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마리의 유기동물 이야기
유기동물들의 아픔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버려진 동물들의 구조, 입양, 회복 과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따뜻한 변화를 함께 느껴보세요.
유기동물들의 아픔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버려진 동물들의 구조, 입양, 회복 과정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따뜻한 변화를 함께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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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7일. 버려진 갈색 강아지가 살 수 있는 건 원래대로면 그날까지였다. 허용되었던 공고 기한은 고작 13일. 그러니까 그 안에 누군가에게 입양되지 않으면, 아마 안락사될 확률이 높은 유기견의 삶. 버려졌고, 대구 수성구청에서 발견된 이 작은 갈색 강아지도 그걸 아는 듯했다. 보호센터 케이지 안에서의 표정은 무척 긴장돼 있었으니까. 몸은 잔뜩 움츠러들었고, 귀와 꼬리는 축 처져 있고, 눈은 동그랗게 뜬 채로 바라보았으니. ━'머루'가 세상을 떠나고…대구 유기견 보호소에서 처음 만난 갈색 강아지━그 무렵, 유지 씨의 가족은 힘듦을 겪고 있었다. 가족이었던 '머루'를 떠나보내서였다. 검은 닥스훈트였던 머루는 학대 의심을 받았었고, 성대 수술까지 했었다. 유지 씨 가족은 머루를 데려와 기다려주었었다. 목소리도 안 나던 아이가 눈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금방 적응해주었고 화장실도 잘 가려주었다. 산책도 아침저녁으로 두세 시간씩 다니고,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3년을 키우던
까미와 콩이를 만난 2017년, 수빈씨는 유독 힘들고 지치는 시간을 보냈다. 마음 둘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나를 놔버리고 싶진 않았다. 이 복잡한 마음을 대체 어찌할까 싶었다. 그때 반려동물에 눈이 갔단다. 키우고 싶단 게 아니라, 몰랐던 존재를 알게됐단 의미다. 집에서 머지 않은 곳에 유기동물 보호단체인 '행동하는 동물사랑(이하 행동사)' 입양을 위한 보호소인 '입양뜰'이 있었다. 여기서 봉사하기로 했다. 엉킨 마음을 정리하며, 잘 몰랐던 존재를 배우리라 맘 먹었다. 매주 주말이면 봉사를 갔다. 아이들은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몇몇은 미용을 못해 부스스하기도 하고, 경계하느라 짖기도 했다. 의외로 수빈씨에겐 다 괜찮았다. 새로운 존재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귀하고 소중해졌다. 날이 갈수록 심경이 복잡해졌다. 이 아이들과 가족이 되고 싶단 생각이 늘어가서였다. 봉사를 오갈 때마다, 예쁘고 안타깝고 수많은 감정이 들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함께해 본 경험도 없지 않냐며
"땅콩아, 바람 쐬니까 좋아?" 2019년 봄, 밀양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나온 땅콩이는 집으로 가고 있었다. 땅콩이를 데려가던 이는 신혼부부였다. 임시보호(이하 임보)를 하는 거였다. 두 사람은 땅콩이가 차에서 헥헥거리는 걸 보고 창문을 살짝 열어줬다. 살랑살랑대던 봄바람을 맞은 땅콩이는 기분이 좋은듯 활짝 웃었다. 바깥에서 나는 수많은 냄새들이 신기했는지, 이리 시원한 바람이 처음이었던 건지. 밀양시 보호소에선 그렇게 무표정하던 아이가, 고작 창문 틈새 바람에 세상을 다 가진 것마냥 웃는 걸 보고, 보호자들은 울컥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정말 내가 널 임보하는 동안엔 큰 사랑을 줄게.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많이 놀러다니자.' ━임보하다 평생 가족으로…"표정부터 달라졌어요"━땅콩이를 임보하게 된 건 눈에 자꾸 아른거려서였다. 우연히 유기견 단체 카페에서 땅콩이 사진을 본 뒤, 자꾸만 생각났다. 땅콩이가 미용을 한 뒤 버려진 것 같다고 했다. 임보하기로 결정한 날, 땅콩이를 데리러
