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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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지난 해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한 ‘메르스(MERS) 공포’는 대단했다. 듣도 보도 못한 신종 바이러스에 보건당국이 허둥지둥하면서 쉽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국민들 살림살이에 미친 경제적 파장이 예상을 뛰어 넘었다. 그 피해가 어디까지 미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메르스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해외 손님들의 입국 취소가 잇따랐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물론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그 어디에서도 탈출구를 찾기 힘들어 보였다. 한 마디로 오리무중(五里霧中) 이었다. 실제 메르스 발생 한달여 만에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당시 아모레G와 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 회사의 시가총액이 6조 4000억 원이 줄어 드는 등 곳곳에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당시 ‘경기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였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더 엄청
게임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언론을 보면 그랬다. 역사상 가장 흠결 많은 두 후보의 추악한 싸움이라는 평가를 듣는 미국 대선 얘기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별 차이 외에 정치가와 기업가, 인사이더(워싱턴 정가에 20년 이상 머물며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 역임)와 아웃사이더(정치경력 1 ~ 2년에 불과) 등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사전투표는 한창 진행 중이다. 실제 대통령 선거(현지시간 11월8일)를 코앞에 둔 지난주 금요일까지 AP통신과 독일 여론조사기관 GfK의 공동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51%)이 트럼프(37%)에게 14%포인트 차이로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지지율에서 그럴뿐 당선확률은 더 명확했었다. 선거 예측 모델의 클린턴 후보 승리 가능성을 종합(26일 기준)한 결과 평균 9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게임이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미국
30일, 83일.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실명보도가 나간 이후 30일 만인 지난 20일 엄정한 처벌 등 공식적 입장을 표명했다. 하루 전인 19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학생들이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철회를 주장하며 농성한 지 83일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그동안 시중에는 갖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국정감사는 파행으로 문을 열었고, 뒤늦게 정상화된 감사에서도 ‘미르·K, 최순실, 정유라, 이화여대특혜’ 관련이 민생이슈를 집어삼켰다. 따로 시작된 두 사건은 같이 얽히면서 복잡해졌다. 그래서 이 사건은 일단락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들을 보인다. 최 총장은 사임의 뜻을 밝히면서 “ 정씨(유라)의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는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농성을 풀었지만 하나의 관문만 넘겼다며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은 정유라 입시비리 조사 촉구에 이어, 교수협의회 중심의
"4년전쯤에 일산에서 빠져나가 마포 홍대 주변 미분양 아파트를 잡았어요. 확장이니 인테리어니 신경 많이 써줘 돈 좀 굳었죠. 남은 돈에다 전세를 끼고 무리해서 반포 아파트를 매매해 재미 좀 봤습니다." 얼마전 만났던 지인의 부동산 투자 성공기다. '재미 좀'이라고 겸손해했지만 적어도 두어번 거래에 연봉의 대여섯배는 번 것처럼 보였다. 물론 투자가 실패해도 내가 들어가 살면 되지 하는 대비책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든든한 직장이 있음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부동산 얘기뿐이다. 1억 ~ 2억(물론 이렇게 쉽게 말할 금액은 결코 아니다)만 있으면 대출 좀 끼고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이나 전세 낀 아파트 하나쯤 사서 ‘몇천만원 남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전국적으로 '광풍(狂風)'이 몰아쳤던 2006년 전후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다. 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거의 희미해지는 ‘부동산 말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
점심을 먹고 오후 1시30분쯤 사무실로 돌아오니 모 금융사 홍보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가 취재해 쓰려는 기사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용건이었다. 그 날은 하필 신문에 기획 면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는데다 오후 2시30분부터 인터뷰 약속도 잡혀 있었다. 2시엔 인터뷰 장소로 출발해야겠기에 “죄송하지만 담당 기자에게 말씀하시면 인터뷰 갔다 와서 기자에게 얘길 듣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를 다녀와 기자가 작성해놓은 기사를 읽었다.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혜택이 되는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법적 규제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규제 문제를 제기해 금융사에 좋은 기사인데 그 금융사가 할 말이라는 게 뭐냐”고 물었다. “규제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식의 기사가 나가면 금융감독원한테 찍힐 수 있다고 걱정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황당했다. “금융사가 느끼는 불합리한 규제에 문제 제기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인데 금감원 눈치 보느라 그런 기사도 못 쓰냐”고
최근 이사를 하면서 마침 3년 약정이 끝난 인터넷 서비스를 다른 회사 상품으로 바꿨다. 인터넷 서비스와 함께 결합상품으로 봐왔던 IPTV의 주요 채널이 접속 안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서비스 품질이 떨어져서였다. 사실 약정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인터넷 통신업체들 때문이 아니었다. 약정 만료 서너달 전부터 하루에 적게는 대여섯통에서 십여통씩 걸려오는 통신업체 대리점들의 스팸 전화 때문이었다. 발신번호가 '070'으로 시작되는 텔레마케터들의 스팸 전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걸려왔다.(이 기간동안 족히 200통 이상 걸려온 듯 싶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강제 종료를 하면 스팸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말그대로 '공해'에 가까웠다. 기억은 안나지만 휴대폰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사이트를 가입할 때 기계적으로 마케팅에도 '동의'했을 터이니 무차별적인 전화 공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어느 통신업체든 상관없이 가입을 권유하는 텔레마케터들이 전달하는 내용 대부분은
