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통합'과 '협치'. 정치인들이 셀 수 없이 외쳤지만 지키지 않은 약속이다. 오늘 하루에도 여러 명의 정치인이 두 단어가 담긴 공수표를 던졌다. 실천의지가 부재한 정치적 레토릭으로 악용된 탓에 본래 단어 의미마저 퇴색됐다. 이념과 진영도 아닌 그저 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격돌하는 분열의 정치 시대, 통합과 협치는 연설문에만 존재한다. 정치가 갈등을 조장해 국민 분열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여야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통합과 협치를 약속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국민통합위원회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두고 이념, 지역 등 갈등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역대 최소인 0.73%p차 신승은 윤 당선인에게 분열의 정치를 끝내라는 과제를 안겼다. 지지세력만 바라본 국정운영을 펼친다면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을 찍지 않은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새 정권을 향한 분노로 번질 수 있어서다.
윤 당선인에게 야당과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과반 의석(300석 중 172석)을 차지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협조 없인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 최근 인수위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중단했다. 민주당의 반대가 완강한 상황에서 실행 자체가 불가능한 한계를 고려한 조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의도의 여당은 민주당"이라고 말한 배경엔 민주당을 향한 립서비스가 아닌 냉철한 현실 인식이 있다.
새 정부 기간 동안 통합과 협치의 실현 여부는 윤 당선인의 진정성과 민주당의 호응에 달렸다. 윤 당선인은 통합과 협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반복적인 연설보단 구체적인 정책 구현이 필요하다. 의회 권력을 쥔 민주당은 날카로운 비판자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윤 당선인과 함께 통합과 협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당의 다름을 떠나 민생을 공통분모로 삼아 절충점을 찾는 소통과 협의의 정치가 절실하다. 민주당이 또다시 강성 지지자들의 주장만 따른다면 나머지 국민들의 반감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5년 동안 통합과 협치의 정치 실현은 원내 1당인 민주당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