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4월, 1960~70년대 반공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사건이 대한민국 군대에서 발생했습니다. 공군 소속 한 부대에서 병사 2명이 부하 사병에게 전기를 이용한 가혹행위, 일명 '전기고문'을 한 혐의로 구속된 것입니다.
구속된 고참 병사들은 내무반에서 휴식시간에 부하 사병에게 한 TV 개그프로그램을 흉내내도록 한 뒤 이를 잘하지 못하자 220V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신체에 접촉시키는 등의 가혹행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신종 가혹행위'로 불리며 군대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한 해전인 2005년 논산훈련소 인분사건과 GP(전방감시초소) 총기난사 사건으로 군내 가혹행위 문제가 논란이 일었던 터여서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그리고 9년 뒤인 2015년 4월, 인천의 한 특전사 부대에서 선임 병사들이 일처리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후임 병사에게 전투시 사용되는 전화기의 전선 끝부분을 양손으로 잡게 하고 전류를 흘려보내는 '전기고문' 사건이 적발됐습니다. 군 내부 조사결과 가해 병사들은 석달간 무려 12차례의 전기고문과 유사한 가혹행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한 해 전인 2014년에도 육군 특전사에서 전선을 입에 물게 한 전기고문 사건이 적발됐던 점을 감안하면 군내부에선 여전히 전기고문과 같은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계속돼 온 것으로 보입니다.
군대내 구타나 가혹행위는 창군이래 근절되지 않고 계속된 악습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군대내 구타는 원래 일본군대에서 있었던 것이 한국에까지 옮겨져 온 폭력적 '병영문화'라고 합니다.
과거 일본군에선 장교들이 하사관들을 구타하고 하사관들은 사병을 때리는 악습이 이어져 왔답니다. 물론 사병들 간에도 선임병이 후임병을 구타하는 게 만연돼 왔고 이를 군내에서 묵인해 온 것이죠. 구타(毆打)라는 한자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군 창군때 이들 일본군 출신 장교와 하사관들이 포함됐고 이들을 통해 구타나 가혹행위의 악습이 고스란히 전달돼 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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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선 머리 박기와 정강이뼈를 군홧발로 차는 속칭 '조인트까기'는 기본이고 선임자의 기분에 따라 후임자들을 구타하는 '줄빳다'도 있습니다. 잠 안재우기와 군내 '왕따'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입니다.
심지어 고참 사병들이 갓 전입온 소대장이나 하사관을 길들이는 일들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최근엔 한 정치인의 아들이 군대에서 후임병을 폭행하고 심지어 성추행한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구타와 가혹행위는 과거 전투경찰이나 의무경찰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군대내 구타나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감추기와 함께 미약한 처벌을 듭니다. 실제 앞서 사례를 든 2015년 4월 인천 특전사 전기고문 사건의 주범인 두 병사에게 군사법원은 최근 각각 200만원,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는데 그쳤습니다.
2명의 사망자와 1명의 중상자가 발생한 2014년 9월 '특전사 포로체험 질식사 사건'에서도 군사법원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훈련장교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죽거나 다친 군인은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책임지는 이는 없는 셈이죠.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군사법원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일부 '모병제'에 대한 의견도 있지만 여전히 한국군은 '징병제'가 기본입니다. 생계유지가 곤란하거나 실형을 받은 경우를 비롯해 면제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성인 남성은 군대를 가야 합니다.
군에 입대한 우리의 형제와 자식들이 참담한 사건으로 비극적인 상황을 맞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도 존재해 있는 군내 여러 잘못된 인식과 문화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