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미래, 길을 묻다
에너지와 산업에서의 탄소배출 저감, 이른바 녹색전환은 시장 압력에 따른 공급망 탈탄소와 에너지안보 강화란 동력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관련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한 녹색전환과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길을 모색해본다.
에너지와 산업에서의 탄소배출 저감, 이른바 녹색전환은 시장 압력에 따른 공급망 탈탄소와 에너지안보 강화란 동력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관련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한 녹색전환과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길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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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조달을) 한 국가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우리 삶을 매우 위험하게 만듭니다. " 미카엘 헴니티 빈터 주한덴마크대사(사진)는 지난달 11일 서울 성북구 소재 대사관저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된 지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메시지다. 에너지 안보가 국제정치의 핵심 변수로 다시 떠오른 상황에서 빈터 대사의 발언은 더욱 선명하게 읽힌다. 에너지 자립이 곧 안보이자 산업 경쟁력이라는 점이다. ━오일쇼크서 시작된 '에너지 자립 전략'━덴마크의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 이전에 지정학적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전략에서 출발했다. 본격적인 계기는 1970년대 오일쇼크였다. 당시 유가 급등은 수입 에너지 의존이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빈터 대사는 "덴마크가 유가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장기 계획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원 다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호주 모두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은 상호보완적 파트너로서 계속 함께 일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주한호주대사관에서 만난 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사진)는 수십년간 상호보완적 교역 관계를 이어온 한국과 호주가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형성된 양국 교역을 '2050년 넷제로'라는 공동 목표 아래 재생에너지·수소·탈탄소 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미다. ━화석연료 중심 양국 교역 전환 필요━그간 한국과 호주의 교역은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이어져왔다. 호주산 석탄·LNG(액화천연가스)·철광석은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한국은 이를 가공해 에너지와 제조품 형태로 호주에 수출했다. 현재 한국의 대(對)호주 최대 수출 품목은 정제석유다. 석탄도 여전히 수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자원이지만 호주 정부의 정책 기조는 분명하다.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62~70% 감축이라는 국가결정기여(NDC) 목표를 제시했고, 2030년까지 전력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는 매우 개방된 경제를 가진 동시에 천연자원이 거의 없어 글로벌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취약성을 줄이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 핵심 수단이 바로 기후·환경 정책입니다. " 미쉘 윈트럽 주한아일랜드 대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아일랜드대사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한 건 지속가능성과 경제성장이 회복탄력성을 매개로 서로를 강화한단 점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경험했듯 일부 지역에서 조달하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건 현명한 국가 운영이 아니다"라며 "재생에너지가 환경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선택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 대처 잘해야 기업 경영에 유리 ━윈트럽 대사는 "강력한 지속가능성 원칙을 가진 기업일수록 운영을 더 잘해 나간다"며 이 선순환이 국가 뿐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된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관점은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절감을 극대화할 수 있게 지원하는 '그린 플러스 그랜트', '태양광 패널·히트펌프 등의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고객사 탈탄소 지원' 등 기업별 맞춤형 지원책으로 구체화됐다.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탈탄소화는 점점 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탈탄소 전환이 초기에는 비용을 수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가져옵니다. " 페이터 반 더 플리트 주한네덜란드대사가 전한 네덜란드 산업계의 탈탄소화 흐름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었다. 정책 설계와 재정 지원, 기술 투자, 눈에 보이는 산업 현장의 변화까지 이어지는 일관되고 치밀한 전략이 뒷받침 된 것이다. 반 더 플리트 대사는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주한네덜란드대사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라며 네덜란드 산업 전반에 깔린 탈탄소 비전의 핵심을 설명했다. ━네덜란드 정부, 역내 제철소에 저탄소에 20억 유로 지원━그가 꼽은 첫 번째 성공 요인은 기후 정책과 혁신을 결합한 통합 전략이다. 네덜란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5% 감축한다는 기후법상 목표를 분명히 설정했다. 동시에 이를 규제가 아닌 혁신을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메이드 인 스웨덴(Made in Sweden)'이나 '메이드 바이(by) 스웨덴'이 아니고 '메이드 위드(with) 스웨덴' 입니다. 경쟁력을 위해서는 개방돼야 하고 서로를 통한 학습이 필요합니다. " 칼-울르프 안데르손 주한스웨덴대사(사진)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소재 주한스웨덴 대사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정부가 최근 발표한 '메이드 위드 스웨덴' 개념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글로벌 무역 질서를 지지하고 촉진하려는 스웨덴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이 기조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유지돼온 국제경제 질서가 흔들리는 시점에 개방과 협력을 향한 스웨덴의 선택을 분명히 보여주는 메시지다. ━배타적 기조 아닌 '메이드 위드' 필요━'메이드 위드 스웨덴'이 표어로 공식화된 것은 최근이지만, 여기에 담긴 철학은 스웨덴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협력의 가치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녹색전환' 부문 역시 스웨덴이 다른 국가들과의 협업을 꾸준히 모색해 온 지점이다.
"핀란드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요금을 가진 나라 중 하나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투자하고 싶어하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 유리 예르비아호 주한핀란드대사는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핀란드대사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핀란드의 에너지전환이 불러온 효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높은 기후 목표, 오히려 기업 혁신 동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이른 시점인 2035년을 탄소중립 목표 시한으로 제시한 핀란드. 지난해 탈(脫)석탄을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겨 완료하며 이 약속에 다가서고 있음을 행동으로 입증했다. 더 주목할 점은 에너지전환이 경제성장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핀란드가 올해와 내년 각각 0. 9%, 1. 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3000달러(세계은행 2024년 통계 기준)에 이르는 고소득 국가지만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녹색전환이 경제성장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핀란드가 꼽히는 배경이다.
"영국과 한국은 유사한 관심사와 가치관을 갖고 있는 동시에 서로 보완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함께 협력하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점은 기후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사진)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소재 영국대사관저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건 양국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으로 대표되는 '녹색전환'에서 발휘할 수 있는 협력 가능성이다. ━한국 제조업·영국 재생E 역량 상호 '윈윈'. 기후대응이 경제적 기회 만들어━이미 두 국가는 시너지를 낸 실례를 갖고 있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은 해상풍력발전에 전문성이 있고 한국은 이제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며 "많은 영국 기업이 한국에서 참여 기회를 찾고 이 여정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 기업들은 강력한 제조 역량을 갖고 있다"며 그 예로 영국 동부 연안에서 모노파일(해상풍력 발전기를 바다에 지탱시키는 구조물의 하나)을 만드는 한국 기업 세아윈드(SeAH Wind)의 사례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