한 강아지가 있었다. 털이 하얗고 순하게 생긴 친구였다. 그러나 주인에게 방치돼 있었다. 털은 꾀죄죄했고, 밥도 잘 못 먹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때론 발로 채이거나, 욕을 듣거나, 돌을 맞기도 했다. 그 강아지에겐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누군가 잡아 먹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어느 날부터, 강아지가 안타까워 돌보는 이가 생겼다. 그는 항상 강아지에게 다가와 밥과 물을 챙겨주고 사랑으로 보살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가족이 생겼다━ 돌봐주던 이는 강아지를 구조했다. 그리고 새 가족을 만날 때까지 임시로 강아지를 보호해주는 이도 있었다. 강아지는 처음으로 따뜻한 집에서 밥을 먹었다. 임보자는 강아지가 아프지 말라고 예방접종도 해주고, 함께 산책하는 법도 알려줬다. 방치가 아닌 보호의 시간이 이어졌다. 강아지에게도. 그리고 강아지에게도 새 가족이 생기게 됐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가족이,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한 거였다. 코로나19로 이동 봉사자를 찾지 못
2013년,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진도믹스 강아지가 발견됐다. 털이 하얗고 수컷이었고 고작 1살로 보였고 다친 상태였다.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왼쪽 앞발의 발가락 2개가 없었다. 다행히 구조돼 경기도 파주에 있는 '행동하는동물사랑' 유기견 보호소로 갔다. 그곳에선 멍군이라고 불렸다. 녀석은 보호소 생활이 그리 길어질줄 몰랐다. 공고 기한인 2013년 7월 20일도 훌쩍 넘기고, 그러고도 자그마치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15kg의 대형견이라, 아무래도 입양이 더 쉽지 않았다. 하루 한 번 사료를 먹고, 흙먼지를 마시며 2000일이 넘는 시간을 버텼다. 흙바닥이 집이고 놀이터고 화장실이었다. 어떤 날은 펜스 사이 작은 틈으로 나가보겠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막히기 일쑤였다. 그나마 따스한 햇살에 누울 수 있는 날이 자그마한 위로였다. ━운명처럼 보호자와 만났다━신려정씨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했다. 특히 개를 좋아했다. 가족으로 맞고 싶었지만, 늘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
2020년 7월 19일, 크림이가 처음 엄마 보호자와 만난 날. 녀석은 엄마 품에 들어오는 것처럼 보호자에게 쏙 안겼다. 보호자는 그때 '콩콩'하고 두근거리던 크림이의 심장 소릴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말없이 주고 받은 마음이 이런 것 같았단다. "크림아, 내가 네 엄마야." "저도 이제 엄마가 생겼나봐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크림이 엄마 보호자는, 원래 아이들(앨런, 알리샤)이 어느정도 크면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유기견을 가족으로 맞은 이유가 있었다. "생명이 있는 아이를 돈 주고 사는 게 싫었어요. 번식장 문제도 잘 알고 있었고요." 가족으로 맞을 유기견을 찾았다. 경상도 작은 시골에 유기견 보호소가 있었다. 그곳엔 200여마리의 버려진 개들이 있었고, 때가 되면 안락사를 시켰다. 거기에 너무 예쁜 아이가 있었다. 그게 크림이었다. 가족들 모두 크림이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 아이가 우리 가족이구나' 싶었다. 입양 신청서를 냈고, 까다로운 심사도 거쳤다. 이어 크림
가수 김희철씨가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짜 솔직한 말로, 전문가들은 초보 애견인에게 유기견을 절대 추천 안 한다"고. 버려진 상처가 있으니, 사람에게 적응하는 게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유기견은 마치 반려하기 힘든 것처럼 편견을 조장할 수 있어, 동물보호단체를 포함해 많은 반려인들 사이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유기견을 입양하려다가도 꺼릴 수 있고, 대신 번식장의 고통과 연관된 펫샵으로 향하게 할 수 있어서였다. 영향력 있는 이의 발언은 무서운 것이므로. 이에 조금은 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유기동물을 입양해 소중한 가족으로 맞았고, 또는 가족으로 함께하다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지켜준 이들의 실제 이야기 말이다. 틈틈이, 느슨하게, 사연을 받아 취재한 유기동물 89마리를 연재글로 담을 예정이다. 읽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가면 자연스레 좋아질테니까. 그렇게 지금도 길을 떠돌거나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을, 어떤 존재에게도 평생 함께할 가족이 생기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