보인다. 그 결정을 하기 전에 경제·산업에 미칠 여파를 한번은 고려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야당과의 정쟁 과정에서 균형을 놓치고 극단으로 치달은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비상계엄 포고하고 해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위헌·위법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그 결정 자체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은 이미 벌어졌고
"뒷좌석에 어린아이들이 보이면 딱지 끊지 말라고 하지." 수십년간 시민과 경찰을 위해 헌신한 최고위급 경찰의 '소신'이다. 평생 경찰밥만 먹은 치안 담당자의 말이라 순간 갸우뚱 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적발된 아버지(혹은 어머니)는 절대로 본인의 과오나 과실을 반성하지 않는다. '노란불이었는데', '앞차 따라간건데', '바빠죽겠는데!' 온갖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대안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감정은 날카로워지고 저주의 눈빛으로 교통 경찰을 쏘아본다. "몇만원짜리 벌금 내면 그만이야" "잘 먹고 잘 살아라"라며 거친 말을 쏟아낸다. 계도 효과는 전무하고 경찰에 대한 악감정만 남는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쌍팔년도 방식'이다. 그의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일단 무섭게 다가간다. 그리고 엄중하게 꾸짖는다. 교통 법규를 위반한 아버지의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 손가락을 좌우로 저으며 "이번엔 그냥 가시는데 다시는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하고 돌아선다. 감정이 휘
#1.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정치권에 '윤핵관'이라는 말이 등장해 유행처럼 번졌다.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줄임말로, 언론에 '핵심 관계자'라는 표현으로 본인 의중을 담은 멘트를 쏟아내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측근들을 비꼬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당시 국민의힘 대표)이 만들어 낸 말이다. 물론 당시 그들과 각을 세우던 이 의원의 개인적 의도도 담겼겠지만, 이 의원이 기본적으로 지적하고자 한 것은 '익명성'이었다. 이 의원은 "익명에 기대지 말고 공개적으로 하든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라"라고 요구했다. #2. 지난달 각 부처에선 그간 뜸했던 언론 브리핑이 줄줄이 잡혔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지금까지의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국민들에 설명하겠단 건데, 대통령실에서 적극적인 정책 홍보를 주문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당시 외교부와 통일부는 언론에 황당한 주문을 내놨다. 사실상 브리핑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기
정부가 주주보호 방안으로 상법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내놨다. 상법개정은 적용대상이 광범위해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두산의 구조개편,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상장 등 그동안 논란이 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자본시장법을 통해 마련했다. 상법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해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상법은 일반법으로 모든 회사, 모든 주주 등 적용대상이 포괄적이고, 충실의무라는 개념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오히려 외국 투기자본 등이 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대표적으로 행동주의 펀드 KCGI의 DB하이텍 사건이 거론된다. KCGI는 지난해 DB하이텍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지분을 확보해 회사에 개선안을 요구하다 올해 1월 돌연 DB하이텍 주식을 DB그룹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KCGI는 시가보다
"기후변화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2015년 미국 등 세계 159개국은 파리기후협약을 채택하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연대와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협약 공식 발효(2016년) 1년 만인 2017년 미국(당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이 돌연 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층 뚜렷해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합류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다시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계속된 경제난 속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여전했고, 기후변화 위기 대응은 이전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모두 뒤엎고,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지금보다 더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폐막한 유
"글로벌 트렌드 자체는 이미 주주자본주의를 넘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증시는 아직 주주자본주의에도 못 가고 있어요." 우리나라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얼마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원인에 대한 질문에 여러가지 문제들을 짚었는데 그 중에서도 지배구조의 후진성 문제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주주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회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주주가 곧 회사의 주인이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는 잘 통용되지 않는다. 주주의 이익과 반하는 회사 경영진의 결정이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 사이만 해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지분교환,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HL홀딩스의 자사주 재단 증여 등 주주의 이익과 반대되는 결정을 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정부가 한국 증시의 밸류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는데도 상장사들의 행보
