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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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1년 4월2일, 일본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고 있는 후쿠오카 돔. 무장한 북한 특수부대원 9명이 순식간에 경기장을 장악하고 약 3만명의 관중을 인질로 삼는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일본 정부는 우왕좌왕한다. 그 틈을 타 484명의 북한 특수부대가 특수침투용 수송기를 타고 추가로 후쿠오카에 도착한다. 스스로 '고려원정군'이라고 밝힌 북한 군인들은 인질을 무기 삼아 후쿠오카 전체를 점령한다. 북한은 이들을 '반란군'이라고 칭하며 선을 긋는다. 오랜 평화 속에 유약해진 일본 시민들은 북한 특수부대에 맞서 싸울 엄두도 못 낸다. 일본 정부는 후쿠오카를 봉쇄하고 규슈 전체의 교통을 차단한다. 그리곤 오사카 지방경찰의 특수부대를 동원해 진압 작전에 나서지만 대실패로 끝나고 만다. 후쿠오카 시민들은 무능한 중앙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 오히려 부자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북한 특수부대에 환호한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의 초반 내용이다. 동북아시아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북한 특수부대의 전력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대한민국은 전세계 10위권이라는 큰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지닌다. 인구가 5000만명 정도에 불과해 내수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부족한 내수를 대신해 수출 산업 중심으로 발전하다보니 해외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해 대외 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게 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하게 올 경우 그 어떤나라보다 심한 몸살을 앓게 된다. 아시아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슬러 올라가 오일 쇼크 때에도 우리 경제는 파도 위에 올라탄 배처럼 풍파를 겪었다. 최근엔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의 수출 대상국 1,2위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극한의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용인하면서 사이 좋게 지낼때 한국 경제는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자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미국은 아니나 다를까 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냈다.
전세계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고율 관세 등 수입 제한 조치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는 나라들이 많다. 국경을 걸어 잠그는 조치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중국이 과잉생산해 밀어낸 저가 제품들이 각국의 산업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산 저가 제품을 정부가 나서 수입하겠다는 나라도 있다. 자국 기업들이 '안된다'고 아우성이지만 강행할 태세다. 우리 정부는 급등한 건설 공사비 안정화 대책으로 중국산 시멘트 수입 카드를 꺼냈다. 민간이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한다면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달초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2021년 톤당 7만8800원이었던 국내 시멘트 가격은 수차례 인상을 거쳐 현재 11만2000원으로 42% 넘게 올랐다. 시멘트값이 오르면서 이를 주원료로 쓰는 레미콘 가격도 2021년 6만7700원에서 현재 9만3700원까지 약 39% 상승했다. 시멘트 생산 비용에서
헐벗은 민둥산을 되살리려면 나무를 심고 가꿔야 한다. 하지만 그 나무도 언젠가는 수명을 다한다. 울창한 삼림을 유지하는 방법은 또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이다. 푸르름을 유지하려면 항상 멀리 내다보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경제라는 산을 울창하게 만든 삼성전자라는 나무가 위기를 겪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AI(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이 더뎠기 때문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기지만 다른 그룹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승승장구한다. 2010년 5월 삼성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이차전지, 태양광 등 미래 신수종사업 5개를 발표한다.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고 이건희 회장이 선택한 새로운 나무들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정한 다음 삼성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맨바닥에서 시작한 삼성 바이오사업의 성장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2011년 5월 인천 송도에 첫 공장건립 삽을 떴고 2018년까지 3개 공장을 가동했다. 2023년엔 단일공장 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주인공 안나의 오빠 스티바 오블론스키는 19세기 중반 러시아를 사는 자유주의자다. 오블론스키가 자유주의(liberalism)를 선호하는 것은 자유주의가 합리적이라는 신념 때문이 아니다. 자유주의가 그의 생활방식에 더 어울리고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의 묘사처럼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최우선에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편안한 것을 더 좋아한다. 합리와 이성은 어쩌면 '편안'이라는 상태에 도달하려는 과정일 때 가치가 있다. 편안한 상태는 불편과 불안이 없는 상태이다. 불편을 줄이거나 없애려는 의지는 모든 발명의 원동력이 됐다. 돈이 많으면 좋은 것도 그게 있으면 편하기 때문이다. 자연 현상이 기존 지식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때 생기는 불편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존재를 설정하기도 한다. 우리 안에서는 불안을 느낄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개혁이 실
글로벌 키워드 검색광고업체 오버추어(Overture),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기업 고폴고(GoPollGo), 이미지관리 프로그램 개발사 피카사(Picasa).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 기업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벤처 대부'로 불리는 빌 그로스가 1996년 세운 '아이디어랩'에서 탄생하고 매각된 벤처기업이라는 점이다. 고투닷컴(GoTo.com)으로 출발한 오버추어는 2003년 야후가 16억달러에 인수했고 피카사와 고폴고는 각각 구글(2004년)과 야후(2013년)가 사들였다. 아이디어랩은 이들 기업 외에도 최초 온라인 자동차 판매 플랫폼 카스디렉트(Carsdirect)를 비롯해 29년간 수많은 벤처기업을 배출했다. IPO(기업공개)와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사례도 수십 건에 달한다. 아이디어랩은 연쇄창업가이기도 한 그로스가 다양한 혁신기술과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만든 회사다. 해외에서는 이런 기업들을 '컴퍼니빌더'(Com
