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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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4일. 국내 반도체 업계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된다. 일본이 기습 수출 규제를 단행했던 날이다. 한국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자 일본 정부가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반도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를 규제하고 나섰다. 반도체 강국 불리던 한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600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공정 스텝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생소한 이름 투성이었다. 칩 하나를 만드는 데 수백 개의 소재와 장비가 필요하지만 자체조달 수준은 27%에 불과하다는 분석은 충격을 줬다. 지금은 흔히 쓰는 '소부장'(소재·부품·단어)이란 말도 그 때 생겼다. 2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근본적인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소부장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2019년 31.4%에서 2021년 24.9%로 적잖게 줄었지만, 전체 소재로 보면 불과 1.2%p(포인트) 하락했다. 우회 수출을 고려하면 실제 의존도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도
소상공인은 정치권의 최우선 정책 관심대상이다.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선 더더욱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가부채 위기에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50조원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한 규제도 약속했다. 카드사들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산정되는 '적격비용'을 기반으로 영세 소상공인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듯, 빅테크 수수료 책정에도 정부가 개입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윤 당선인 측이 예로든 카드사 수수료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다. 카드사와 가맹점 간 합의로 시장에서 결정되던 카드 수수료율에 대한 정부 개입이 시작된 건 참여정부 끝 무렵인 2007년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명박정부는 이를 아예 법제화했다. 이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카드 수수료 인하를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주유소에 갈 때 마다 분통이 터진다는 사람들도 많다. 온통 물가 때문에 난리다. 정부도 물가안정에 혈안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4.1%나 뛰었다. 2011년 12월 이후 10년3개월 만의 4%대 진입이다.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최근의 물가상승이 성장을 동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상 물가는 경제호황이 오면 성장률과 함께 오른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월급과 물가가 함께 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고물가의 특징은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만 오른다는 점이다. 수요 증가가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불거진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인 탓이
문재인 정권 5년, 상당수 중도층의 문제의식은 '민주당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2020년 1월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를 쓴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한 혐의로 고발했다 여론 반발에 취하한다. 같은해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식장에서 성추문 의혹에 대한 당 입장을 묻는 젊은 기자에 욕설을 한다. 민주당의 '당내 민주화'가 물음표로 남았던 대표적 순간들이다. 변화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등을 중심으로 한 쓴소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지층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반박 논리와 문자폭탄이 기승을 부렸다. 결국 힘을 쓰지 못했고 하나, 둘 제 살길을 찾아가는 모습에 당내 주류는 자기 확신을, 비주류는 위축 효과를 실감했다. 문제는 정책 오류에 대한 자기 교정의 실종이다. 세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를 전달하면 시장과 건설사 논리에 경도된 시각이라는 당 소속 의원들을 쉽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이 있던 지난달 18일 일본 방위성은 우주작전군 창설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부대 임무는 타국의 인공위성 움직임 추적이다. 우주군 창설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의 과학적 임무 수행 명분도 있지만, 우주라는 미래 전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우주는 '과학'과 '안보'의 경계에 서 있다. 일본은 이 경계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나라다. 2014년 하야부사2를 우주로 쏘아 올렸고, 2018년 지구와 3억㎞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돌아왔다. 현재 일본은 소행성 탐사에서 가장 앞서 있다. 소행성이라는 심(深)우주 탐사는 단순히 과학의 영역만은 아니다. 일본은 소행성 탐사선 데스티니플러스를 발사할 때 자국의 고체 로켓 엡실론을 쓸 예정이다. 이를 안보 관점에서 본다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공위성은 지구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고 심우주 탐사 기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한국도 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립이 첨예하다. 이 대표가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비판했다가 '약자 혐오'란 역풍에 직면하자 선량한 시민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온당하냐고 재반박하는 식의 논쟁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명료하다. 장애인의 이동권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불편을 겪지 않을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윤석열 당선인의 저상버스 확대 공약을 만들었다며 문제는 전장연의 잘못된 시위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소수자가 절대 선(善)은 아니라며 소수자의 문제를 말하지 못하게 틀어막고 성역화하는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장애인의 이동권은 중요한가? 그렇다. 시민들의 출근길 이동권은 중요한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 둘이 부딪혔을 때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각자 처한 입장과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정답은 없다. 사회에는 답을 내리기 어려운 이해관계 충돌이 많
