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포인트
현상의 이면을 깊이 들여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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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750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를 기록할 스페이스X의 상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도 올해 초대형 기업의 IPO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유니트리가 상장을 서두르고 있고 홍콩에 상장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미니맥스, 즈푸AI도 본토 상장을 준비 중이다. 5개 기업 모두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이 목표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시로 2019년 7월 상하이거래소에 개설된 기술·벤처기업 전용 증시다.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는 2020년 7월 커촹반 상장을 통해 조달한 12조원으로 미국 제재를 버티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3위 자리까지 올랐다. 올해는 더 큰 대어들이 상장한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을 타고 CXMT와 YMTC 실적이 폭증했다. D램업체인 CXMT는 1분기 순이익이 247억위안(약 5조4300억원)으로 1688% 폭증했다고 밝혔다. CXMT는 295억위안(약 6조5000억원)을 조달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무대 데뷔 36년만에 첫 수상을 한 배우는 "후보로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인데 이렇게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달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조연상(방송부문)을 받은 유승목 배우 얘기다. 본래 대학로 연극에서 출발해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그는 여러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고생 끝에 히트작(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으로 꽃을 피운 것이다. 연봉 수십만원이 상징하는 생활고와 숱한 아르바이트 일자리, 가족들의 이해와 희생같은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유승목 배우는 10여년전 중학생 딸이 용돈이라며 건네준 2만원을 액자로 만들어뒀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로를 지켰거나 새로 입성해 더 큰 연기무대를 꿈꾸는 그들의 후배들은 어떨까. 안타깝지만 그들이 통과해야 할 바늘구멍은 더 좁아졌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중·대극장 연극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대학로의 순수 예술 중심 소극장 창작 연극들은 고전을 면치 못 한다. 드라마 공급 편수도 2022년 136개에서 2024년 108개로 약 20.
이 칼럼은 실기했다. 의도한 실기다.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이 공연을 한 직후 썼어야 시의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병역을 마치고 3년 만에 완전체로 복귀해 대중 앞에 선 첫 무대였다. 새출발하는 의미에 집중해야 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광장에 나온 BTS가 의아했다. 광장은 축제의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집단성이 강해지기 쉬운 장소다. 민주주의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힘을 가장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같은 공연이라도 광장에서 열리면 단순한 문화 이벤트의 의미를 넘어선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산 세대에게 광장은 여의도광장이었다. 각종 반공 집회와 선전이 이뤄졌고 정치적 동원에 의해 오염됐다. 전두환 정권이 급조한 관제 축제인 국풍81의 공간이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여의도광장이 공원으로 변하자 광화문 앞이 광장이 됐다.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은 광장의 가능성을 새로 발견한 계기였다. 2002년 효순·미선 추모대회, 2008년 광우병 시위, 2016년 탄핵 집회를 거치면서 광화문광장은 저항의 공간이 되었다.
전쟁경제 시대, 무기수출 세계 4위 K-방산, 수출·공급망의 주축 부상 민관총력, 캐나다 잠수함 수주하길 한화그룹이 자산 기준 재계 5위로 올라선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재계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관전포인트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분쟁이 일상화된 '전쟁경제'의 시대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비극적 상황에서 사업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만 보면 하나만 본 것이다. 방위산업이 성장산업이 됐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 중 하나가 됐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한국의 평화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화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서 13조원 넘는 자산을 추가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방산·조선 계열사 세 곳의 자산은 1년 새 14조원 가까이 불었다. 시가총액도 함께 뛰었다. 한화만의 스토리는 아니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등 방산기업들이 같은 궤적을 그려왔다. 지난해 방산 수출이 15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무기 수출 점유율 세계 4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은 과거와 전혀 다른 위상임을 드러낸다.
