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마리 유기동물 이야기 - 일곱 번째, 밤비] 작고 말라 부서질 듯해 안기도 두려웠던 아이, 첨 보는 사람에게도 안겨 코 골며 잘 만큼 맘 편해져…"밤비야, 네가 최고란 걸 꼭 알아줬으면…우린 너와 끝까지 함께할 거야"

2020년 4월 27일. 버려진 갈색 강아지가 살 수 있는 건 원래대로면 그날까지였다. 허용되었던 공고 기한은 고작 13일. 그러니까 그 안에 누군가에게 입양되지 않으면, 아마 안락사될 확률이 높은 유기견의 삶.
버려졌고, 대구 수성구청에서 발견된 이 작은 갈색 강아지도 그걸 아는 듯했다. 보호센터 케이지 안에서의 표정은 무척 긴장돼 있었으니까. 몸은 잔뜩 움츠러들었고, 귀와 꼬리는 축 처져 있고, 눈은 동그랗게 뜬 채로 바라보았으니.

그 무렵, 유지 씨의 가족은 힘듦을 겪고 있었다. 가족이었던 '머루'를 떠나보내서였다.
검은 닥스훈트였던 머루는 학대 의심을 받았었고, 성대 수술까지 했었다. 유지 씨 가족은 머루를 데려와 기다려주었었다. 목소리도 안 나던 아이가 눈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금방 적응해주었고 화장실도 잘 가려주었다. 산책도 아침저녁으로 두세 시간씩 다니고,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3년을 키우던 어느 날, 타인에 의해 머루에게 사고가 났다. 백방으로 알아봐도, 수술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머루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머루가 떠난 뒤 가족은 자책했다. 하루하루 죽을 것 같았다. 아버지는 우울증이 왔다. 머루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 그게 가족을 지독히 괴롭혔다. 유지 씨도 힘들어했다. 머루가 자신을 가장 좋아하고 따라다녔었기에.
하지만 그는 힘든 와중에서도 생각했다. 머루에게 다 주지 못한 사랑을, 힘들어하는 다른 유기견 아이에게 주겠다고. 계속 살리겠다고. 그럼 분명 머루도 하늘에서 좋아해 줄 거라고.
그렇게 유지 씨는 유기견 보호소를 돌아다니다가, 대구에서 갈색 강아지를 처음 만났다.

머루처럼 닥스훈트이고 암컷인 갈색 강아지. 버려진 충격 때문인지, 성대 수술을 의심할 정도로 조용하고 짖는 것조차 잊어버렸었던 강아지.
유지 씨는 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를 이리 회상했다. "작은 강아지가 멍을 때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어요. 한눈에 반해 대구 유기견 보호소로 데리러 갔지요." 갈색 털 색깔 때문에 보자마자 디즈니 영화의 꽃사슴 '밤비'가 생각났단다. 자기 눈엔 정말 꽃사슴 같았다고. 그래서 '밤비'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입양 의사를 밝히자, 담당자는 "이 강아지가 아프면 병원비를 얼마나 내어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유지 씨는 당연히 치료해 줘야 하는 걸 묻는 게 맘 아팠다. 별생각 없이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가, 아프면 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그럴까 싶어서.
그리 밤비는 유지 씨의 가족이 되었다. 집에 오던 날, 유지 씨는 너무 작고 마른 밤비를 차마 안지도 못했다. 부서질까 싶을 정도로 걱정되는 작은 아이여서였다.

처음엔 너무너무 얌전했다. 아기 같고 짖지도 않았다. 눈치도 많이 보고 어색해했다. 그래도 가족이 생겨 너무 좋은 눈치였다고. 유지 씨는 "'밤비가 마치 '이제 내가 살 집이구나'하고 아는 눈치였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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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 씨 가족이 밤비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단다. 기다려, 손 이런 것 다 안 해도 되니 건강하기만 해달라고. 너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그래서 아무 곳에나 변을 봤던 날에도 "밤비야, 이제 네가 편해졌구나"하며 예뻐했단다.
유기견이어서 상처가 많았을 밤비에게 계속 알려주는 중이었다. "밤비야, 사실은 네가 최고야. 그걸 꼭 알아주길 바라. 걱정하지마. 우린 절대 널 버리지 않아. 너의 마지막까지 꼭 함께할 거야." 그런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거였다. 사랑이었다.

그 사랑 덕분에 밤비는 무럭무럭 자랐다. 고작 4킬로여서 안기도 힘들었던 체구는, 잘 먹어서 7킬로까지 늘었다. 누워 있으면 '매미자석'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사람도 좋아하고 동물도 좋아하는, 사랑이 참 많은 친구란 걸 알게 되었다. 유지 씨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안겨 코 골면서 잘 정도"라며 "맘이 편해 보여서 뿌듯해요"라고 했다. 처음엔 그리 주눅이 들고 얌전하더니, 요즘엔 자기 할 말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고집쟁이가 다 되었다. 그 모습에 웃으며 지낸단다.

언니 껌딱지여서 어딜 가나 함께하게 된 밤비. 너무 착하고 밤늦게 작업할 땐 옆에서 꼭 지켜주는 아이(사실은 잠자는 거지만). 2021년 여름엔 제주에 가서 한 달 살이도 함께 하며 추억도 쌓았다고. 바다도 보고 운동도 하고 재밌었다고. 그리 밤비는, 유지 씨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유지 씨는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한단다. 너무 착한 머루가 떠나며 밤비와 이어준 게 아닐까 하고. "누나, 난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 이젠 밤비가 받았으면 좋겠어", 그러면서 말이다.
끝으로 밤비에게 하고픈 말이 있느냐고 묻자, 유지 씨는 이렇게 전했다.
"밤비야, 너는 건강만 해. 사랑해!"

에필로그(epilogue).
밤비 보호자 유지 씨가, 유기견을 가족으로 맞는 이가 많길 바라며 남긴 말.
유기견이라고 병에 걸렸거나 성격이 나쁠 거란 편견이 있지만 전혀 아닙니다. 그런 인식이 얼른 사라졌으면 해요. 밤비처럼 예쁘고 착하고 소중한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수의사인 아버지가 말씀해주셨어요. "경계가 많을수록 착하고 겁이 많은 아이"라고요.
배변 훈련, 새로운 가족과의 적응, 질병 등 걱정이 많으신 걸 압니다. 하지만 그건 유기견이라서가 아니라 한 생명이라면 당연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고요. 그 정도 책임도 없다면 생명을 키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의 인식이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유기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