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북한 핵 위협은 한국 스스로 지켜야

[광화문]북한 핵 위협은 한국 스스로 지켜야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6.09.13 06:05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동북아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논란을 아우르는 한반도 위협의 본질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엔 안보리까지 즉각 나서 북한 핵실험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그렇게 간단치 않아 보인다.

서방국가들은 특히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 모델을 북한에도 적용해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이후 핵탄두 1900여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4년 12월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미국, 러시아, 영국, 우크라이나 대표들이 모여 이른바 '부다페스트 협정'을 체결한다. 이 협정은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과 러시아, 영국이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독립과 영토 주권에 대한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우크라이나는 나중에 중국과 프랑스와도 같은 협정을 맺으며 세계 5강으로부터 정치적 독립과 영토 주권의 안전을 약속받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한 대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2014년 3월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한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 명분은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 보호였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친 러시아 성향 정권이 무너지자 러시아의 통제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속셈이었다.

영토 주권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던 부다페스트 협정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자국 이익을 위해 러시아는 핵무기가 없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사실상 자국 영토로 만들어 버렸다. 미국과 영국도 러시아와 전쟁까지 벌이면서 부다페스트 협정을 지킬 이유가 없었다. 이 일련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핵무기'가 조연으로 등장해 오직 힘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은 채 벌어진 유일한 국가 지도의 변경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렇다보니 정치권 일부에서는 한국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핵은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우선 NPT부터 탈퇴해야 하는데 이후 국제사회가 모두 한국에게 등을 돌릴 것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도 2003년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당장 미국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미국은 사드의 작전 통제권조차 한국에게 주지 않고 있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미국은 한반도에 핵 위협이 실제 상황으로 벌어지면 괌의 공군기지에서 B1B, B52, B2 같은 전략 핵 폭격기를 한반도로 출격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들 전략 핵 폭격기는 한국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12일 한반도에 이들 전략 핵 폭격기를 전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괌 공군기지의 강풍으로 이 계획은 최소 24시간 이상 연기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독자적 핵 무장론, 전략 핵 폭격기 출격 지연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결국 한반도 핵의 불균형 문제를 한국 스스로 어떻게 풀 것이냐는 점이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사드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이제라도 북한 핵 위협을 막을 다양한 방법론들이 충분히 논의되야 한다. 그렇게 정한 중장기 안보정책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힘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아무도 그걸 대신해주지 않는다. 북한은 앞으로 소형화에 성공한 실전용 핵탄두를 가지고 더욱 핵실험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이 너무 늦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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