"요즘은 집도 안보고 계약을 합니다. 전세 매물이 없으니 먼저 입금 하지않으면 선수를 빼앗기기 때문이죠. " 한 부동산 유튜버는 최근 전세를 구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이른바 '노 룩(No Look)' 계약이 유행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전월세 시장이 불안하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0에 육박, 전세매물이 수요에 턱 없이 못미친다. KB부동산의 월세 가격지수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필자는 부동산 투기가 망국병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갭투자'로 수십채의 아파트를 사모은 투기꾼에 대해 징벌적 과세로 폭리를 환수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 누구일까를 생각해보자. 세금 폭탄을 맞는 다주택자들일까. 어차피 집을 살 능력이 안돼 공공임대 당첨이나 바라봐야 하는 무주택 서민들일까. 아마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열심히 일하는 '흙수저' 출신 청년들일 것이다. 서울 대기업에 다니는 지방 출신 청년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대기업 신입 평균 연봉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빼면 실수령액은 4100만원 수준이다.
지난 4월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과학축제'에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갔다. 얼마 전 장래 희망을 경찰에서 작가로 바꾼 아이에게 과학자의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는 과학축제에 가면 '로봇 복싱쇼'를 볼 수 있다고 하자 눈을 반짝였다. 이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정부출연연구소가 자율주행 로봇, 우주 개발 등 최신 연구를 선보이고 카이스트가 사족 보행로봇 '라이보'를 시연했지만,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인 이벤트는 단연 로봇 복싱쇼였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로봇 복싱을 보고 로봇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까지 섰다. 그런데, 로봇을 중국 기업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았다. 이 로봇은 중국 유니트리가 제조한 G1으로 키 130cm, 무게 35kg이며 최고 시속 7. 2㎞로 달릴 수 있다. G1 가격은 약 8만5000위안(약 1810만원)으로 작년에만 2000대 넘게 팔렸다. 중국 관영 중앙(CC)TV가 유니트리의 G1으로 처음 로봇격투대회를 개최한 게 작년 5월이다.
석유화학 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수년간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시달렸던데다 올해는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원유와 나프타 등 원자재 수급난까지 겹치면서다. 산유국이 아닌데도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40년 가까이 독특한 위상을 자랑해 왔다. '양념 치킨과 치맥의 본고장'인데 정작 닭고기 수입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거대한 유조선으로 싣고 온 값싼 원유를 비싼 석유제품으로 탈바꿈시킨 석유화학 기업들의 시작은 울산, 전남 여수, 충남 서산의 어촌이었다. 먼저 플라스틱 생산업체와 국영기업 정도가 있었던 태동기. 그 시기 현재 유화기업의 조상격인 선경합섬, 동양나일론, 한일합섬 등 섬유 회사들은 1970 ~ 80년대 한국을 먹여살렸다고 할 정도의 위상(전체 수출의 30% 안팎 점유)을 자랑했다. 소속그룹의 대표 계열사기도 했던 이들의 선택은 오일쇼크 위기를 마주하며 조금씩 달랐다. 먼저 선경합섬의 모그룹(SK(구 선경))은 1980년대 대한석유공사(1964년 설립, 현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하며 원유 정제부터 각종 소재와 섬유 원료 생산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지상에서 가장 고단한 생명을 말하라면 벌새를 들겠다. 몸길이 5~20센티미터 정도의 가장 작은 새인 이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10~15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꿀을 마셔야 한다. 하루에 자기 몸무게만큼의 꿀을 섭취한다. 몸무게라고 해봤자 적게는 2그램 안팎이다. 먹이를 섭취하지 않으면 짧으면 2시간 만에 굶어 죽는다. 그래서 1초에 예순 번을 쉴 새 없이 날갯짓하면서 몸을 띄워 꽃을 찾아야 한다. 지난 1월, 쿠팡 정보 유출 사태 논란이 한창이던 날 밤늦은 시각 경기 북부에 있는 한 쿠팡 물류센터에 그런 벌새 같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정도의 앳된 소년부터 머리가 하얀 중년까지 다양했다. 부부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하루 근무를 하면 보통 8만원을 받는데 2만원을 더 받기 위해 야간 근무를 택했다. 이들은 출석 체크를 하고 접이식 철제 의자에서 그날 할 노동을 설명 들은 뒤 업무에 투입됐다. 처음 온 사람들은 혈압 체크부터 했다. 취재를 위해 온 나도 그 무리에 포함돼 있었다.
