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로 건강해져" '어싱' 열풍에...과학 vs 상술 맞붙었다 [트민자]

"맨발 걷기로 건강해져" '어싱' 열풍에...과학 vs 상술 맞붙었다 [트민자]

김하늬 기자
2025.12.07 08:01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2019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어싱 무비' 포스터. 유튜브에서 공개되면서 80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사진=어싱무비 홈페이지
2019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어싱 무비' 포스터. 유튜브에서 공개되면서 80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사진=어싱무비 홈페이지

잔디나 모래, 바위나 진흙처럼 자연 표면을 맨발로 걸으면 지구와 신체가 연결되고, 이를 통해 지구의 에너지를 받는다는 주장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영어로는 지구(earth)를 동사처럼 활용한 '어싱(earthing)', 또는 땅(ground)을 사용한 '그라운딩(grounding)'으로 불리고 우리말로는 '접지'라고 불린다.

최근 CNN은 "사람들이 건강을 개선하고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생각에서 시작한 맨발 걷기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어싱'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CNN과 인터뷰한 사람들 가운데 "10여년 전 정원을 가꿀 때마다 신발을 벗었는데 마음이 포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거나 "맨발로 하이킹을 나갔는데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제각각 어싱의 시작을 전했다.

이 체험담은 그저 '느낌적 느낌'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가정의학과 조교수 멜리사 렘 박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자연에서 걷거나 뛰는 활동이 사람들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자료와 임상실험 자료가 많다"며 "이를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연구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맨발로 걷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사진=어싱무비 홈페이지
맨발로 걷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사진=어싱무비 홈페이지

맨발 걷기는 처음엔 요가 수련이나 육아, 심리상담사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권했던 방법으로 알려졌다. 실내에서 스트레스나 불안, 두려움, 우울증과 같은 감정에 압도되지 않게 자연으로 나와 현재 상황에 집중하면서 감정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방법으로 이용됐다. 맨발로 흙과 돌, 풀을 밟으면서 색상, 질감, 냄새를 꼼꼼히 살피고 신체에 더 귀 기울이면서 정신적 안정감을 회복한다는 논리다.

한발 더 나아가 어싱의 효험을 과학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간의 신체는 섬세한 전기회로와 같으며 음전하를 띤 지구와 직접 만날 때 안정적인 에너지를 전달받는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2012년 국제학술지 '환경과 공중보건'에 실린 논문에서 출발한다. '어싱: 인체를 지구 표면의 전자에 재연결하는 것의 인체 건강 영향'이라는 논문이다. 연구진은 "이른바 대체의학 영역인데, 땅을 맨발로 밟을 때 몸속으로 흘러드는 자유전자가 염증과 만성질환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중화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토대로 많은 사람이 맨발 걷기를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비슷한 실험과 연구를 시작했다.

'반대파'도 있다. 2016년 과학잡지 스켑틱은 '세도나에서 맨발: 발을 땅에 접지시키는 것에 대한 가짜 주장'이라는 기사로 어싱에 대한 주장이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효과를 봤다는 체험담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어싱 매트./사진=어싱트./사진=어싱 하모니 쇼핑몰
어싱 매트./사진=어싱트./사진=어싱 하모니 쇼핑몰

2019년에는 '어싱 무비'라는 다큐멘터리가 나오기도 했다. 유튜브에선 이미 800만명 이상이 시청했고, 1만개가 넘는 댓글은 '어싱'을 믿고 효과를 봤다는 개인적인 체험담이 많다. CNN은 이 현상을 보도하면서 "어싱을 한 뒤 잠을 푹 잔다거나 건강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게 땅속 전류와 관련 있다는 주장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며 "자연에 더 많이 노출됨으로써 복잡한 미생물 군집을 더 많이 얻게 되고, 생물학적으로 신체 면역 기능이 향상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영국 가디언도 올해 초 어싱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뉴캐슬대학교 이론물리학 부교수인 케런 리브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로 "지구 표면은 약한 음전하를 띤다. 어싱을 통해 신체로 음전하가 유입되면 대기 속 양전하에 많이 노출돼있던 신체가 평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음전하와 양전하가 신체에 어떻게 침투하고 축적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음전하나 양전하가 과도할 때 건강이 나빠진다는 인과관계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지구와의 접촉을 심화해준다는 어싱 슈즈/사진=그라운딩 웰 쇼핑몰
지구와의 접촉을 심화해준다는 어싱 슈즈/사진=그라운딩 웰 쇼핑몰

가디언은 '조금 의심스러운 웰빙 트렌드'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마무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현상으로 어싱용 매트, 신발, 콘센트, 매트리스, 양말, 손목밴드, 접착 패치 등 실내에서 '어싱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만들어진 제품군을 들었다. 전도성이 높은 물소 가죽으로 밑창을 만들었다고 홍보하는 어싱 샌들은 14만원대, 어싱 운동화는 22만원까지 다양하다. 오가닉으로 전류를 잘 흐르게 만들어준다는 어싱 양말은 3만5000원이다. 또 사무실에서 발 아래 두면 어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매하는 어싱 매트와 시트는 10~20만원대로 팔린다. 재미있는 건 이런 다양한 '어싱 용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 중 하나인 '어싱'은 바로 2019년 '어싱 무비'를 만든 사람이 설립했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리고 어싱을 하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 어떻게든 대지와 직접 접촉하기만 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뭔가를 사려 하기보다 해변에서 모래놀이를 하거나 호수에서 수영하고, 잔디밭에 누워있거나 웅덩이에 손을 담그기만 해도 어싱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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