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해 못할 가상자산거래소 규제

[기자수첩]이해 못할 가상자산거래소 규제

방윤영 기자
2026.03.10 05:30

"금융위원회가 갑자기 왜 지분을 규제하는 방안을 법안에 넣겠다고 하는거지요?"

금융위가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규제를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에 포함한 일이 알려진 뒤 업계 관계자들이 기자에게 쏟아낸 질문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지분 규제에 금융위의 의중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해답은 얼마 후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거래소 인가제가 도입되면 영구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게 된다"며 "공공 인프라적 성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소유 지분을 규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설명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우선 가상자산거래소는 공공재가 아니다. 정부의 지분규제는 사유재산 침해라는 위헌적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용을 위해 수수료를 내야 한다. 가입을 막을 수도 있고, 한정된 가상자산을 사기 위한 경쟁도 이뤄진다. 공공재의 조건인 비배제성과 비경합성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학계의 중론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학계 등은 거래소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많은데도 금융위가 지분 규제를 고집하는 데 의문을 품는다. 업계에선 "통제를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코인대여 서비스,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호가창) 공유 등 금융위 통제 밖에 선 사례들이 연달아 나타나며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사이 금융위는 사실상 지분규제를 고수하는 정부안을 확정했다. 정치권은 입법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안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절충안이나 유예기간 부여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가상자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마찬가지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경영권 박탈, 책임경영 실종, 해외자본의 적대적 M&A(인수·합병)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으나 금융위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억원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과 더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업계는 물론 법조계·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분 규제가 산업 발전과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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