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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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A가 기업 탐방을 갔다. 경영진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주가에 관심 없습니다. 배당도 필요 없구요. " A는 탄식하며 "이사라는 사람이 부끄러움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이런 기업이 많다. 9년 전 NAVER와 결별한 NHN이 대표적 사례다. 기업 분할 직후부터 주가는 급락했다. 회사에 현금이 충분했는데 2015년 갑자기 2700억대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란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이 주주들에게 자금을 달라며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유상증자를 하면서 주가는 더 급락했고 주주들은 할 수 없이 증자에 참여했다. 그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페이코에 투자했는데 정작 페이코는 2017년 물적분할했다. 2021년에는 두레이를 분사했고 2022년에는 핵심성장동력 클라우드를 물적분할했다. 알짜 사업이 죄다 분할하면서 NHN 주주들에겐 '그림의 떡'이 됐다. 유상증자·물적분할·무배당에 주가는 9년에 걸쳐 반토막났다. 그런데 2013년 3.74%에 불과했던
지난 24~27일 열린 세계가스총회(WGC) 화두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다. 엑손모빌, BP 등 탄소배출 주범이라 불리던 대기업들이 한 데 모여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 확인했다. 수급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탈탄소를 이룰 현실적 방안들이 치열하게 논의됐다. 토론장에서 나온 결론은 제임스 로콜 세계LPG협회 CEO가 지난 26일 '이산화탄소에 국경이 없다'고 말했듯,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간 협력 없인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없단 점이다. 일례로 SK E&S가 호주서 진행중인 CCS(탄소포집저장) 사업은 세계가 주목하는 프로젝트다. SK E&S는 2025년부터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에 CCS 기술을 적용, 저탄소 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문제는 탄소는 런던의정서에 따라 폐기물로 분류, 국가간 이동이 금지됐었단 점이다. 국내에서는 이 수출을 가능케 하는 런던의정서 개정에 대한 수락서를 지난 4월 국제해사기구 사무국에 기탁했다. 비슷한 절차가 호주서 이뤄져야
국제정치학의 '교섭 이론(Bargaining Model)'은 모든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기 전 당사자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갈등은 비용이 들기 마련이고, 비용을 지불한 뒤 얻는 과실은 당사자간 힘의 균형점보다 후퇴한다. 교섭 이론은 힘의 균형점 전후로 당사자간에 지불해야 할 비용 사이의 영역을 '교섭 구간'으로 본다. 지난 27일 노사 합의에 이른 웹젠 분규에도 교섭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교섭 대상이 문화재나 종교적 상징물처럼 '불가분'의 성격을 지닐 경우다. 웹젠 노조가 요구한 연봉 인상은 충분히 나눠가질 수 있는 대상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갈등 당사자가 서로의 역량과 의지를 오판할 때도 파국은 일어난다. 갈등 상황에 지불할 비용을 서로 다르게 계산해 동떨어진 교섭 구간을 가정하는 경우다. 지난달 노조가 파업을 예고할 때만 해도 사측은 노조원의 숫자 등 역량, 노조가 얼마나 파업에 적극적으로
'대기업 투자계획 1000조원' 중견·중소기업계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소식에 마냥 기뻐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대기업들의 설득에 고개가 끄덕여 지면서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처지를 알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새 정부가 출범한지 보름쯤 지났다는 점도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다. 주요 대기업들이 발표한 투자 금액은 사상최대 규모라고 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한화·두산그룹에 이어 SK와 LG그룹까지 나서면서 투자규모는 5년간 100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 770조원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기회를 물색하는 데 쓴다. 신규 고용도 20만명 가량 늘리겠다고 한다. 시선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면 분위기는 숙연해진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계는 아직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어서다. 연매출 50억원 규모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어떻게 대기업만 잘 되겠냐"고 토로하며 "중소기업 이익까지
게임 중에는 유저가 개인 SNS 계정에 홍보 링크를 공유하면 게임 내 재화를 주기적으로 지급하는 이벤트가 흔하다. 지난 16일 자정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임 '랑그릿사' 링크도 이와 같은 이벤트 관련 페이지였다. 누리꾼들은 "장관도 이벤트는 못참지" "장관도 플레이하는 '갓 게임'"이라며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뒤에 나온 국토부의 반응이다. 당초 "관리직원의 실수"라며 원 장관과 게임의 연관성을 부인하더니, 이내 "계정을 해킹 당해 이미 신고까지 마쳤다"고 말을 바꿨다. 장관의 SNS를 한밤중에 해킹한 범인이, 부적절한 야동이나 정치적 게시물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고작 게임 이벤트 페이지를 올렸다는 게 국토부 공식 입장이다. 원 장관은 게임 마니아로 알려진 대표적 정치인이다. e스포츠 부흥을 위해 스타크래프트 경기장에도 수차례 모습을 드러내고, 변호사시절엔 전국PC방연합회 자문변호사도 맡았다.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 김영춘 전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받게 됩니다.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되거나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합니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자유 시민으로서의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하여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간결하고 분명한 어조로 '자유'를 35번이나 강조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개인의 자유 침탈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을 천명했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실 인선 가운데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을 보면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비서관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사실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사안의 본질은 그가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을 방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헌법이 보장한 신체, 거주·이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7%가 적자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52만 가구 중 354만가구(17.2%)가 적자가구에 해당한다. 