‘삶’을 ‘지옥’이라 여긴다면 그 논리적 귀결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한국’을 ‘헬조선’으로 인식하는 이가 많아질수록 출산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역대 최저인 올 상반기 국내 출생아 숫자(21만5200명)는 우리가 사는 시대나 상황의 ‘거울’ 같은 수치다. 반전의 조짐도 없다. 같은 기간 혼인건수(14만4000건)는 1년 전보다 7.6% 감소했다. 결혼 2년 안에 첫 아이를 갖는 비율이 70%란 점을 고려하면 2년 뒤 출생아 수는 더 줄어든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합계출산율)가 지금처럼 1.24명에 머문다면 출생아 수가 60만명대던 1984~1990년생들의 결혼적령기엔 출생아 수가 30만명대가 된다. 통계청은 2030년부터는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그 무렵부터 사회 각 분야에서 부작용이 시작될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는 당장 내 눈앞의 현실이 아니어서 저출산 문제를 겉으론 이해해도 속
주말에 작정한 영화를 봤다. 시쳇말로 공원과 산자락에서 만나는 ‘바카스 아줌마’가 주인공인 ‘죽여주는 여자’다. “그렇게 죽여준다며?” 정도로만 드러난 주인공은 실제 ‘죽여주는’ 여자가 된다. 사람을 죽여준다. 살인(방조)이고 범죄다. 하지만 복수나 폭력, 박진감 혹은 비장함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 몸은 60세쯤의 나이가 됐다. 계단이나 비탈길을 오를 때 얕은 숨을 토하는 주인공의 느린 속도를 따라야 했다. 내 10년, 15년쯤 후의 미래가 ‘죽여주는 여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그렇다 쳐도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여자가 돼 죽여주는 남자를 찾지 말라는 장담도 할 수 없다. 기회가 될 때마다 가족에게 내 죽음에 대한 의지 몇 가지를 얘기한다. 우선 무덤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화장해 풍장 하거나 수목장 중 하나를 택할 작정이다. 돌보기 어려운 무덤을 생각하면 덜 미안하고 덜 서러운 일이다. 병들었을 경우, 인위적인 연명 작업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 중요한
"돈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끊임없이 흐른다" 베이징 동북쪽 외곽의 4환과 5환 사이 차오양구 왕징 대서양신청 아파트는 유난히 빈집이 많았다. 1년 8개월 전 베이징 특파원으로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때 우리 앞집도 빈집이었다. 한국 돈으로 2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받을 수 있는데도 집주인이 빈집으로 놔두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의문은 1년이 지나 풀렸다. 지난 4월부터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느는가 싶더니 이내 매매 계약이 이뤄졌는지 내부 공사가 진행됐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매매가가 1400만위안(당시 환율 24억5000만원)이라고 귀띔했다. 입주 15년차가 넘는 방 3개짜리 130㎡ 아파트다. 매매가가 이 정도다보니 집주인은 세입자 때문에 골치 아픈 월세보다 단 한번의 매매를 원한 것이다. 최근 아파트 곳곳에는 내부 공사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베이징 집값이 이렇게 오르고, 거래도 척척 되는 것은 어찌보면 중국 인민은행이 바라던 바였는지 모른다. 인민은행은 201
"신약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위험과 경쟁이 갑작스럽게 출현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는 일이다. 3세대 폐암 신약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 개발을 포기하기로 한 베링거인겔하임의 결정을 존중한다." 개천절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섰다. 지난 1년간 8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주역인 이 대표의 목소리는 떨렸다. "세계 시장에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기존 치료제가 없는 혁신신약)로 평가받는 신약이라는 점에서 애착이 많은 약물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해지 결정을 알리면서도 이 대표는 올무티닙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올무티닙은 말기 폐암 환자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로 평가됐다. 3월 방한한 게르드 스텔 베링거인겔하임 부사장은 한미약품과의 계약 과정을 거론하며 "차기 신약 후보물질을 찾던 중 한미의 3세대 표적항암제를 알게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IoT(사물인터넷)...'. 글로벌 IT(정보기술) 시대의 빠른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학들은 '지방 캠퍼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겉으로는 '글로벌 대학'을 외치고 있는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지방 캠퍼스' 건립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과 '지방', 어울리지 않는 이 두 단어가 현재 한국 대학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총장이 사퇴한 서강대다. '남양주 캠퍼스 건립'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유기풍 총장은 지난달 29일 돌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장규 남양주캠퍼스 설립기획단장(대외부총장)도 유 총장에 앞서 28일 사퇴했다. 이들은 학내 갈등만 키워 놓고 결과적으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들이 사퇴하기 직전 본지는 '서강대 남양주 프로젝트 검토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서강대 법인이사회가 남양주
농협중앙회는 거대 조직이다. 조합원 수 235만여명, 자산은 약 400조원, 계열사만 31개. 임직원 수는 8만8000여명에 이른다. 대도시는 물론 전국 중·소도시 마다 농협하나로마트에는 서민들의 장바구니 행렬이 늘 줄을 잇는다. 기자도 가끔 ‘외조(外助)’ 한다며 이 대열에 합류했었다. 농협중앙회의 경제활동은 또 어떤가. 유통은 물론, 수출무역, 은행, 보험, 상호금융 등 국민경제에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부실기업 문제에도 관련이 있다. STX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곳이 바로 농협이다.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등 각종 선거마다 농협과 어떻게든 ‘선’을 대려는 정치꾼들의 기웃거림도 이런 어마어마한 ‘힘’을 의식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새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김병원 회장의 등장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영남세(勢)가 지배한 조직에서 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의 선출직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