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2월14일) SK텔레콤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확정했다. 지금에야 '신의 한수'로 회자되지만 당시 분위기는 싸늘했다. 시장에서는 시너지가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SK텔레콤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며 으름장을 놓는 신용평가회사도 여럿 보였다. SK텔레콤 주가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13만원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부정적 여론 속에서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배경에는 총수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현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을 필두로 꾸려진 TF(태스크포스)팀이 최 회장의 뚝심을 뒷받쳤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산업과 하이닉스를 연구해 임원진들을 적극 설득해 나갔다.
현재의 SK하이닉스는 10년 전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2011년 시가총액 13조원으로 국내 14위였던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을 잇는 글로벌 반도체 매출 3위 기업으로 도약하며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우뚝섰다.
SK하이닉스 인수는 오늘날 신사업 발굴로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기술이나 시장 변화가 빠른 작금의 시기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COVID-19)와 미중갈등 심화 등 대외적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때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 때다.
안타까운건 우리 기업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지주회사 규제, 계열사 간 지원행위 금지 등 각종 규제로 과거 10년간 한국의 M&A(인수합병) 건수는 G5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헬스케어 등 신사업 분야의 M&A는 한 건을 찾기가 힘들다. 기술 패권 주의로 세계 각국이 M&A 문턱을 높이는 와중에 우리 기업은 내부의 규제장벽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이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적극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적어도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M&A를 통한 과감한 신사업 진출이 필요한 시기다. 10년 전 이날 SK그룹이 던졌던 승부수를 내일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