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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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인이 자동차 사고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경찰관이 다가가 물었다. "How are you?" 고통스런 표정으로 한국인이 대답했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한국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은 우스개소리다. 감사에 수사에 인사에 그리고 민영화와 구조개혁까지, 연이은 '공기업 때리기'를 취재하던 기자와 공기업 홍보실 직원 사이에도 이와 비슷한 우스꽝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회사 분위기 안 좋겠네요?" "아닙니다. 모든게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대여섯 군데 홍보실과 통화를 했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한 공기업 홍보실 직원은 "이제 모두 안정을 취했다"고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시간, 그 회사 사장은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안정을 취했다”는 홍보실 직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회사 직원들은 강철심장을 가졌거나 자기가 몸 담고 있는 회사 미래에 전혀 무관심하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홍보실 직원들의 말과 달리 실무
"이런 기사가 나가면 대통령께서 뭐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얼마전 비판적인 기사를 쓴 직후 정부 고위 인사에게 들은 하소연이다. "청와대에서 아직 답이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민감한 사안을 질문할 때면 으레 돌아오는 답이다. 국민보다는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청와대에서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이것이 2008년 5월 우리나라 공무원의 자화상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인사'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재신임을 이유로 사실상 공공기관장의 일괄사표를 요구했다. 이를 바라본 공무원들의 머리 속엔 언제든 자리에서 쫓겨날 수 있는 위험이 각인됐다. 그 직후 고위 공직자의 재산이 공개됐다. '땅투기 의혹'이 일어도,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을 저질렀어도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를 바라본 공무원들은 어느덧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인사원칙을 잊어가고 있다. 공무원들이 칼을 쥐어준 국민보다 칼을 쥔 대통령만 바라보는 이유다.
골드만삭스가 유가 200달러가 이르면 연내 가능하다는 전망을 반복하며 전세계를 놀라게했다. 지난 1년간 100% 오른 유가가 연내 60% 더 오른다는 것이다. 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않는 봉급쟁이들은 절로 가난해진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느는게 시장의 원리인데, 원유라는 자원은 이미 생산의 정점을 지났다. 공급량을 원하는대로 늘릴 수 없다. 원유 소비를 줄이지 않는 이상 유가를 잡을 수 없다" 카자흐스탄에서 자원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전문가의 말이다. 그는 "투기세력이 유가를 끌어올렸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실상을 모르는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며 "올해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지난 14일 미국은 북극곰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했다. 서식처인 북극해의 개발에 제한이 따르고 이는 원유 공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흉흉한' 관측으로 이어진다. 하다못해 북극곰까지 유가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는 자원민족주의가 발호한 영향이 크다.
지난 3월12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출입기자간 첫 오찬간담회.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부처 산하기관장들에 대해 사퇴를 압박하는 발언을 연달아 했던 차였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임기가 남았다고 해서 전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있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발언은 곧바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물갈이 방침'으로 해석됐고 지경부 산하기관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달 9일 총선을 전후해 산하기관장들의 대대적인 사표 제출이 이뤄졌다. 정부는 "사표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즈음 한 공기업 대표는 "다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경부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받아놓은 공기업 CEO들의 사표를 한참동안 수리하지 않았다. 사표 수리가 어느 정도 이뤄지냐는 질문에 지경부 당국자는 "아직 확정
"내가 오만과 독선, 혹은 아집 때문에 그릇된 결정을 하려 든다면 그 결정을 베어줄 칼로 그대를 쓰고 싶습니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대왕세종'의 한 구절이다.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말이겠지만 명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왕조시대 군주의 마음가짐이 이러해야 할 진대, 인류 역사상 가장 앞선 정치제도라는 민주주의의 시대에서 대통령의 마인드가 이러한 지 의문스러운 것은 왜일까. 얼마 전 만난 한 사설연구원의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건설사 사장이 경쟁사 몰래 알맹이 땅 선점하듯이 일을 추진한다"고 혹평했다.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결론을 미리 내린 핵심 측근 몇 명이 비공개적으로 일을 도모하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 실제로 MB정부가 지난 몇 개월 동안 국가 운명을 좌우할 주요 정책들을 추진하는 방식을 보면 '아예 의견수렴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공기업 개혁만 해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공기업
결국 17대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9일 어렵게 소집한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건이 상정됐지만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로써 통신시장 활성화라는 대명제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처지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다수 의원들이 '재판매 의무화'에 대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논리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방통위 관계자조차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법안을 수정할텐데 그런 제기도 없었다"며 허탈해 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옛 정통부가 공정위 등 부처협의를 거쳐 확정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입법예고됐고, 이를 준비한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1년이 넘게 걸렸다. 정통부가 규제완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전문가 공청회 등을 시작한 때까지 거슬러가면 2년이다. 오랜 시간동안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에 위반되지 않도록 부처협의까지 마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부정적 견해를 제출했다는 건 납득하기
