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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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어디에 있나요?" 지난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다. 약 3370만개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이틀 동안 불러세웠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국회에 나오지도 않은 김 의장이 차지했다. 사실 국회의 집착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김 의장은 지금껏 국회의 부름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미국에 체류하는 미 시민권자라는 이유다. 쿠팡의 일은 한국법인 소관이라며 매번 국회를 외면했다. 역대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국회에 출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김 의장 관련 질의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신이 책임자라며 김 의장을 감싸는 듯한 답변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과도한 기업인 호출로 비판받던 국회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사실상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흘러나간 사고가 터졌는데도 나오라는 최대주주 대신 전문경영인만 국회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김 의장의 부재 못지 않게 아쉬웠던 점은 이번에 현안질의를 한 과방위와 정무위 두 상임위원회가 일정만 조율했을 뿐 질의 내용에 대한 분담 등은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이다.
IT(정보기술)업계 관계자 A씨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톡 이야기가 나왔다.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업데이트로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을 때다. A씨는 카카오톡의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15년간 확보한 이용자 데이터로 최대 효용을 낼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개편 이후 이용자 수는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앱 내 체류시간이 1분 이상 증가했고 숏폼을 제공하는 지금탭 체류시간이 전 분기 대비 10% 이상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지표가 이어진다. 증권가도 카카오의 내년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일부 이용자의 반발이 전체 여론처럼 번지는 것은 이 회사의 이미지 때문이다. 문어발식 사업확장, 경영진 스톡옵션 먹튀 논란 등 각종 이슈로 카카오는 뭘 해도 부정적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의 불법 의혹으로 김범수 창업자가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자 카카오는 비상경영 카드를 뽑아들었다. CA협의체로 내부 통제를, 준법과신뢰위원회로 준법경영을 강화했다.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습니까. 구더기가 안 생기게 악착같이 막아야지 아예 장을 먹지 말자, 장독을 없애자 이러면 안 되지 않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논란과 관련해 한 말이다. 수사·기소 분리를 하되 수사통제와 공소유지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은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치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 죄 지은 사람은 처벌 받고 죄 짓지 않은 사람은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생기지 않는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공언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치법 초안 마련에만 속도를 낼 뿐 정작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근간이 될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답보 상태다.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이를 원활히 이을 수사통제권을 어떻게 조정할지 답도 내리지 않은 채 조직부터 먼저 세우겠다는 발상이다. 내년 10월 새 조직을 출범하겠다는 마감시한에 쫓기는 모양새다. 개혁의 순서는 직접수사·수사통제·공소유지 업무에 필요한 인원을 산정하고 보완수사권·수사지휘권 논의를 매듭지은 후 각 조직별 인력을 계산하는 방향이나 실제 논의는 거꾸로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다. 사고는 쿠팡 내부 시스템에서 발생했지만 피해는 특정 이용자들의 불편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회적 문제로 커졌다. 유출된 정보가 이름과 주소, 연락처, 구매 이력 등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고위험 데이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는 기업 차원의 실수나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명백한 국민 안전 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다. 한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회수가 불가능하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스토킹과 위치 추적, 주거 침입 등 현실적인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현실이 돼버린 '위험'을 보상과 사과문 중심의 사후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특히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산업이 경쟁적으로 확대해온 초개인화 전략이 가진 구조적 위험마저 드러냈다. 개인 맞춤형 추천과 혜택 제공은 소비자의 편의를 강화하기 위한 도구다. 하지만 대규모 데이터 결합이 이뤄질수록 통제 실패 시에는 언제든 감시와 침해, 위협의 수단으로 변화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내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이같이 밝혔다. 남아공이 주최한 G20 정상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자국이 의장국인 내년 회의에서 남아공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1999년 G20 출범 이래 회원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아공 공격은 지난 5월 백악관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맞은 트럼프는 준비한 영상을 틀었다. 남아공에서 아프리카너스 백인(네덜란드·프랑스·독일계 이주민 후손들)이 학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영상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촬영된 장면을 조작한 가짜였다. 영상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남아공 백인들이 살해당하고 그들의 농장이 불법으로 압류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남아공 정부와 일부 아프리카너스 단체조차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017년 정부 감사에 따르면 남아공 인구의 약 8%에 불과한 백인이 전체 사유 농지의 72%를 소유하고 있다.