'국방부 이전 20일, 대통령집무실 리모델링 30일' 윤석열 당선인이 밝힌 용산 대통령집무실 이전 50일 시간표다. 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테스크포스)도 이에 맞춰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 정부가 지난 25일까지 예산 지원을 확정했다면 윤 당선인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5월 10일부터 용산에 입주할 수 있다는 구상도 이 스케줄에서 비롯됐다. 현 정부가 '안보 불안'을 이유로 예산 지원을 거부하면서 결국 이 계획은 어그러졌다.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고 선언한 윤 당선인은 한동안 현재의 통의동 집무실에서 임시로 국정을 살펴야 한다. 인수위 측은 용산 집무실 입주 시점을 6~7월로 예상한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즉시 예산을 확보해서 이전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윤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게 될 건설사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50일 시간표'는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일반 아파트 내부 수리도 견적에 따라 보름 이상은 걸
A, B, C, D, E, F까지였다. 그 다음이 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얘기다. GTX 공약은 서울 도심 반경 70㎞를 넘는 춘천까지 노선을 연장하는 것부터 수도권 순환선인 '노선 F' 신설까지 대선 기간 연일 떠들썩 했다가 정작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진 후에는 쏙 들어갔다. 주택 공급과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관련 논의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단 GTX 뿐만이 아니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검토 우선순위에서 GTX를 포함해 철도, 도로, 항공 등 교통 부분은 빠진 것처럼 보인다. 지난주 국토교통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이 같은 측면이 드러났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업무보고 시간은 대부분 250만호 주택공급 계획, 재건축 등 시장규제 완화 등 부동산 공약에 할애됐다. 교통 관련 논의는 사실상 입도 뻥끗 못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 분야가 포함된 인수위 경제2분과에 교통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전문·실무위원 21명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는 여러 개다. 금리 인상, 환율 상승, 대어(LG에너지솔루션) 등장으로 꼬인 수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내외 변수는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때론 '불확실성 해소'라는 반대편 재료가 되기도 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짜증을 키우는 요인은 다른 데 있다. 지난해 5월, 코스피200·코스닥150 대표지수 종목에 한해 재개된 공매도다. 악재가 걷히고 상승 탄력을 받을라치면 어김없이 공매도가 등장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매도 대표 선수가 됐고 카카오게임즈 등도 공매도 세력의 일방적 사랑을 받는 종목이다. 공매도 부분 재개 1년이 다가오는데 논의 수준은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 '외국인 먹튀' 등 뻔한 레파토리가 되풀이된다. 그러면서 개미들은 '공매도 폐지'를 외친다. 공매도 필요성을 말하고 싶은 금융당국은 여전히 '눈치보기' 모드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까' 입조심한다. 지난 2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CCS(탄소포집저장) 사업이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되지만 아직 초기단계고 냉정히 말하면 다같이 동일한 시작점에 있다. 정부의 적극성이나 제도, 인프라 구축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술 수준은 유사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열기 위한 열쇠로 꼽히는 CCS 사업에 도전장을 낸 한 대기업 경영진의 말이다. 모두가 비슷한 수준이라 안심해도 된다는 말로 읽히진 않는다. 오히려 이제 막 커갈 신사업인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눈치 싸움과 투자·기술 개발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혁기에 고만고만한 시작점에 선 물밑 경쟁이 어디 CCS뿐일까. 수소, 이차전지, 폐자원 순환 등 곳곳에서 암투가 벌어진다. 수준이 비슷하다는 건 뛰고 있는 여건과 환경에 따라 경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정부의 지원, 제도 마련, 인프라 구축이 얼마나 빠르게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크게 앞지를 수도, 크게 뒤처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잘 하시겠죠. 그보다 더 좋은 분이 오시긴 어렵지 않을까요." 이창용 IMF(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 금융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24일 청와대는 이 국장을 신임 한은 총재 후보로 낙점했다고 발표하면서 윤석열 당선인 측과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0분 후 윤 당선인 측에선 한은 총재 인사를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감사원 감사위원 후보자 지명 등을 놓고 신구 권력간 신경전이 이어진다. 겉으로는 '협치'를 내세웠지만 한은 총재 지명을 두고 양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중앙은행 수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하는 장면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문제는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그에 따른 환율·유가 급등, 5개월 연속 3%대 물
'K푸드, K라면, K소주, K만두, K맥주, K뷰티, K패션, K팝, K리그, K방역' 10년 이상 기사를 작성하며 썼던 K(KOREA) 파생어다. 설명할 필요 없이 모두 한국산임을 강조한 표현이다. 세계에 한국 문화가 퍼지고 제품 수출이 늘면서 'K~'는 자긍심의 의미로 쓰였다. 지난해 한국 라면 수출액이 6억7000만 달러를 넘어 최대치를 경신했을 때나 K팝 열풍으로 해외에서 한국 제품 선호도가 올라갔을 때 'K~'는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K를 향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됐다. K푸드를 다룬 최근 기사에 "그만 좀 K K 거려라!!! 무슨 K K K 냐!!" "K좀 붙이지 마라" 등의 날 선 댓글이 달린 게 단적인 사례다. 이를 촉발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COVID-19) 발발로 시작된 'K방역'으로 짐작된다. 정부·여당이 방역 자신감을 보였지만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서 K방역을 비꼬는 반응이 널리 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신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