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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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12 건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도심 6만 가구 신속 공급을 공언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사업들은 이해관계 조정과 절차 지연에 막혀 진전이 더디고, 매매와 임대 시장 모두에서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도심 핵심 부지는 구조적 제약이 분명해진 모습이다. 1만 가구 이상 공급을 예고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라는 지자체의 목표와 대규모 주택 확충이라는 정부의 방침이 충돌하면서 업무·주거 비율과 개발 밀도, 기반시설 등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태릉CC 역시 조선왕릉 인접이라는 입지 특성 탓에 문화재와 경관 보존 논의가 재점화되며 과거의 논쟁을 답습하고 있다. 과천 경마장 부지는 이전 비용과 대체 부지, 교통·생활 인프라와 지역 경제까지 얽힌 이해관계에 비해 사전 협의와 설득 과정이 충분했는지 되묻게 한다. 성남 금토2·여수2지구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토지 보상과 교통 대책, 각종 민원 처리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입주는 최소 7~8년 뒤인 2030년대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노사가 오늘과 내일 성과급 재협상을 벌인다. 3월말 협상 중단 이후 한달 반 만에 사후조정 절차를 통해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로 이번 협상은 파업 여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협상은 바이오·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의 '영업이익 X%' 성과급 요구로 번진 노사 분쟁에서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올해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으로 계산하면 총 45조원, 1인당 6억~7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20%), 기아차(30%), LG유플러스(30%) 등의 노조가 영업이익에 따른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삼성전자 파업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초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JP모간은 삼성전자 파업이 연간 영업이익에 미칠 영향이 최대 4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2주마다 조정되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최고가격이 7일 다시 동결됐다.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2200원, 경유 가격은 2800원 선에 달했을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고가격제 시행의 타당성과 추가적인 고유가 대책의 실효성을 두고서는 이견이 크다. 에너지 위기 땐 가격 상승으로 수요가 억제돼야 하는데 최고가격제가 차량 운행 감소 등 자율조정 기능을 차단하고 있다. 당장 노동절과 연결됐던 지난 주말 고속도로 통행량은 5월1일 605만대, 2일 581만대로 전국 도로 상황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일요일과 이어졌던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교통량이 약 597만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통량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을 두고서도 업계와 정부의 이견이 크다. 1분기 정유4사는 약 5조원 초반대의 영업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돼 과도한 세금 보전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의 신용시장이 빠르게 '양극단 구조'로 치닫고 있다. 고신용자와 저신용자만 남고, 그 사이를 잇는 중신용 구간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만 떨어져도 금리가 두 배로 뛰는 현실은 금융이 더 이상 위험을 제대로 가격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현상이 일시적 왜곡이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결과라는 점이다. 은행권 금리는 고신용자의 경우 약 5% 수준인 반면, 중신용자는 최대 10%대, 저신용자는 13% 이상으로 단층화돼 있다. 대출 수요는 중저신용층이 더 많지만 이들은 더 비싼 비용을 치르거나 시장 밖으로 밀려난다. 총량 규제 중심의 감독체계는 은행이 위험이 낮은 고신용자 대출로 쏠리게 만들었고, 그만큼 중저신용자는 배제됐다. 중금리 대출 확대를 약속하고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기울며 설립 취지를 훼손했다. 서민금융을 담당해야 할 2금융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비과세 혜택과 규제 완화 속에 급성장했지만, 중저신용자 지원보다 부동산 금융에 치중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6%를 기록하며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은 전년보다 21. 9% 급등해 전체 물가를 0. 84%포인트 끌어 올렸다. 항공료와 해외여행비, 차량 유지비 등 서비스 물가까지 뛰었다. 한국은행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영향으로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물가 불안은 외부 충격과 국내 경기 구조의 취약성이 겹친 결과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 7% 증가했다. 그러나 내수 소비와 건설투자는 부진해 성장의 온기가 가계와 자영업, 지방경제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겹치면 실질 구매력 저하와 체감 경기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통화당국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하며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 압력이 커진 반면 성장 여건은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코스피가 6. 45% 올라 7384로 마감했다. 지난달 15일 6000선을 재돌파하고 불과 13거래일 만에 7000선을 돌파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감이 높아지는 와중에 급등세를 이어간 것은 우리 증시가 지정학적 변수에 내성을 키웠음을 의미한다.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도 가속화했다. 이미 지난해 이뤄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여유자금 발생 시 주된 운용 방법으로 '저축 및 금융자산 투자'를 꼽은 응답이 56. 3%로, '부동산 구입(20. 4%)'을 압도했다. 다만 지수 급등과 별개로 극소수 기업의 호황을 전체 기업이나 일반경제의 상황으로 오인하는 '착시 현상'이 빚어지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1555조원)은 우선주를 제외하더라도 월마트와 버크셔해서웨이를 제치고 글로벌 11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1141조원) 시가총액을 합하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0%를 넘는다. 코스피 급등 와중에 코스닥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사실은 '삼전닉스'로 투자가 편중됐음을 보여준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가 달아오르면서 금융사와 공공기관 이전 요구 등 공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 유권자들에 호소하겠다는 목적이 우선이지만 하반기에 나올 예정인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구상과도 맞물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들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우선 여야 대구광역시장 후보들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IBK기업은행 대구 이전을 공약으로 내놨다. 