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마리의 유기동물 이야기 - 두번째, 크림이]

2020년 7월 19일, 크림이가 처음 엄마 보호자와 만난 날. 녀석은 엄마 품에 들어오는 것처럼 보호자에게 쏙 안겼다. 보호자는 그때 '콩콩'하고 두근거리던 크림이의 심장 소릴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말없이 주고 받은 마음이 이런 것 같았단다.
"크림아, 내가 네 엄마야."
"저도 이제 엄마가 생겼나봐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크림이 엄마 보호자는, 원래 아이들(앨런, 알리샤)이 어느정도 크면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유기견을 가족으로 맞은 이유가 있었다. "생명이 있는 아이를 돈 주고 사는 게 싫었어요. 번식장 문제도 잘 알고 있었고요."
가족으로 맞을 유기견을 찾았다. 경상도 작은 시골에 유기견 보호소가 있었다. 그곳엔 200여마리의 버려진 개들이 있었고, 때가 되면 안락사를 시켰다. 거기에 너무 예쁜 아이가 있었다. 그게 크림이었다. 가족들 모두 크림이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 아이가 우리 가족이구나' 싶었다.

입양 신청서를 냈고, 까다로운 심사도 거쳤다. 이어 크림이는 중성화 수술을 하고 예방 주사를 맞은 뒤 친구 도움으로 미국에 왔다.

크림이네 집엔 아홉살 아이가 있었다. 둘은 금세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아이가 학교에 갈 땐 함께 걸음을 맞추고, 돌아오면 반갑다며 꼬릴 흔들며 핥아줬다. 아이가 울거나 다치면, 크림이는 눈이 뒤집어지도록 달려와 감싸줬다. 마치 형이 자기 새끼인 것처럼, 애틋하게.

아이는 연기를 잘했다.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아역 배우 앨런 킴이다. 그리고 슬픈 장면을 찍을 때면, 크림이를 생각한단다. '우리 크림이가 아프면', '우리 크림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렇게 말이다. 그러면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고 했다. 앨런이 크림이를, 또 크림이가 앨런을, 서로 얼마나 생각하는 건지.
영화 <미나리>가 흥행한 뒤엔 앨런과 크림이가 같이 인터뷰도 많이 했다. 크림이 이 녀석, 카메라 욕심도 있고 촬영 분량 탐내고 적극적이란다. 앨런 옆에 꼭 붙어 안 떨어지고, 친한척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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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이가 버려졌던 아이라 다른 점은 없다고 했다. 천성이 착하단다. 엄마 보호자는 "강아지를 30년 넘게 키워봤는데, 크림이처럼 똑똑한 아이는 처음 본다"고 했다. "유기견들이 또 버려질까봐 잘 보이려고 착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땐, 엄마 보호자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크림이는 관리 받는 걸 좋아한다. 발톱을 자를 때, 털을 깎을 때는 곤히 잠든다. 씻는 것도, 양치질 하는 것도 좋아한다. 모르는 이가 집에 와도 짖지 않는다고. 화장실 훈련도 정말 잘한다.

크림이 엄마 보호자는 "유기견이라 다른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 다 같은 사랑스런 생명체"라고 했다. 이리 예쁜 아이를 왜 버렸을까, 그런 생각조차 잊었다고 했다. 앨런네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더 많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