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후드 대신, 쿼터집 스웨터 입어요" 미국 Z세대 새 패션 코드[트민자]

"나이키 후드 대신, 쿼터집 스웨터 입어요" 미국 Z세대 새 패션 코드[트민자]

윤세미 기자
2025.12.14 08:01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아마존에서 쿼터집 스웨터를 검색한 결과/사진=아마존
아마존에서 쿼터집 스웨터를 검색한 결과/사진=아마존

평범한 '아저씨 옷'으로 취급받던 쿼터집 스웨터가 미국 Z세대(인터넷이 일상화 된 1990년대 말~2010년 정도 태어난 세대) 청년들 사이에서 새 유행템으로 떠올랐다.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중시하던 Z세대 취향이 한층 정돈되고 성숙한 스타일로 변화하며 어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가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쿼터집 스웨터는 지퍼가 전체의 4분의 1(쿼터·Quarter) 정도인 가슴까지 내려오는 형태의 스웨터를 말한다. 금융업 종사자나 골프를 즐기는 아빠들이 입는 옷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청년들 사이에선 '쿼터집 운동'으로 불리는 새 유행이 시작된 모양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갑작스러운 쿼터집 스웨터 열풍을 잇달아 주목했다.

외신은 이 유행의 시작을 지난달 22일 올라온 제이슨 자얌피(21)의 틱톡 영상에서 찾고 있다. 텍사스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자얌피는 한 영상에서 감색 쿼터집 스웨터 차림으로 등장해 "쿼터집 운동의 창시자"가 되겠다면서 나이키 트레이닝복을 더는 입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자신 같은 흑인 남성들이 쿼터집을 입고 말차를 마시는 등의 외적인 스타일 변화를 통해 더 나은 행동과 건강한 습관, 전문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을 거라며, 쿼터집 운동을 자기 개선 운동으로 내세웠다.

제이슨 자얌피(21·오른쪽)가 쿼터집 스웨터를 입고 말차를 들고 쿼터집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틱톡
제이슨 자얌피(21·오른쪽)가 쿼터집 스웨터를 입고 말차를 들고 쿼터집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틱톡

그의 영상은 지금까지 10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26만개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NYT는 별안간 쇼핑몰, 주차장 학교 캠퍼스에서 만나는 청년 중에서 쿼터집 스웨터를 입은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쿼터집 운동에 뛰어든 다른 틱톡 이용자인 피터 아킨운미는 "우리에게 중요한 건 쿼터집인지 아닌지가 아니다"라면서 "더 단정하고 수준 있게 입자는 것, 좀 더 제대로 갖춰 입자는 게 우리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NYT는 쿼터집 열풍을 두고 단순한 패션 스타일의 변화를 넘어 삶의 단계와 정체성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Z세대 청년들이 '이제 어른이 됐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단 해석이다. NYT는 1960~70년대 긴 머리에 나팔바지, 프린지 장식의 옷을 입던 청소년들이 1980년대 파워 슈트를 입는 여피족이 된 것처럼 이제는 Z세대가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을 추구하는 시기가 도래했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러 패션 아이템 중에서도 쿼터집이 주목받는 건 격식을 어느 정도 갖추면서도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정장처럼 비싼 맞춤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트레이닝복처럼 너무 캐주얼하지도 않다"면서 "편하면서 격식 있게 입을 수 있다. 도서관이나 학교, 면접, 저녁 약속 등 어디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버니지아주의 한 쇼핑몰에서 열린 '쿼터집 번개'에 참석한 이들의 모습/사진=틱톡
7일(현지시간) 미국 버니지아주의 한 쇼핑몰에서 열린 '쿼터집 번개'에 참석한 이들의 모습/사진=틱톡

일각선 쿼터집 유행을 '존경성 정치'(respectability politics)의 한 형태라고 비판한다. 참여자들이 자신을 백인 중심의 주류 사회에 좀 더 받아들여지기 쉬운 모습으로 바꾸려는 행위란 주장이다. 그러나 쿼터집 운동 지지자들은 이런 비판에 선을 긋는다. 그들의 의도는 멋을 내고, 자신감을 키우고, 커뮤니티를 만들며, 긍정적인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지난 7일엔 버지니아주 북부의 한 쇼핑센터에서 '쿼터집 번개'로 불리는 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번개를 주최한 사얌 하시미(21)는 "약 70명이 모였다"면서 "말 그대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말차를 들고 참석한 이들도 다수였다. 하시미는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에 말차까지 들고 있으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면서 "어떻게 보면 자신을 새롭게 포장하는 재밌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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