대구시가 중소기업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신용보증기금 본점이 대구에 위치한 만큼 이전시 적극적 중소기업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도 이전 관련 공약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앞서 부산 이전 공약이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거치면서 구체화됐다 번복됐던 적이 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또다시 꺼내들었다. 금융당국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 가능성과 금융감독원 이전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호르무즈해협 내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 운용 상선에서 폭발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이란의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군사작전(프로젝트 프리덤)에 동참할 것을 우리 정부에 촉구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붕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우리 국민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인근 국가나 전문 조사기관과 협력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뢰나 드론, 미사일 등에 의한 피격인지 내부 결함 등에 따른 단순 화재 사고인지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 해당 해역에서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그 우방국 선박을 정당한 공격 대상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만약 이란의 공격으로 드러난다면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와 한국 선박의 안전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사회에 심각성을 알리고 항행 안전을 위한 국제적 대응을 촉구해야 한다.
중국 전기차가 내수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신규 등록 전기 승용차 7만 78대 중 36. 5%인 2만 5595대가 중국산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보다 14. 8%p 급증한 수치다. 연간 점유율은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급성장 중인 BYD에 이어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가 5월 전시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샤오펑, 체리자동차, 샤오미 등도 한국 직접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안방 공습이 본격화됐다. 직접 진출만이 아니다. 르노코리아는 지리자동차의 지분 투자를 받아 핵심 기술을 적용했고, KG모빌리티도 체리자동차와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소비자 거부감을 낮추는 동시에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를 중국 기술에 종속시키는 전략이다. 배터리와 모터, 전장 부품까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 산업 주권은 위태로워진다.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온 중국 업체들의 전기차는 이미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낮다. 국내 기업이 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상황이 절박한데도 정책적 방어막은 허술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2011년 창사이래 전면 파업은 처음이다. SK하이닉스 하청업체 노조는 원청업체인 SK하이닉스와의 성과급 차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과 더불어 반도체 호황으로 촉발된 성과급 논란이 커지면서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약 14%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이 6. 2%의 임금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을 제시하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결국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특성상 공정이 잠시만 멈춰도 투입된 원료와 제품이 전량 폐기된다. 사측은 파업이 5일간 이어질 경우 손실이 6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 노조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오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이 바이오, 반도체뿐 아니라 전 산업에서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기업의 파업은 위기감을 던진다.
지방은행의 대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분기 기준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의 평균 연체율은 1. 3%다. 5대 시중은행 평균의 3배 수준이다. 은행권에서 위험 수위로 간주하는 연체율 1% 선을 5개 지방은행 모두가 넘어선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방은행의 연체율 급등은 인구 감소, 소비 위축 등 지역 경제 침체로 중소기업·자영업자에 집중된 대출 부실이 심화된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인한 건설사 PF 대출 부실과 담보가치 하락도 겹쳤다.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와 고신용자 위주의 시중은행 영업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지방은행으로 중·저신용자 쏠림이 심해진 점도 작용했다. 현재 상황은 돈을 더 빌려주거나 만기를 연장해주는 식의 단기 유동성 지원만으로는 타개할 수 없다.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포용금융'과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잡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취약층을 지원하는 상생금융은 필요하지만 속도와 실적에 얽매여 은행의 부실 대출 위험성을 키우거나 역마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 숙련 노동자가 쌓은 노하우(암묵지)를 AI(인공지능) 학습데이터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노동계가 반발한다. 정부는 제조 명장의 경험과 직관, 판단이 녹아든 암묵지를 활용하는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개발 사업'을 통해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제조업 혁신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업이 고숙련 노동자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인구 고령화와 고숙련 인력 은퇴로 수십 년간 쌓아온 제조 현장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노동계가 무조건 반대할 상황만은 아니다. 제조 현장에 청년 노동자 유입이 끊기고 위험·고난도 공정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심각하다. 기업이 문을 닫아 기술이 그대로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과 함께 기술이 사라지는 상황을 막고 미래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는 데이터화가 좋은 대안이다. 이미 일본에서 베테랑 노동자의 위험 판단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산업재해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이 등장하는 등 암묵지 AI 모델 개발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