테슬라가 10일 저녁 7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1시)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워너브러더스 영화스튜디오에서 '위, 로봇'(We, Robot)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어 로보택시를 공개한다. 이번 행사는 테슬라가 미래 자동차 기술을 선점한 혁신기업으로 인정받느냐, 그저 그런 자동차회사 중 하나로 전락하느냐가 결정되는 분기점이 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2가지로 개발된다. 첫째는 알파벳의 웨이모를 비롯해 테슬라의 대부분 경쟁업체가 채택한 라이다(LiDAR) 탑재방식이다. 라이다는 레이저로 사물을 인식해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다. 라이다는 카메라나 레이더보다 사물을 더 정확히 인식하고 거리를 측정해 자율주행의 안정성을 높인다. 반면 라이다를 장착하면 자동차가 무거워지고 가격이 비싸지는 단점이 있다. 둘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로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AI(인공지능) 신경망에만 의지한다. 사람처럼 눈(카메라)과 두
# 미국에서 적대적 M&A(인수합병)가 등장한 게 50년 전이다. 김화진 서울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이사회 경영'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1974년 캐나다의 니켈회사 잉코(Inco : International Nickel Company)가 필라델피아 소재 배터리 제조회사 ESB를 적대적으로 인수한 게 첫 사례다. 공격을 당한 ESB 경영진이 잉코의 행위에 대해 '적대적(hostile)'이란 단어를 사용한 게 '적대적 기업인수(hostile takeover)' 용어로 정착됐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역사적인 '쩐(錢)의 전쟁'이 펼쳐진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다. 공개매수, 방어적·대항적 공개매수 매수 등 M&A의 기본 전술이 구사된다. 금액, 시기 등을 둘러싼 전략 대결도 펼쳐진다. 소송 등 법적 공방과 여론전은 양념이다. 당사자들에겐 피 말리는 싸움이지만 관전자에겐 이만한 흥밋거리도, 공붓거리도 없다. 자사주 공개 매수 관련 법적 근거 논란이 일단락되니 취득 규모가
"부양은 없다"(노무현정부(또는 참여정부)), "증세는 없다"(박근혜정부) 2000년 이후 역대 정부 중 노무현정부와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을 거칠지만 함축하는 구호들이다. 이명박정부와 문재인정부도 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겪는 비상시국으로 온갖 대책을 쏟아내야할 시기였기에 일단은 미뤄두자. # 노무현 대통령은 전임 김대중정부 당시 내수경기진작(신용카드 남발) 등의 반짝 효과에 이은 깊은 생채기를 경험하면서 정부 출범 때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때문에 당시 청와대 참모회의를 비롯해 여러차례에 걸쳐 경기부양책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심지어 노 대통령이 뱃사람들이 여신 세이렌의 노래에 홀려 침몰하자 오딧세이가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그 유혹을 뿌리쳤다는 그리스 신화(호머의 서사시 오딧세이아)를 인용(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노무현이 우리들과 나누고 싶었던 9가지 이야기')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관료들과 참모들의 선택은 손발이 묶일
위기 없는 기업은 없다. 그 원인이 밖에 있을 때도 있고, 안에 있을 때도 있다. '내우외환'을 겪을 때도 있다. 위기를 극복하면 위대한 기업으로 남고, 못 하면 사라진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던 해인 2014년 매출 206조원, 영업이익 25조원에서 2022년 매출 302조원, 영업이익 43조원을 찍으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매출 259조, 영업이익 6조5000억원으로 추락했다가 올 상반기 매출 145조원, 영업이익 17조원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타는 업종 특성상, 한 시점의 실적을 놓고 삼성전자가 '위기의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던 과거의 삼성에 비하면 '삼성의 위기'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2021년 9만8000원까지 갔던 주가가 6만원 초반에서 머무는 게 그 증거다. 위기의식을 드러낸 한 사례가 핵심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수장 교체다. 잘 하고 있는 장수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주식시장의 온 신경이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로 쏠려 있다. 상장사들의 하반기 실적이나 글로벌 경제,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금리정책처럼 체크해야 할 이슈들은 많지만 순위가 밀린다. 금투세의 무게감이 큰 것은 단순한 세금문제가 아니라 자산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금투세가 일부 큰 손과 대주주에 국한된 이슈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식투자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금투세 블록체인에 묶여 있다. 직장인이건 자영업자건, 가정주부건 학생이건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다. 경제는 이미 블록체인처럼 영향을 주고 받는 구조로 전환했고 나비의 날개는 더 커졌는데 정작 이에 대한 분석이 너무 미진하다. 금투세 논란에서 아직 거론되지 않은 문제들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다. 스타트업들은 최근 돈맥경화로 고사하기 직전이고,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좀비상태가 된 지 2년 이상 지났다. 보통 스타트업 기업은 투자유치와 매출확대로 몸집을 키우
기아 대리점에서 현대차의 그랜저를 팔지 않는다고 화를 낼 사람이 있을까. 대출받으러 은행에 간다면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내주는데 KB국민은행이 내주지 않는다면 '왜 너희는 대출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아파트 등 신규 분양 아파트다. 현재 기준이라면 둔촌주공 아파트 전세 세입자는 아무 은행에 간다고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 최근 대형은행 대부분이 집주인이 바뀌는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했다. 하지만 둔촌주공 같은 신규 분양 아파트를 두고 해석이 다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집주인이 분양대금을 완납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만 세입자에게 전세대출을 내준다. NH농협은행은 분양대금만 완납하면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하지 않아도 세입자에게 돈을 빌려준다. 신한은행은 신규 분양 아파트에는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 방안을 적용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