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마리의 유기동물 이야기 - 여섯번째, 까미와 콩이] 마음 힘들 때 행동사 입양기관서 봉사하다 홀딱 반해…만지고 싶고 예뻐 죽겠는 마음 참으며 신중히 입양 결심…"어느 순간 우리 가족 모두가, 위로와 행복 받고 있더라고요"

까미와 콩이를 만난 2017년, 수빈씨는 유독 힘들고 지치는 시간을 보냈다. 마음 둘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나를 놔버리고 싶진 않았다. 이 복잡한 마음을 대체 어찌할까 싶었다.
그때 반려동물에 눈이 갔단다. 키우고 싶단 게 아니라, 몰랐던 존재를 알게됐단 의미다. 집에서 머지 않은 곳에 유기동물 보호단체인 '행동하는 동물사랑(이하 행동사)' 입양을 위한 보호소인 '입양뜰'이 있었다. 여기서 봉사하기로 했다. 엉킨 마음을 정리하며, 잘 몰랐던 존재를 배우리라 맘 먹었다.

매주 주말이면 봉사를 갔다. 아이들은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몇몇은 미용을 못해 부스스하기도 하고, 경계하느라 짖기도 했다. 의외로 수빈씨에겐 다 괜찮았다. 새로운 존재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귀하고 소중해졌다.
날이 갈수록 심경이 복잡해졌다. 이 아이들과 가족이 되고 싶단 생각이 늘어가서였다. 봉사를 오갈 때마다, 예쁘고 안타깝고 수많은 감정이 들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함께해 본 경험도 없지 않냐며,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며 애써 맘을 가라 앉혔다.

이리 고민 가득한 봉사를 이어가던 어느 날, 까미와 콩이를 처음 만났다. '까미'는 까만 바둑이, '콩이'는 갈색 바둑이였다. 당시엔 한 살이었고, 같은 배에서 나온 걸로 추정되는 '형제 멍멍이'였다. 이들을 처음 만난 기분에 대해 수빈씨는 이렇게 말했다.
"홀딱 반해버렸죠. 정말 애정 가득한 마음이 넘쳐나서 주체를 못하겠더라고요."
2016년에 태어나 버려졌고, 이듬해 따스해지던 봄에 어느 절에서 발견된 두 강아지들. 유기견이라 '공고기한'이란 게 있었고, 특이사항엔 '겁이 많음'이라 적혀 있던 까미와 콩이. 원래 있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뜰'에 일정 기간 와 있으며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기다리던 작다란 두 바둑이들.

그랬기에 수빈씨는 두 멍이들이 예쁠수록 조심스러웠다. 책임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괜한 애정으로 힘들게 하면 안 된단 생각이었다. 진심으로 두 강아지를 좋아했기에, 혹여나 상처를 줄까봐 그리 조심한 거였다.
그래서 까미와 콩이를 만지고 싶은 걸 조심하고, 예뻐죽겠는 마음을 감춰보려고도 했단다. 최선을 다해 마음을 주지 않아보려 노력했다.

그러다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는 계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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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와 콩이는 결국 '입양뜰'에서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흙바닥이 있는, 원래 있던 유기동물 보호소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다 피부가 좋지 않았던 까미가 홀로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게 되었다.
세상에 나와 숨이 시작될 때부터 늘 함께 였던 까미와 콩이. 그래서인지, 콩이는 까미가 없어지자 기운을 잃고 무척 힘들어했다.

홀로 가족을 찾기 위한 '입양 캠페인'에 온 콩이는 신발장에 숨어들었다. 의자 밑에 몸을 말고 힘들어했다. 그런 콩이를 보며 수빈씨는 마침내 결심을 하게 되었단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애들을 이렇게 두면 안 될 것 같다'고. 오래 참고 눌렀던 애정어린 마음이, 끝내 가족이 돼야겠단 결심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뒤에도 수빈 씨의 가족은, 새로운 가족을 맞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현실적인 걱정이 섞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매우 당연하고 건강한 과정이었다"고 수빈씨는 회상했다. 그런데 가족 모두 '평생의 책임'에 대해선 고심했으나, 그 누구도 그 외의 것을 따지진 않았다.
그걸 깨달은 수빈씨는 확신했다. 깜콩이와 가족이 되어도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고. 고급 사료, 멋진 장난감을 못해주더라도 우린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고.

그렇게 수빈씨와 까미·콩이는 가족이 되었다. 처음엔 힘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사료 냄새도, 영 적응되지 않던 배변 냄새도, 계속 빠지는 털도, 누군가의 발소리에 짖는 소리도, 꾸준히 나가야하는 산책도. 수빈씨와 가족들은 어렵고 낯선 것들 투성이었다.

힘듦을 오롯이 지워준 건 까미와 콩이였다. 수빈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신기한 건, 까미와 콩이 눈을 마주하고 그 몸을 어루만져주다 보면 그 힘든 것들이 점점 지워지더라고요."

여기저기 매번 물어보고 상담하며 차츰 줄여나갔다. 머리로만 이해하려던 것들을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니 사료 냄새가 아닌 좋은 성분인지 좋아하는 맛일지를 보게되고, 패드에 야무지게 배변하는 게 기특했다. 심하게 빠지는 털은 다시 자라는 게 맞겠지 싶고, 발소리에 짖을 땐 아빠 온 거 알았구나 싶었다. 그리고 '산책 한 번이 널 이렇게나 웃게 만드는구나', 그리 되었다.

까미와 콩이를 만나고 알게된 가장 중요한 배움이었다. 기다림을 통해 가장 값진 걸 얻을 수 있다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고. 그렇게 수빈씨는 살아가며 몰랐을 많은 것들을, 까미와 콩이를 통해 배우고 깨닫게 됐다.

수빈씨가 결혼한 뒤엔, 까미와 콩이는 수빈씨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신랑도 연애 때부터 까미와 콩이를 챙겨주고 예뻐해줬다. 깜콩이와의 삶을 너무 당연하게 시작해준 신랑이, 수빈씨는 너무 고맙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까미와 콩이에게 위로와 행복을 받고 있더라고요. 앞으로 함께할 순간이 더 많은 것에 감사하려고 해요. 저와 가족들은 까미와 콩이의 엄마, 아빠, 누나, 엉아가 될 수 있어 너무 행복할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