2만9000가구.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수도권 공공분양 공급 물량이다. 지난 9월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제시한 계획보다 2000가구 늘었다. 판교 신도시와 맞먹는 규모라고 한다. 최근 5년간 수도권에서 공급된 평균 물량의 약 2. 3배 수준이라며 공공 부문 착공 확대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자찬한다. 시장은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공급계획 발표 후 '이게 전부인가'하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내년도 공공분양 공급물량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 2만3800가구 △인천 3600가구 △서울 1300가구 등이다. 경기에서도 고양창릉·남양주왕숙·인천계양 등 3기신도시, 광교·평택고덕·화성동탄 등 2기신도시, 구리갈매역세권 등 중소택지로 물량이 흩어져 있다. 서울은 고덕강일 1305가구가 전부다. "수도권에 땅이 없다"는 국토부의 하소연도 이해는 된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는 더 이상 집을 지을 땅이 없다 보니 국토부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놨던 유보지 등을 주택용지로 전환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원칙'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강조한 단어다. 대통령실이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도 주 위원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탁을 막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된다며 "최후의 수단"이라고 못박았다.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생경함이었다. 대통령실과 다른 메시지를 낸 부처수장은 보는 일이 드물어진 탓이다. 주 위원장이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한 이유는 뚜렷하다. 산업 지배력 확장과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 사회적 공감대 부족, 정책 졸속 추진의 위험성 때문이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제도인 만큼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는 수단 중 하나일 뿐 핵심 목표는 '첨단전략산업 투자 활성화'라고 짚었다. 찬반을 떠나 주 위원장의 간담회를 '원칙'으로 요약한다면 비슷한 시기 열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기자간담회는 '검토'로 정리된다. 구 부총리는 금산분리 완화뿐 아니라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부동산 세제, 장기투자 세제 등 현안에 대해 모두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있는 것도 지원을 못 받는데 신규 투자를 누가 하겠나. " 국내 LFP(리튬인산철) 공급망에 대해 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평가다. 전력거래소는 최근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 2차 입찰 설명회에서 '국내 생태계 기여도' 비중을 9. 6%에서 12. 5%로 늘린다고 밝혔다. 여기엔 ESS 산업의 국산화 토대를 세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오창에서 국산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흐름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그러나 공급망의 기초가 되는 소재 단으로 내려가면 온도는 급격히 식는다. 현재 국내에서 LFP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에코프로비엠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연간 4000톤 수준에 불과하다. 양극재 전 단계인 전구체 분야는 진입하려는 시도조차 감지되지 않는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LFP 배터리의 99% 이상은 중국에서 생산됐다. LFP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 역시 중국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데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K-건설'의 위상을 높이며 성과를 일궈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10월 해외 건설 수주액은 429억달러에 이르렀고 연말까지 500억달러 달성도 무난히 이뤄낼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5. 3억달러와 비교해도 145억달러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이 198억2000만달러로 전체의 46%이상을 차지했다. 중동(110억9000만달러·25. 9%), 북미·태평양(55억3000만달러·12. 9%)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 실적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체코가 187억3000만달러로 무려 43. 7%에 달하며 2위인 미국(50억3000만달러), 3위 이라크(33억1000만달러)와 큰 격차를 보였다. 올해 수주 성과가 '체코 원전' 단일 프로젝트에 의존한 결과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제는 체코 원전 수주와 같은 빅 이벤트가 없다면 이같은 성과가 계속 반복되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유럽 시장의 불확실성이나 특정 프로젝트의 변수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지난해 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했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 8명을 넘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바닥을 찍고 올라서는 듯한 통계 흐름이다. 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이 재개되고 30대 초·중반 '에코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혼인·출산 연령대에 진입한 것이 출생아 증가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정부가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핵심 타깃이기도 한 동 세대 기자가 인구 문제를 취재할 때면, 슬그머니 가슴 한쪽이 찔리는 이유다. 평소처럼 전문가에게 저출산 현상의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졌더니 이번엔 역으로 취재원이 되묻는다. "본인이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를 한 번 써보세요. 거기에 대부분의 답이 있을 겁니다. " 아이가 주는 행복을 말하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그러나 2030의 시선으로 주변을 다시 둘러보면, '불안'이 곳곳에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주거비는 이미 청년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한 번 밀려나면 다시 진입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경직성, 출산·육아로 경력에 공백이 생기는 것도 무시하지 못한다.
"반대만 한다고 뭐가 되겠습니까?"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반대 공세를 두고 최근 한 지방병원의 교수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의협이 정부 보건의료 정책에 반발하면서도 정작 의료계만의 '해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다. 그는 "반대한단 입장 뒤엔 의료계의 뚜렷한 대안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 대책 없이 반대만 외치면 국민도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미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단 대외적 인식이 강하게 박힌 상태에서 의협의 현재 행보는 역효과를 내고 있단 우려가 섞여 있었다. 의협은 지난해 초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발표를 기점으로 2년에 가까운 최장기간의 의정갈등을 경험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을 거쳐 이재명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의협은 현 정부 역시 의료계와의 불통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2 의정사태가 불가피"하단 경고성 메시지와 궐기대회를 통한 대(對)정부·국회 투쟁을 지속하는 것은 이 같은 의협의 뜻을 보여준다. 앞서 의협은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지난 16일엔 국회 앞에서 수백명 단위의 집단 시위를 연 바 있다.
"나경원, 조배숙, 김도읍 의원 말고 최근 현안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 중진이 있나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국민의힘 인사의 말이다. 위기 때 전면에 나서는 중진의원들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대개 정치권에선 당선 횟수를 기준으로 3선 이상을 중진이라 부른다. 과거 보수정당의 중진들은 당이 흔들릴 때마다 강단있는 모습으로 앞장서 당을 구해냈다. 2011년 12월 당시 4선 남경필 전 의원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패배 등으로 당이 흔들리자 최고위원 사퇴 카드를 꺼내 들며 '박근혜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듬해 총선·대선에서 새누리당은 승리했다. 새누리당 중진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2016년 2월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계파 갈등이나 분열로 비칠 수 있는 사람들은 가고 싶어도 후보 개소식에 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조용하게 단합된 선거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권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