"요즘 같이 힘든 시기에 노사 대립이라니…. 안타깝죠." 국내 한 철강사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국내 철강 1·2위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최근 노사 갈등으로 시끄럽다. 포스코는 창사 56년 만에 첫 파업 위기에 놓였다. 지난 6월부터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벌여왔지만 기본급 인상 폭, 격려금 등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지난 25일 조합원 투표에서 높은 지지 속에 노조가 합법적 파업권을 얻었다. 사정은 현대제철도 비슷하다. 지난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아직 유의미한 진전이 없다. 현대제철 노조 역시 파업권까지 이미 확보했다. 게다가 회사의 포항2공장 셧다운(폐쇄) 결정에 반발한 노조가 상경 투쟁을 벌이는 등 갈등의 전선이 넓어졌다. 문제는 지금 국내 철강사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중국 내 건축자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국 철강사들이 대규
천수답. 빗물에 의해서만 벼를 심어 재배할 수 있는 논을 의미한다. 근처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기우제를 지내는 것뿐이다. 최근 백화점을 보면 '천수답'이 돼버린 것 같다. 지난 9월 '추석폭염'이라는 이례적인 기상현상이 찾아왔다. 전국에 기상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 이래 가장 더운 9월이었다. 월 평균기온이 24.7도로 평년보다 4.2도나 높았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도 6일로 역대 가장 길었다. 밤 최저기온이 25도인 열대야일도 4.3일로 역대 9월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예상치 못한 더위에 가장 당황한 건 백화점 업계다. 아웃도어(야외활동복), 스포츠, 여성·남성 패션, 아동, 골프 등 의류 매출 비중이 40~50%를 차지하는데 그 중 가을과 겨울이 가장 대목이다. 여름옷보다 상대적으로 가을옷과 겨울옷의 단가가 높은 탓이다. 하지만 고물가와 고금리에 가을까지 이어진 더위까지 겹치면서 가을 장사를 망쳤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60세 이상 100세 이하 인구는 1436만명이다. 전체 인구(5123만명)의 28%에 해당한다. 곧 60세에 도달하는 50대 인구도 870만명이다. 내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가 된다. 인구의 1/5이 노인인 나라다. 국가는 늙어가는데 화려하면서 풍족한 노년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식 혼사를 치른 뒤 퇴직과 함께 여유로운 노후의 삶을 맞이하는 코스는 꿈나라 얘기에 가깝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시장소득 기준 노인 빈곤율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55% 이상을 유지했다. 노인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에 놓여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노인빈곤을 키우는 또하나의 틈이 있다는 거다. 정년(60세)과 연금 수령 시기(65세)의 불일치다. 고령자고용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연공서열의 전통이 깊은 우리는 임금 부담 등을 이유로 통상 60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진실에 따라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법관과 사법부에 감사와 존중을 전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은 언뜻 사법부 존중 의미 같지만 뒷맛이 쓰다. 이 대표는 이날 "양심적이고 정의감이 투철한 유능한 법관이 훨씬 많다"고 전제를 달았다. 또 검찰을 '무도한 검찰', '해괴한 사건으로 기소' 등 비판한 반면 사법부는 '사필귀정으로 제자리를 찾아줬다'고 치켜세웠다. 법관 중에서도 유능한 법관과 그렇지 않은 법관을 나눴다. 기준이 뭘까. 대놓고 밝히진 않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느냐 여부로 보인다. 지난해 자신의 영장실질심사 기각 사례를 '사필귀정'으로 표현한 것에서 의중이 드러난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 징역형 선고 후 민주당에서 터져나온 발언들을 상기하면 이 대표의 '사법부 존중' 발언 진정성이 더 의심된다. 18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출장을 기회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다. 사막 위에 부르즈칼리파같은 초고층 건물을 짓고 인공호수를 만들어 세계 최대의 분수 쇼를 펼치는 '부자 나라'. 실제로 본 오일머니의 위력은 가히 대단했다. 목적지인 샤르자는 UAE에서 아부다비, 두바이에 이은 제3의 토후국이다. 국왕 소유의 샤르자대학병원은 이곳을 대표한다. 전체 320병상이 모두 1인실이란 점이 일단 놀라웠다. 응급실도 오픈된 형태가 아닌 각각의 방에서 개별 처치가 이뤄진다. 꼭대기인 4층 전체에 단 4개만 존재하는 VIP실은 침실, 거실이 따로 나누어져 있고 주방까지 갖췄다고 한다. 왕이 주인인 병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샤르자대학병원에서 가장 손꼽는 진료과가 한국의 힘찬병원이 독립 운영하는 관절·척추센터란 말에 또 놀랐다. 2018년 개소할 때부터 힘찬센터는 승승장구했다. 5개월 만에 원내에서 가장 많은 시술과 수술을 기록할 만큼 환자가 몰렸다. 50%대였던 샤르자대학병원 병상 가동률은 힘찬센터의 성장에
"창업자 연대책임은 없어진 것 아니었나요?"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창업자와 신한캐피탈의 투자금 반환소송 사건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창업자 연대책임' 이슈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건을 접한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정부가 창업자의 연대책임을 폐지했다고 밝힌 터였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창업자의 연대책임 폐지 논의가 시작된 것은 6년 전인 2018년부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 6월 모태펀드 기준규약을 개정해 모태펀드가 출자한 자펀드는 창업자(이해관계인)가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2022년 8월에는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를 모든 벤처투자조합으로 확대했다. 문제는 정책이 반쪽짜리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벤처투자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신기술금융회사나 이들이 운용하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규제하는 여신전문금융법은 변화가 없었다. 이번 분쟁에서 신한캐피탈 측도 이를 주장한다. 투자계약이 규제가 생기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