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에 어린아이들이 보이면 딱지 끊지 말라고 하지."
수십년간 시민과 경찰을 위해 헌신한 최고위급 경찰의 '소신'이다. 평생 경찰밥만 먹은 치안 담당자의 말이라 순간 갸우뚱 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적발된 아버지(혹은 어머니)는 절대로 본인의 과오나 과실을 반성하지 않는다. '노란불이었는데', '앞차 따라간건데', '바빠죽겠는데!' 온갖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대안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감정은 날카로워지고 저주의 눈빛으로 교통 경찰을 쏘아본다. "몇만원짜리 벌금 내면 그만이야" "잘 먹고 잘 살아라"라며 거친 말을 쏟아낸다. 계도 효과는 전무하고 경찰에 대한 악감정만 남는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쌍팔년도 방식'이다.
그의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일단 무섭게 다가간다. 그리고 엄중하게 꾸짖는다. 교통 법규를 위반한 아버지의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 손가락을 좌우로 저으며 "이번엔 그냥 가시는데 다시는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하고 돌아선다. 감정이 휘몰아치던 아버지는 머쓱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살핀다. '조심은 해야겠어'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당연하게도 법 집행기관이자 공권력으로 상징되는 경찰도 시민이다. 수능을 치르는 딸을 위해 새삼 절에 올라 기도하는 고위직부터 사춘기 아들을 만원짜리 지폐 몇 장으로 달래는 중간 간부, 주말 데이트를 고민하는 청년 경찰들까지.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삶도 평범한 시민들처럼 다양하고 재미있다.
지난밤 계엄령 국면에서 경찰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수십년간 특유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시민들의 자율성이 높였고 이 기간 시민의 한 사람인 경찰 개인도 크게 변화했다. 경찰이 권위적인 몸짓으로 일반 시민들을 감시·처벌하는 시대는 애저녁에 끝났다. 이제는 '치안 서비스', '과학 치안'이라는 말로 시민 삶에 파고드려고 애쓴다.
긴급 계엄령에도 시민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4일 0시부터 조지호 경찰청장 주재로 지휘관 긴급회의를 진행했지만 공식 입장은 '없다'였다.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경찰 행정이 1970~80년대 방식으로 작동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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