"대운하 얘기는 이제 그만 하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8일 건설경영인포럼에서 주최한 조찬강연회후 기자들의 대운하 관련 질문 공세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새정부 국토해양부 정책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이었지만 대운하 사업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마지못해 '여론 수렴 후 추진'이라는 원칙적인 발언만 되풀이 했다. 정 장관은 대운하 문제를 "정치적으로 쟁점화 하지 말자"고 강조하면서 "물관리와 이용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좋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 관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대운하 추진의 새로운 명분을 이수(利水)와 치수(治水)를 내세운 것이다. '여론수렴'을 넘어서 '어떤 형태로든'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발언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일수 있다. 하지만 '대운하를 왜 추진할까'라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정부가 "대운하를 하겠다"는 의지 만
이건 좀 심하다. 정치인의 태도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야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쇠고기협상 관련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실망했고 혼란스러웠다. 질문에 제대로 답변 못하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그렇지만 몇몇 여당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지난해와 너무 달라 놀라웠다.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이 특히 그랬다. 그는 지난해 '한미FTA 졸속 체결을 반대하는 국회 비상시국회의'에 가입해 누구보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문제에 앞장서 활동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산쇠고기 수입중단 촉구 결의안'을 공동발의하기도 했다. 그의 블로그에 달린 7일자 이전 댓글에 유달리 "의원님만 믿는다"는 글들이 눈에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그가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반대하셨지 않느냐"는 한 참고인의 질문에 "제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다고요?"라고 반문한 뒤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지금이라도 과천청사나 중앙청사 구내식당에 예고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이나 내장탕을 올릴 용의가 있냐.”(한나라당 이계진의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용의가 있습니다.”(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하루 종일 진땀을 뺐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피곤함이 얼굴에 가득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째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으로 국민의 따가운 여론에 시달린 탓이다. 급기야 한 국회의원이 정부 청사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를 등장시키는 건 어떠냐는 제안에 정장관은 단비라도 만난 듯 선뜻 좋은 아이디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정작 과천정부종합청사와 정부중앙청사에 위탁급식을 맡고 있는 풀무원계열의 위탁급식업체 ECMD(이씨엠디)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급식업체로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가장 중요한 데 미국산 쇠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설사 고객
"UBS에 돈 받으러 오셨나요?" 지난 주 UBS 본사 취재를 위해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했을 때 입국 심사대에서 던진 말이다. 한국 기자단을 마중나온 현지 가이드도 'UBS' 피켓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적잖이 따가웠다고 토로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로 38조원을 상각한 UBS에 대한 현지인들의 실망과 분노는 생각보다 컸다. 이들의 분노는 단순히 주가가 반토막 났다는 데 있지 않았다. 모든 스위스인들이 UBS 부실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UBS는 스위스 경제의 상징이자 스위스인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UBS는 프라이빗뱅킹과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세계금융시장에서 입지를 굳혀온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같은 '국민의 은행'이 바다 건너 미국에 어떻게 투자했기에 세계금융시장에서 불명예를 안게 됐는지, 내부 손실이 4조4000억원으로 불어날 때까지 왜 솔직히 털어놓지 않았는지에 대해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프랑스의 저명한 출판·문화 주간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앞두고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광우병이 불안한 소비자들은 거리로 나와 "대통령을 탄핵해서라도 수입을 막자"고 외치는 중이다. 예전에는 "없어서 못먹었다"는 LA갈비의 처지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대형 할인점에서는 갈비살을 뼈와 함께 절단한 속칭 'LA갈비'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전해진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은 광우병 청정지역이라는 호주산이 대부분이지만,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덤터기를 쓰는 셈이다. 이처럼 실상은 별 관계가 없음에도 사회상황 때문에 덩달아 피해을 입는 것이 많다. 인간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남북 이념논쟁과 관련해 1990년대까지 흔적이 남았던 연좌제(緣坐制)를 예로 들지 않아도, 최근 교체설이 돌고 있는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의 처지가 그런 듯 싶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항상 이뤄지던게 공기업 기관장들의 교체였다. 이전 정권과 코드를 함께한 이들을 교체하려 하는 건, 국정운영의 효율면에서 당연하
우리나라와 정서상 매우 가깝다는 이탈리아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3번째 총리에 취임한다. 언론, 금융을 아우르는 재벌기업인이자 프로축구팀 AC밀란까지 소유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내 최고의 친기업형 정치인으로 꼽힌다. 뇌물수수, 탈세 등 부패혐의로 재판받은 그가 물러난지 2년만에 화려한 재기를 한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다. 그의 재등극을 알리는 첫 신호탄은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나폴리에서 울려 나왔다. 나폴리가 위치한 남부지역은 농업지대로서 전통적인 좌파 터밭이다. 반대로 북부 공업지대는 우파지역이다. 눈부신 햇살과 곤돌라 사공의 '산타루치아' 노랫소리가 가득해야 할 나폴리에서 선거를 앞두고 넘쳐난 것은 쓰레기였다. 마피아의 큰 이권이던 청소수거작업을 대행하던 업체들의 파업에 지방 정부는 속수무책인채 TV 등 언론에는 거리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와 코를 막는 관광객들 모습만이 가득 나왔다. 사태의 압권은 다이옥신 모짜렐라치즈 파동이다. 나폴리 명산인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