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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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가 성추행을 당하면, 범죄일까요 아닐까요?" 최근 한 경찰관과 나눈 대화는 AI(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이맘때 쯤 AI 여대생 챗봇 '이루다'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루다는 실제 연인들이 나눈 대화 데이터 약 100억건 학습해 말투가 자연스럽고 공감능력 또한 뛰어났다. 이루다는 20~30대를 중심으로 하루 이용자가 2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성희롱과 장애인 혐오표현, 개인정보유출 논란에 휩싸인 끝에 잠정 중단됐다. AI나 가상인간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성희롱이나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AI나 가상인간을 성희롱 피해자로 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성희롱성 발언 등을 접한 사람들이 불편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루다는 AI 챗봇이나 가상인간이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화두를 던지기에 충분했다. 화두에 대답을 찾지 못하는 사이 메타버스가 우리 현실에 성큼 다가왔다. 메타버스 안에서 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린 지 반년 만에 추가 인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 방향에 맞춰 발빠르게 입법을 지원하려는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최고금리 추가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다. 민주당 민병덕·이수진 의원은 최고금리를 각각 연 15%, 13%로 내리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 의원은 '업무원가와 조달원가 등 적절대출금리 산정에 포함되는 비용혁신을 통해 최고금리를 연 11.3~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경기연구원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경기연구원은 이재명 후보의 경제정책 싱크탱크다. "최고금리를 더 내리라"는 지적은 얼핏 서민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COVID-19)로 서민들의 등골이 휘는 마당에 대부회사 등의 고금리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도 비등하다. 대부업체가 가진 부정적 인식도 최고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꼭 '선한 결
"내년 3월에 대통령선거인데 너무 불확실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진행하려면 뭔가 확실한 뒷받침이 있어야 마음놓고 하지 않겠나."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이하 수소법)' 개정안 통과가 국회에서 세 차례나 미뤄지는 것을 본 에너지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등 초기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다. 특히 CHPS는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서 수소발전을 떼어내 의무구매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초기수요를 창출하고 청정수소 사용을 독려해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CHPS 도입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수소경제에 투자하더라도 당장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소경제가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수소발전이 의무화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이나 태양광·풍력 등에 투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1월4일에 열리는 경제계의 신년 인사회에 불참할 전망이다. 청와대가 행사를 주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의 대참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열린 2018년 1월을 시작으로 한 번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1962년부터 60년 가까이 이어져온 재계 최대 연례행사다.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1000여명의 경제인들이 모여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새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다. 이같은 상징성에 역대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매년 행사에 참석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전두환 정부가 아웅산 참사로 한 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불참한 것이 전부였다. 문 정부가 밝혀온 불참 이유에 재계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정상 각계 부문별 신년인사회에 모두 참석할 수는 없다는 것인데, 역시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이해가 어렵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이익단체 모임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야당 국회의원, 언론인과 가족의 통신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의원 105명 중 78명이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당했다. 야당·법조 출입기자 130여명과 기자 가족까지 공수처의 조회 대상에 포함됐다. 이동통신사로 통신자료 제공내역 신청이 이어지고 있어 공수처의 조회 인원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야당을 취재하는 필자 역시 공수처의 조회 대상이 됐다. '수사3부-383'으로 표기된 공문서를 사유로 이름,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해지일 등 개인정보를 공수처가 들여다봤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들에 연루되지 않았고, 그런 사실을 통보받은 적도 없다. 공수처와 유일한 접점은 공수처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재해 보도한 것 뿐이다. 공수처는 기자들의 통신자료 조회 이유에 "주요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기자들이 누구와 언제 통화했는지 파악했다는 뜻이다. 언론 윤리의 핵심인 취재원
"미계약분 530가구 정말인가요" 최근 본지가 보도한 '송도자이더스타' 미계약분 기사 반응은 뜨거웠다. 거듭 사실 여부를 묻는 수요자가 많았다. 유명 국제학교가 있어 맹모들의 관심이 높아진 송도에 공급한 최고 인기 브랜드, 요즘 대세인 '바다 조망'을 누릴 수 있는 대단지로 청약열기가 뜨거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선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1533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자 2만156명이 몰려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 24억원짜리 최고층 펜트하우스는 대출 한푼 나오지 않아도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었고, 추첨제 물량이 포함된 중대형 평형 경쟁률은 50대 1을 웃돌았다. 그런데 의외로 분양권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전체 가구의 35%인 530여 가구에 달했다. 이들에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행운이, 10년간 재당첨이 금지되는 불행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왜 그랬을까. 기자도 처음엔 분양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가
