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지갑 여는 기업…맞춤형 탈탄소 지원하니 10억유로 투자로

스스로 지갑 여는 기업…맞춤형 탈탄소 지원하니 10억유로 투자로

권다희 기자
2026.02.12 05:50

[2026 지속가능한 미래, 길을 묻다]<5>미쉘 윈트럽 주한아일랜드 대사

[편집자주] 에너지와 산업에서의 탄소배출 저감, 이른바 녹색전환은 시장 압력에 따른 공급망 탈탄소와 에너지안보 강화란 동력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관련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한 녹색전환과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길을 모색해본다. 첫 순서로 녹색전환에 앞선 국가들의 주한대사들을 통해 국제사회의 시각을 들여다보고 우리나라의 잠재력도 짚어본다.
미쉘 윈트럽 주한아일랜드 대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미쉘 윈트럽 주한아일랜드 대사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는 매우 개방된 경제를 가진 동시에 천연자원이 거의 없어 글로벌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취약성을 줄이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 핵심 수단이 바로 기후·환경 정책입니다."

미쉘 윈트럽 주한아일랜드 대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아일랜드대사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한 건 지속가능성과 경제성장이 회복탄력성을 매개로 서로를 강화한단 점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경험했듯 일부 지역에서 조달하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건 현명한 국가 운영이 아니다"라며 "재생에너지가 환경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선택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 대처 잘해야 기업 경영에 유리

윈트럽 대사는 "강력한 지속가능성 원칙을 가진 기업일수록 운영을 더 잘해 나간다"며 이 선순환이 국가 뿐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된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관점은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절감을 극대화할 수 있게 지원하는 '그린 플러스 그랜트', '태양광 패널·히트펌프 등의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고객사 탈탄소 지원' 등 기업별 맞춤형 지원책으로 구체화됐다.

정책은 결실로 돌아왔다. 다국적기업의 아일랜드 투자 유치를 전담하는 정부기관 아일랜드 투자진흥청(IDA)에 따르면 지난해 아일랜드에서 사업하는 다국적기업들은 31개 지속가능성 프로젝트에 10억유로(한화 약 1조7000억원)를 투자했다. 윈트럽 대사는 "맞춤형 지원은 기업들이 법적 의무를 넘어서는 투자를 하도록 유도했다"며 "이 막대한 역량의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관련 연구개발(R&D)에 참여하도록 촉진해 아일랜드 R&D 생태계의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기준을 강제하기보다 각 기업과 '맞춤형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꽤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기업 유치를 마중물로 경제성장을 달성한 아일랜드의 경험이 기업과 '윈윈'하는 기후정책으로까지 녹아든 셈이다. 아일랜드엔 미국 거대 테크기업을 포함해 1만2000여개의 다국적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아일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들 다국적기업이 창출한 총 부가가치(GVA)가 국가 전체의 71.0%에 달한다. 아일랜드는 다국적기업 활동이 반영된 국내총생산(GDP) 대신 실제 국내 부(wealth)를 더 잘 보여주는 수정국내수요(MDD)를 사용하는데, MDD 기준으로도 지난해 약 4%의 성장을 구가했다. 다국적기업 유치가 국내 투자와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게 유도한 정책 설계가 틀리지 않았단 점을 보여준 것이다.

아일랜드 전력원 중 석탄과 풍력의 발전 비중 변화/그래픽=김지영
아일랜드 전력원 중 석탄과 풍력의 발전 비중 변화/그래픽=김지영
'전력망 병목' 지역분산서 해법 찾는다

에너지전환과 맞물려 아일랜드의 정책 설계는 더 정교해졌다. 최근 발표한 '대규모 에너지 사용자 행동계획(LEAP)'이 대표적이다. 수도 더블린 인근으로 몰리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전력망 등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정책이다. LEAP 핵심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과 재생에너지 공급 시설을 함께 배치하는 것이다. 윈트럽 대사는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명과학·반도체·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들의 에너지 수요를 계획적으로 다루려는 접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농업부문 탄소배출 감축 성공 사례를 들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집약 산업 육성, 지역 균형발전 등과 같은 과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7~8년 전만 해도 아일랜드 탄소배출 감축 논의의 많은 부분이 농업과 관련한 것이었고 당시엔 회의론이 상당했다"며 "그러나 5~6년 사이 농업 배출 감축에 실제로 매우 큰 진전을 이룬 것처럼 지금부터의 변화도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약력

△2022년~현재 주한 아일랜드대사 △2020~2022년 아일랜드 외교부 정책·개발협력· 아프리카국 국장 △2017~2020년 아일랜드 외교부 기후 정책 팀장 △2014~2017년 팜아프리카 프로그램 디렉터(에티오피아) △2011~2014년 팜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디렉터(에티오피아) △2010~2011년 영국 국제개발부 기후변화 자문관 △2008~2010년 영국 국제개발부 유엔정책 자문관 △2007~2008년 영국 국제개발부 중남미·카리브해 프로그램 매니저 △더블린대학교 개발학 석사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경제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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