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주식 거래량이 급증하면 한국거래소나 증권사에서 전산장애가 자주 발생합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한국거래소가 거래 시간 연장을 밀어붙이니 걱정입니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거래소는 정규장 전·후에 프리마켓(오전 7~8시)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개설하고, 내년 말에는 24시간 거래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증권업계는 순차적으로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위해서는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거래소의 등장, 주식 거래 급증 등으로 이미 전산장애가 빈번해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서버 준비와 테스트 없이 주식 거래시간을 연장했다간 전산사고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증시가 급등락하고, 거래량이 급증하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등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 9일에는 한국거래소 주식 주문이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노사문제도 걱정하고 있다. 증권노조는 이미 거래시간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직원들과의 갈등도 부담이다. 주 52시간을 지키기 위해 추가 채용을 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거래소에서는 ETF(상장지수펀드)도 거래되는 만큼, 거래 연장 시간 동안 LP(유동성 공급자) 운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자 거래소도 거래시간 연장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연장 시간대 LP의무화 방안을 추진했다가 다시 일부 ETF만 연장 시간대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당초 올해 6월 예정이던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도입도 2개월 정도 연기하기로 했지만 업계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거래소는 한국증시 선진화를 위해 거래 시간 연장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거래소의 취지만큼은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증시 선진화는 단순히 거래시간이 늘어나고, 지수가 오르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거래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시스템을 안정화해 최근 증가하는 전산장애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