"그냥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거예요." 최근 만난 한 사립대학교 교수가 정부의 '창업중심대학' 사업을 두고 한 말이다. 창업중심대학은 투입예산만 450억원에 달하는 큰 사업이지만 정작 대학가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운영방침에 대한 의문은 물론이고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창업중심대학은 대학교를 중심으로 청년창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신사업이다. 내년 초까지 전국 대학을 수도권·충청권·호남권·강원권·대경권·동남권 6개 권역으로 나눠 청년창업 지원의 거점역할을 할 대학을 1곳씩 선정한다. 선정된 6개 대학에는 기존 창업성장 단계별 '예비·초기·도약패키지'를 총괄하는 창업사업화지원 주관기관 자격을 부여한다. 자격은 최대 5년 동안 보장한다. 대학당 지원예산도 창업기업 사업화자금 60억원, 운영비 15억원 총 75억원을 몰아준다. 다른 창업지원사업 참여 시 우대자격까지 추가 부여한다. 전폭적인 지원계획에도 대학가의 시선이 차가운 데는 이유가 있다. 선정된 6개 학교에
# "당 대표는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 이달 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일성이다. 지난해 10월 '추-윤(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국면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발언의 변주다. 당시 국민들에게 '울림'을 줬다는 이 메시지는 1년여만에 발언의 원작자를 향했다. # 이달 7일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강연회 직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동 중에 스스로 성소수자라고 밝힌 청년 앞에 멈춰섰다. "합리적 이유 없이 부당하게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 것에 사과하라"는 외침에 직면했다. 이 후보는 "다 했죠"라는 한 마디를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차기 정권의 소통 방식에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 중심제의 대선에서 당과 조직이 후보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은 당연하나 세상이 변했다. 한국 정치사 최초로 30대가 거대 정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배려가 아닌 협력의 '소통 방
'윤리적인 패션'을 지향하는 글로벌 비정부기구(NGO) 리드레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생산하는데 물 3625리터, 화학약품 3㎏, 전기 400미리 줄(J), 경작지 13㎡의 자원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패션산업은 생산부터 판매, 구매, 관리,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석유산업에 버금가는 공해산업으로 손꼽힌다.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기후변화 가속화로 글로벌 패션업계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고민하고 있다. 패션산업은 원단과 옷을 생산하면서 대규모 천연자원을 남용할 뿐 아니라 물을 오염시키고 이산화탄소를 배출시켜서다. 특히 환경에 대한 인식이 투철한 MZ세대가 패션업계의 핵심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친환경·재활용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로 제작한 '페트병 재활용 의류'다. 페트병 재활용 원단은 투명 페트병을 수거·세척한 뒤 잘게 부수고 녹여, 압출 및 방사를 통해 만들어진다. 노스페이스, 블랙야크를 비롯해
보다 못한 업계가 호소문을 냈다. 수소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세 차례나 미뤄진 것을 본 뒤다. 정부가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을 완성하고 2021년 세계 최초 수소법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냈지만 정작 실질적으로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개정안 통과가 답보 상태인 데 따른 절박함이 묻어났다. 개정안은 청정수소 인증과 청정수소발전 구매의무화제도(CHPS) 도입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는 표면적 이유로는 청정수소에 생산과정상 탄소배출이 제로인 그린수소 뿐 아니라 블루수소까지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수소는 생산과정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등을 통해 낮춘 것이다. 업계는 이 블루수소를 청정수소서 아예 제외하는 것은 현실성을 무시한 처사라 본다. 생산단가 등을 감안하면 그린수소 상용화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블루수소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
"현장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의문이네요." 올해 하반기 IT(정보·기술) 분야의 굵직한 법안으로는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과 'n번방방지법' 등 두 건이 꼽힌다. 시행 전부터 각계의 기대를 받았지만, 업계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이고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앱(In-app) 결제'를 강제하는 구글의 갑질을 막겠다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구글이 꼼수로 대응하며 빛이 바랬다. 구글은 제3자 결제를 허용하면서도 수수료를 기존보다 단 4%포인트만 낮췄다. 높은 '통행세'를 피하고자 했던 국내 개발사들은 실익이 없어졌다. 제2의 n번방을 막겠다던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작 n번방이 활개쳤던 텔레그램은 들여다보지도 못한다. 사적 검열이라는 오해를 피하고자 카카오톡 오픈채팅, 네이버 카페 게시물 등 공개된 정보만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게 당국의 해명이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가 큰 법안이 나온데 대해 업계에선 소통의 아쉬움을
갑자기 100만원이 생긴다면 어떻게 쓰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행복한 고민부터 해보자. 가족과 외식을 하거나 마음 속에 담아뒀던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축할 수도 있고, 기부를 할 수도 있겠다. 행복한 상상을 하던 머릿속을 때리는 단어가 있으니 '세금'이다. 100만원씩 자영업자(소상공인) 320만명에게 나눠준다고 하니 금액만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인구 50만명 경북 포항시 내년 예산이 3조원 정도라고 하니 엄청난 규모다. 명분은 코로나19(COVID-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방역지원금'이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재난지원금과 같다. 세금으로 살림살이에 보탬을 주겠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보이는 데,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세금을 남발하는 데 오히려 반감이 컸다. 자영업자들은 선심성 지원으로 나라 곳간을 축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자영업자는 "징징대기 전에 한 푼 쥐어준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