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 '실력파 축구선수'처럼 우스운 말도 없다. 배우라면 당연히 연기력을 갖춰야 하고, 프로선수라면 뛰어난 실력을 갖추는 게 기본 덕목이다. 그럼에도 이런 단어들이 나온 것은 우리 주변에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면서도 '진짜'인 양 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이러다 '노래파 가수'나 '그림파 화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비단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한국 게임업계에는 '콘텐츠파 게임사'가 줄어들고 있다. 게이머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플레이하고, 재미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게 할 기대작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10년씩 우려먹은 세계관과 캐릭터에 붙잡혀 좀처럼 새로운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게임업체들의 잇따른 외도와 무관하지 않다. 상당수 업체가 본업인 게임 콘텐츠를 개발해 유저들을 끌어모으고, 이들에게 과금하는 전통적인 모델을 따르지 않고 있다. NFT(대체불가토큰), P2E(돈 버는 게임), 가상화폐 등 게임 외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공을 들이면서 제한된 인적 역량을 분산시키고 있다. 신사업에 몰두하는 사이 정작 본업인 게임 개발에 소홀해진 것이다.
게임 서비스의 질 역시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유저가 좀 모인다' 싶은 게임마다 각종 '핵'과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이 활개를 치면서 집토끼처럼 여겨지던 유저들마저 현실 세계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모니터링과 보안 패치를 주기적으로 한다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다.
이는 필연적인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도 K-게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속속 거두고 있다. 상장 게임사들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서만 20조원 넘게 사라진 게 단적인 예다.
중국집에서 때로는 볶음밥이나 깐풍기를 먹기도 하지만, 결국 핵심은 짜장면이다. 짜장면이 맛있는 중국집이 다른 요리도 잘한다. 손님들도 짜장면이 맛없는 집에선 다른 요리를 주문할 시도도 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게임이 사라진 게임업체의 미래는 짜장면 못 만드는 중국집과 같을 것이다. 아무리 다른 요리에 공을 들여 내놔도, 짜장면 맛에 실망한 손님들이 다시는 그 가게를 찾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