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대리님보다 못한 금융투자사 사장

[광화문]대리님보다 못한 금융투자사 사장

배성민 증권부장
2016.08.27 10:15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XX금융투자에서 일하시는군요?”

“예, 반갑습니다”

“근데 뭐 하는 회사입니까? IMF때 없어졌다는 단자회사인가요? 아니면 고금리로 소액대출해주는 대부업체신가?”

최근 만난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이 모임에서 겪었던 당황스러운 경험이라며 들려준 대화의 한 토막이다. 투자은행, 금융투자회사, IB, 증권사 등으로 불리며 여러 일들을 하지만 고객들에게 ‘증권사는 아직 증권사일 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의 말에서 조금은 아쉬움도 묻어났다. ‘증권사 대리보다 금융투자사 사장이 더 대우를 못 받겠는데’라는 반농담과 간판 교체, 광고 등 십수억이 든 야심찬 개명이었는데 효과가 별로였나 싶어 본전생각도 난다는 말과 함께였다.

사업과 사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몸같은 존재다. 업(業)의 본질이 잘 반영된 사명일수록 더 좋다. 떠올리기 좋거나 뇌리에 박힐 정도의 기억이 남는다면 금상첨화다. 초등학교 시절 돼지저금통의 배를 가르며 들었던 첫 새마을금고 통장이나, 취직 후 첫 월급이 들어온 통장 같은 것에 대한 기억이 강렬한 것처럼.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접하게 되는 시기가 더 느린게 보통이다. 대학생들의 모의투자대회가 있고 어린이펀드 등이 있지만 말이다. 처음 경제관련 취재를 맡았을때 '월급받아야 하니 은행통장은 있을 테고 주식은 매매해 봤나'라는 질문을 선배 기자들에게 받곤 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 증권사를 가는 것은 주식을 사거나 팔려는 거래 경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펀드에 가입했던 것은 증권사보다는 은행을 통한 기억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조금씩 바뀌어, 지점없는 증권사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는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지점이 없어야 돈이 벌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또다른 자리에서 만난 한 증권사 사장은 “중소형 증권사는 지점에서 쓰는 비용은 지점만 없애도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했는데 실행에 옮기고 보니 그 예상이 거의 맞았다”고 했다.

이처럼 시대가 변하며 사정이 달라졌다. 잦은 매매를 권유하며 수익을 올리던 브로커리지에 치중하던 회사들은 조금씩 기울어가고 있다. 업계 최다 지점 보유 경쟁같은 것은 옛 이야기가 돼 버린지 오래다.

상반기 증권사 순익만 봐도 부동산금융이나 IB(투자은행), WM(자산관리) 등 특화된 강점이 있는 회사들이 돋보였다. 증권 고유의 업무에 그야말로 충실했다고 할 수 있는 '고객 약정을 가지고 매매를 유도'하는데 강점이 있던 회사들의 후진도 두드러졌다.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을 정책목표로 내건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대형사 사장단을 향한 일침(8월19일 간담회)도 그래서 나왔다는 분석이 있다. 임 위원장은 증권사 사장들에게 '다른 부처나 은행권역에서 견제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증권사 대형화의 여건을 만들어주는데 결과가 아직은 실망스럽다'라는 경고사인을 보낸 것이라는 후문이다.

금융사의 건전성을 책임지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담당 임원들에게 파생결합상품(ELS) 자체헤지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줄 것을 25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조 ~ 4조원까지 덩치를 불려놓고 정작 하는 일은 대체투자라곤 하지만 부동산 관련 투자나 ELS 돌려막기 정도라는 것에 대한 질책도 담겨있다. 증권사가 투자은행이 아닌 작은 은행 역할에 만족하려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한 것이다. 은행이 대기업에 전통적인 대출을 해 준다면 증권사는 금리를 좀더 받는다는 차이만 있을뿐 사실상의 대출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는다.

금융투자사 사장에게 20년전 도태된 단자사냐고 묻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면? 화려한 학력을 가진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금융투자업을 한다고 몸집을 불린 증권사들이 할 일이 여전히 많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배성민 논설위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배성민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