에너지가 경제와 민생을 좌우 미·중 자국에 맞춘 정책설계 LNG 등 특정연료 의존 위험 이상 좇기보다 실사구시 필요 에너지는 민생이다. 이란 사태가 보여주듯 에너지 가격이 튀면 주유소 기름값뿐 아니라 쓰레기봉투, 포장재, 외식 물가까지 줄줄이 뛴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한국 같은 제조업 국가는 공장 가동 축소와 투자 지연, 고용 위축 등 경제 전반이 구조적 충격에 노출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교전 당사국이 아닌 나라 중 한국만큼 타격을 받은 곳은 없다"고 지적한 이유다. 에너지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영역이다. 석유와 LNG를 자급자족하는 미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의 처지는 다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LNG 최대 수출국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에너지 패권을 내걸고 석유·가스·석탄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도 '깨끗한 기저전원'으로 키우고 있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망을 깐 뒤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얹는다는 포석이다. 반면 석유·LNG 수입국인 중국은 막대한 달러를 에너지 구입에 소모한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적어 원자력 개발이 불가피하다. 최근 주한 프랑스 대사를 만났는데 그 나라엔 원전 55개가 있지만 지방마다 원전을 유치하려고 한다더라. 왜냐하면 원자력이 고용을 늘려주기 때문이다. " 1989년 11월 28일 당시 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전반대단체 회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원자력 업계에서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른바 '목포 선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이후 원전에 진심이었다. 규모 7의 지진에 견딜 정도로 안전성이 개선된 한국형 원전 모델 APR1400은 노태우 정부 때 개발을 시작했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완성했다. 김대중 정부의 친원전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 계승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여름 전북 부안은 전쟁터 같았다.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반대해 주민들과 전국의 환경단체·노동단체·종교인들까지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시위대는 "핵은 죽음이다", "핵폐기장이 들어오면 기형아를 낳는다"는 선동적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2003년 3월 7일 중국 칭다오에 도착해 시골 기차역같은 공항을 빠져나와 빵차(소형 승합차)를 탔던 기억이 난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필자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급성장하는 중국을 알고 싶어 한국 종합상사를 그만두고 칭다오에 있는 한국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당시 수많은 한국 중소기업이 칭다오 외곽 청양구에 진출해 있었는데, 그때 청양구는 교통량이 적어 도로에 차선도 안 그려져 있을 정도로 시골이었다. 필자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액세서리 회사의 무역부에서 현지에서 생산한 귀걸이·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미국, 유럽에 있는 바이어에게 수출하는 업무를 했다. 그곳에 가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1970년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번창하던 액세서리 업체들은 대부분 1992년을 시점으로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하고 물류 여건이 좋은 칭다오로 이주했다. 노동집약적인 전통 제조업이 중국을 가공무역기지로 활용하려던 때였다. 필자가 일하던 액세서리 업체는 중소기업이지만,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1000여명에 달했다.
AI(인공지능)와 휴머노이드 등이 화두가 된 글로벌 산업계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함축된 한 장면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강남에서 치맥 회동을 하고 게임축제 행사장에서 포옹을 하며 마이크를 잡았던 지난해 10월 바로 그 순간이다. 15년만에 다시 서울에 왔다고 한 젠슨 황 CEO는 한국과의 첫 인연으로 1990년대 거의 무명이었던 자신에게 온 어느 기업인의 편지를 소개했다. 그가 편지에는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한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비디오게임올림픽을 열자'는 제안이 담겨 있었다고 하자 옆에 섰던 이재용 회장이 '제 아버지 얘긴데요'라며 발신인은 고 이건희 회장이었다고 확인시켜줬다. 이건희 회장의 제안은 현실화됐고 당시 젠슨 황 CEO이 꾸렸던 기업은 세계 최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세계 1위 시가총액 4조4904억 달러(약 6698조원, 3월 기준))이 됐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던 지난해 가을에 비해 올해 3월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