연 평균 4600만원을 벌지만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99.3%(4500만원)을 차지한다.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빚을 갚는데 쓴다. 식비, 주거비, 교통비 등 필수 소비지출(2400만원)을 하고 나면 마이너스다. 또다시 빚에 눈을 돌리는 상황에 부닥친다. 이같은 적자가구는 금융부채가 저축액의 1.6배가 넘는다. 적자가구는 금리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금리는 이미 빠르게 오르고 있다. 2년 전 평균 2.48%였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는 올 3월 3.84%로 올랐다. 1억원을 빌렸다면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21만원에서 32만원으로 는다.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집값이 정체된 상황에서 점점 내가 가져가는 몫이 줄어든다. 금리는 더 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15년 만에 2개월 연속 금리 인상의 움직임을 보인다. 저금리 때
지난 17일 서부전선 GOP(일반전초) 철책 부근. 육군 1군단 예하 부대의 병사가 폭발에 휘말려 왼쪽 엄지발가락, 발등의 뼈가 부러졌다.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지뢰탐지 임무에 투입됐다가 다쳤다. 사고 병사의 부모가 그가 입원한 군 병원을 방문한 뒤 부대 측으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갔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유실 지뢰 폭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6·25 때 국군, 미군, 북한군, 중국 인민군 등이 전선 곳곳에 지뢰를 깔고 다녔고, 불발탄도 많이 방치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비가 오면 작은 플라스틱 지뢰가 떠다니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 군인도 있다. 한미 정상이 경제 안보와 같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선언한 오늘날까지 '지뢰밭의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있다. 입원한 병사가 들고 있던 지뢰탐지기 기종 명은 PRS-17K. 이는 방위사업청이 2021년 10월 18일 자 '비금속 지뢰 탐지할 수 있는 신형 지뢰탐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경기도 시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직장인 삼남매의 모습이 그려진다. 삼남매가 사는 곳은 경기도 산포시. 실제 존재하는 지명은 아니지만 드라마에선 수원시 근처로 설정된다. 산포시는 단순히 거리만 먼 것이 아니라 출퇴근 교통까지 매우 불편해 보인다. "밝을 때 퇴근했는데 밤이야, 저녁이 없어"라고 힘없이 내뱉는 언니 기정, 회식 자리에서 차가 끊길까봐 눈치 보며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라고 어렵게 말을 꺼내는 막내 미정, "나 너 만나는 동안 맨날 너네 동네까지 갔어, 강북에서 우리집이 얼마나 먼지는 아냐?"며 애인에게 토로하는 창희의 대사에서 경기도민의 애환이 묻어난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일부 신도시에 사는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도민들은 출퇴근길이 멀고 불편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경우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평균 1시간 27분이 걸린다. 인생의 20%를 출퇴근에 쓴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정치인들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끝났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기업들이 줄줄이 실적 하락을 고백한 것은 당연했지만 불경기에도 고가의 패션회사들이 깜짝 실적 행진을 이어간 점은 뜻밖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일시적인 분위기는 아니다"며 "호황이 4~5년은 갈 것"이라고 장담한다. 화장품과 패션은 왜 엇갈렸을까. 답은 재판매에 있다. 화장품은 아무리 비싼 제품을 사도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한번 개봉하면 재판매가 어렵다. 반면 의류, 신발 등은 수요만 있다면 재판매가 어렵지 않다. 크림(네이버), 솔드아웃(무신사), 번개장터 등 중고시장이 핸드폰과 연결되면서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는데다 여행 소비마저 막히니 장기 보관이 가능한 패션으로 돈이 흐른다. 경제학적으로 화장품과 의복은 모두 비내구소비재로 분류되지만 이쯤 되면 일부 브랜드의 상품은 내구소비재로 인정해줘야 할 판이다. 재판매를 생각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할 요소는 '브랜드'다. 남들이 중고로라도 사고 싶어하는 브랜드, 상품을 골라
" 업비트가 (루나 코인) 입출고 제한을 안해서 많은 물량이 업비트로 갔다. 현재 (루나 코인) 보유자 수도 가장 많다." '루나 폭락 사태' 관련 현황 점검을 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푸념이다. 국내 루나 보유자가 급증한 이유로 특정 코인 거래소를 지목한 것.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거래소들은 루나-테라(UST) 폭락 사흘째였던 지난 11일 일제히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코인 입출금을 막거나 거래 일시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반면 업비트는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루나 코인 유입의 문을 열어놨다. 덕분에(?) 하루 거래량 2만개 안팎이던 업비트에서 루나 코인 거래량을 급증했다. 거래량을 보면 9일 15만개, 10일 384만개, 11일 3000만개, 12일 130억개 등이다. 업비트가 이 기간 수수료로 번 돈은 수십억원에 달한다. 11만원짜리 코인이 1000원(국내 거래소 기준)으로 폭락하며 휴지조각이 됐지만 거래량이 폭발하며 거래대금은 급증했다. 이 기간 거래대금만 9000억원 규모로
국내 한 기업이 AI(인공지능) 영상감지기술을 활용해 산불감시 시스템을 만들었다. 폐쇄회로(CC)TV를 이용해서 산을 감시하다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즉시 알려주는 방식이다. 야간에는 불빛을 이용한다. 지속적인 AI학습을 통해 도시불빛, 차 전조등과 산불을 구분해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국내에 도입되지 못했다. 대신 미국 최대 산불 피해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산불화재 감시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정보제공, 보안,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규제가 도입에 장애물이 됐다. 산불 감지를 위해서는 송전탑에 설치된 다량의 CCTV 영상을 제공받는 것이 필수적인데 CCTV를 운영하는 기관에서는 영상을 제공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국내 기관들이 내부서버를 이용한 폐쇄적 시스템을 선호하는 것도 기술도입의 장벽으로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산불감시는 여전히 사람의 '눈'에 의존하고 있다. 산림청은 매년 전국에서 1만명가량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를 선발해 산불 감시에 활용한다. 산람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