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경제 시대, 무기수출 세계 4위
K-방산, 수출·공급망의 주축 부상
민관총력, 캐나다 잠수함 수주하길
한화그룹이 자산 기준 재계 5위로 올라선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재계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관전포인트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분쟁이 일상화된 '전쟁경제'의 시대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비극적 상황에서 사업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만 보면 하나만 본 것이다. 방위산업이 성장산업이 됐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 중 하나가 됐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한국의 평화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화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서 13조원 넘는 자산을 추가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방산·조선 계열사 세 곳의 자산은 1년 새 14조원 가까이 불었다. 시가총액도 함께 뛰었다. 한화만의 스토리는 아니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등 방산기업들이 같은 궤적을 그려왔다. 지난해 방산 수출이 15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무기 수출 점유율 세계 4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은 과거와 전혀 다른 위상임을 드러낸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전 세계 군사비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증가해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충돌 위기, 중동의 불안이 겹치면서 군비 확대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평화는 공짜가 아니라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재화이자 서비스가 됐다. 힘 없는 평화가 얼마나 비싼 대가를 요구하는지는 이들 전쟁이 증명해 왔다.
러‑우 전쟁 전 GDP의 3% 남짓을 국방에 쓰던 우크라이나는 2022년 이후 국방비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폴란드는 지난해 국방비를 GDP의 4%대까지 늘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평균(2%)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이란 대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 속에 사우디·UAE·이스라엘 등은 미사일과 드론 확보를 위해 군비를 쏟아붓고 있다. 한국의 대중동 무기 수출은 최근 5년(2019~2024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이 흐름 속에 한국 방산기업은 방산을 '평화를 지키는 수출산업'으로 바꿔 놓았다. 미국은 스텔스기와 정밀유도무기 등에 집중하느라 재래식 화기 생산이 부족했다. 독일 등 유럽은 군축 후유증으로 생산라인을 확충하지 못했다. 이 틈을 타 납기와 가격 경쟁력에 더해 기술혁신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영역을 넓혔다. 이제는 단순 납품업체를 넘어 미국과 그 동맹국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연장선에 캐나다 잠수함 사업이 있다. 캐나다 해군의 노후 잠수함을 교체하는 프로젝트는 최대 12척, 총사업비 최대 60조원 규모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한 팀이 됐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까지 나서 지원사격을 했다. 정부도 산업협력 확약과 세일즈외교로 힘을 보탰다. 독일 TKMS와 2파전 상태다. 수주에 성공하면 한국 방산·조선 역사상 최대의 수출길이 열린다. NATO의 핵심 시장에 깊숙이 진입하는 것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즐겨 쓰는 슬로건 '힘에 의한 평화'는 경제력에 기반한 압도적 군사력으로 상대를 압박해 평화를 꾀한다는 미국식 현실주의를 담은 언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동맹에 대한 방위비 인상 요구와 제재·관세를 동원한 '딜 외교'를 얹었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싫든 좋든 간에 지금 국제 질서의 기본값이 됐다는 사실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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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수출은 다른 국가의 수입이다. 방산기업이 부재한 나라들은 전쟁억지와 자국방어를 위해 복지예산을 허물어 무기를 쟁여 놓아야 한다. 반면 수출국의 방산기업은 GDP와 고용, 세수에 기여하며 복지 재정을 뒷받침한다. 정부가 '방산 4대 강국'을 목표로 국가전략산업화한 것은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는 한국 방산이 변방이 아니라 중심임을 확인하는 상징적 장면을 하나 더 보탤 것이다. 승전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